‘졸리 효과’, 정밀의료 방향은?

2018년 정밀의료 산업의 전망

헐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는 지난 2013년도에 아직 발병하지 않은 가슴을 절제하는

수술을 시행했다. 그는 자신이 유방암에 걸릴 유전학적 확률이 87%에 달한다는 진단을

받은 후 유방절제술을 받았다.

 

이러한 예방적 절제술의 배경에는 정밀의료 기반의 DNA와 단백질 분석 기술이 날로

발전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안젤리나 졸리의 수술은 전 세계 대중들에게 정밀의료

기반의 유전자 분석 시스템에 대해 알리는 폭제가 되었다. 이른바 ‘졸리 효과’였다.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유전체 검사를 통해 유방암 절제수술을 했다.

그는 자신의 아이들이 암으로 엄마를 잃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수술 동기를 밝혔다. ⓒ Pixabay.com

 

미국·유럽 등 주요국 정부, 적극적으로 정밀의료산업에 투자

 

미국, 영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정밀의료 산업의 중요성을 깨닫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15년 1월 재임 당시 ‘정밀의료 추진 계획(PMI)’를 발표하며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의료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개인의 유전 정보, 환경, 생활 습관 등의 차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개인 맞춤형 질병 치료 및 예방법을 개발하고 이에 따른 개인정보 보호 및 신뢰 구축, 규제 검토 및 정보 공유 플랫폼 개설, 민간-정부 간 협력관계 구축을 실행하도록 되어 있다.

 

영국 정부는 정밀의료에 대한 정책을 지난 2012년부터 계획해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012년 ‘100,000 Genome Project’를 발표하고 정부의 주도하에 2017년까지 10만개의 전유전체 시퀀싱

(whole-genome sequencing) 데이터 확보를 목표로 보건부 산하에 ‘Genome England’를 설립했다.

 

일본 정부는 2012년도에 설계된 ‘의료혁신 5개년 전략’에서 ‘맞춤의료’를 중심으로 혁신적인 신약 개발과 의료기기를 개발해 맞춤형 의료산업을 신성장 주요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독일 정부는 정밀의료 분야 중 특히 퇴행성 신경질환과 당뇨, 심혈관 질환 등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

 

 

정밀의료산업은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향후 개인 습관 등의 데이터를 축적해 통합 관리하는

방적 질병관리시스템이다.  ⓒ Pixabay.com

 

중국은 최근 가장 정밀의료 산업 시장을 무섭게 따라오고 있는 국가 중 하나이다.

 

중국은 2016년에 중국형 정밀의료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해당 기관 및 병원에서는

향후 10년간 92억달러의 예산을 지원받아 유전체를 분석하고 임상자료를 모으기 위한

각종 프로젝트들이 추진될 예정이다.

 

우리 정부도 정밀의료 기반 산업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유전체 기반의 생명현상 기능 및 기전연구를 시행하는 한편

글로벌 공동연구와 유전체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오는 2021년까지 5년간 정밀의료 기반

개인 맞춤형 암 치료기술을 개발하는데 국비 631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전략회의는 9대 국가과학기술전략 프로젝트 중 하나로 정밀의료를 선정하여

개인의 유전자는 물론 생활습관 등의 정보를 빅데이터로 통합 분석해 효과를 높이는

맞춤형 정밀의료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밀의료 산업이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개인정보로 분류되는 유전자 정보 및 의학 정보에 대한 대책이 선제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지난해 12월 서울 카이스트 도곡캠퍼스에서 개최된 ‘제도정립 산학연관 토론회’에서는 국내 정밀의료 산업에 대한 제도 정립에 관해 전문가들이 나와 대책을 강구한 바 있다.

 

이들은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대한 대책 수립이 가장 급하다고 말했다. 강민수 을지의과대학교 의료IT학과 교수는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개인의 유전자 정보가 보험회사로 유출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반문했다.

 

보험회사에서 보험을 이를 근거로 암보험 가입을 승인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작게는 보험 문제이지만 크게는

생명윤리 문제로 확대될 수도 있다.

 

유전적 요소도 중요하지만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

 

안젤리나 졸리와 같이 변이가 있으면 평생 유병률이 70~80%나 되는 강력한 유전성 암이나 희귀질환은 예방적 수술을 통해 미리 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질병이 유전자 요소 한가지로 발병되는 것은 아니다. 후천적인 습관이 발병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밀의료 산업은 안젤리나 졸리와 같이 유전적 요소를 미리 체크하고 후천적 발병 요소가 될 수 있는 라이프 스타일까지 점검해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까지 아우른다. 예측하고, 예방하는 것이 정밀의료 산업의 범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정밀의료 산업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서울병원 류규하 연구 교수는 “앞으로 정밀의료는 개인의 유전체 정보를 기반으로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데이터로 축적하여 종합적으로 개인의 맞춤형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발전될 것”으로 봤다. 이어 “이러한 데이터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 없이는 발전되기 어렵다”며 “정밀의료 산업에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이 동반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류규하 교수는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성장을 위해서 정부의 규제 정책이 좀 더 완화되어야 할 것으로 봤다. 그는 “미국과 우리는 규제의 차이가 크다. 미국은 법에서 규정하지 않는 것은 전부 가능”하다며 “생활정보를 수집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와 업데이트 주기가 빠르게 변화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규제 등이 완화되어야한다”고 지적했다.

 

표준화 문제도 시급하다. 규격화 된 표준화 정책이 미흡해 국가 차원의 통계나 연구를 현장에서 활용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정밀의료 시장이 크지 않고 전문 인력을 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국내 정밀의료 산업이 성장하는데 있어 걸림돌이다.

 

박정훈 마크로젠 이사는 “국내 정밀의료산업은 표준화된 규격이 없기 때문에 대기업이 투자 및 개발하지 않고 있다”며 “소규모 IT 기업이 진행하다보니 의료진과 개발진과의 피드백이 원활하지 않아 기술력이 축적되지 않고 프로그램의 업데이트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박 이사는 “의료 정보를 국가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정보의 표준화 작업이 시급하게 이루어져야한다”고 지적했다.

 

 

김은영 객원기자 teashotcool@gmail.com

저작권자 2018.01.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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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제3063호

 

탈모로 고민하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만8천520명이던 탈모 환자는 2016년 2만1천417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30대가 전체 26.9%로 가장 많았고 이어 20대가 25.4%를 차지했다. 40대도 23.0%로 젊은 층의 탈모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비는 남성이 11만 7924명으로 여성 환자(9만 4992명)보다 1.2배 높았다.
 
시중 탈모제, 억제 효과는 있지만…
 
탈모는 크게 남성호르몬과 관련된 안드로겐성 탈모와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탈모로 나눠지는데 탈모로 고민하는 남성의 대부분이 안드로겐성 탈모다.

 

 

사진1. 탈모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30대의 경우 1/4이 넘는 사람들이 탈모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Shutterstock
 
이에 대한 치료 중 보편적인 치료법이 약물 치료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은 미녹시딜과 프로페시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미녹시딜은 본래 고혈압 치료제로 1970년 세상에 선을 보였다. 이후 부작용으로 털이 많이 나는 다모증이 보고되면서 발모치료제로 검토됐다. 처음에는 먹는 약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는데 저혈압이 부작용으로 나타나면서 1984년 바르는 형태로 임상에 들어갔다. 그 결과 남성탈모환자 60%에서 머리카락이 나는 효과가 나타났다.
 
프로페시아는 탈모억제제다. 탈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남성호르몬은 하드로테스토테론(DHT)로 테스토스테론이 변화된 것이다. 이 때 관여하는 것이 ‘5-α환원효소2’인데 프로페시아가 이 효소를 억제하는 역할을 해 탈모를 막는다. 프로페시아의 임상 데이터를 보면 약 복용 후 1년까지는 발모 효과와 상태 유지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두 약물 모두 이미 진행된 탈모에 대해서는 효과가 없고 미미하지만 먹는 약에 경우 약 1.2% 비율로 발기부전이나 성욕감퇴 등 부작용도 보고됐다. 사실상 탈모 치료에는 한계가 있는 셈이다.
 
부작용 없이 대머리 치료 기대
 
그런데 최근 모낭을 재생시켜 탈모를 치료하는 연구가 나와 화제다. 기존 탈모 치료제와 달리 이미 진행된 탈모에도 적용할 수 있어 대머리도 치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강열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와 이성훈 연구원 팀은 머리카락 생성을 억제하는 단백질인 ‘CXXC5(CXXXC-tyle zinc finger protein 5)’를 찾아내고 이를 이용한 발모 효과에 대한 논문을 피부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저널 오브 인베스티게이티브 더마톨로지’에 10월 20일 게재했다.
 
연구팀은 CXXC5 단백질이 디셰벌드(Dishevelled)라는 단백질과 결합해 ‘윈트(Wnt)신호전달체계’의 활성을 저해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세포는 그 안에서 여러 단백질이 신호를 주고 받으며 다양한 생리 현상을 조절하는 데 그 과정을 신호전달체계라고 한다. 윈트는 그 중 하나로 머리카락 형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윈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머리카락의 생성과 성장에 문제가 생긴다.
 
이에 연구팀은 CXXC5처럼 디셰벌드 단백질에 결합하는 PTD-DBM라는 펩타이드를 디자인 해 발모치료제의 가능성을 열었다. PTD-DBM이 CXXC5 단백질 대신 디셰벌드 단백질에 붙어 CXXC5의 작용을 억제하는 원리다. 여기에 윈트 활성화제인 발프로산을 주입해 발모 효과를 높였다. 이를 사람의 모낭세포에 실험해 본 결과, 실제 신호전달에 중요한 ‘베타-카테닌과 모발형성 마커들의 증가가 극대화 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발모 뿐 아니라 모낭 재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쥐의 가장 바깥 쪽 피부 층인 표피의 일부를 제거한 뒤 PTD-DBM과 발프로산을 처리했다. 그 결과 세포가 재생되면서 머리카락이 만들어 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펩타이드는 기존 탈모치료제와 다르게 남성호르몬 억제에 따른 부작용 등이 없다”며 “머리카락이 나는 데 있어 재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대머리 치료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진2. 최근 탈모를 막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탈모 정복의 꿈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출처: Shutterstock
 
모낭줄기세포 중심의 발모제 연구 활발
 
지난해 2월에는 모낭줄기세포의 노화를 억제해 탈모를 막는 연구가 발표됐다. 일본과 미국, 네덜란드 등 국제공동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쥐가 생후 17개월부터 털이 가늘어지고 탈모가 시작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때 머리카락을 만드는 모낭줄기세포의 수를 유지하는 유전자 ’COL17A1‘도 노화로 손상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연구팀은 유전자를 조작, COL17A1 단백질을 많이 생성하는 돌연변이 쥐를 만들었다. 그 결과 돌연변이 쥐는 일반 쥐와 달리 17개월이 지나도 탈모가 진행되지 않고 풍성한 털을 유지했다. 노화로 인한 탈모를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안젤라 크리스티아노 교수팀도 지난 2015년 ‘JAK-STAT 신호전달체계’ 경로 억제를 통해 휴지기에 접어든 모낭줄기세포를 성장기로 전환시켜 발모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소개했다. 모발은 머리카락이 계속 자라는 성장기(3~8년)와 성장이 서서히 멈추는 퇴행기(3주 전 후), 더 이상 자라지 않고 빠질 때까지 피부에 붙어 있는 휴지기(3개월)를 평생 15~25회 거친다.
 
연구팀은 관절염치료제의 주성분인 ‘토파시티닙’과 골수섬유증 치료제인 ‘록솔리티닙’으로 만든 약물을 쥐의 피부에 5일 간 발랐다. 그 결과, 10일 만에 새로운 털이 나기 시작해 3주 안에 대부분의 쥐에서 털이 나는 것을 확인했다.
 
탈모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원리적으로 머리카락이 나고 자라는 모낭에 혈액 공급이 원활이 되지 않는 탓이 크다. 혈액순환이 중요한 셈이다. 혈액순환 장애의 대표적인 원인은 모두 알다시피 스트레스다. 그러니 걱정은 접어두고 탈모 치료제는 연구자들에게 맡겨두자. 삶에도 탈모에도 그 편이 더 유익하다.
 
글: 이화영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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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를 털실 삼아' 스웨터 뜨듯 만든 DNA 나노 평면 구조 나왔다

 

마름모꼴 DNA 오리가미 평면을 풀어내는 모습. 다 풀고 나면 한 가닥 DNA가 된다. - DongranHan, et al./Science 제공

 

긴 털실로 목도리를 뜨듯, 한 가닥 DNA를 이용해 천처럼 생긴 정교한 평면 나노구조물을 만드는 신기술이 개발됐다.


한동란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원팀은 마치 진주를 연결해 진주 목걸이를 만들듯, DNA를 구성하는 단위 재료인 ‘염기’ 분자를 하나씩 인공적으로 연결시켜서 약 1만 개의 염기가 사슬처럼 이어진 긴 DNA 가닥을 만들었다. 그 뒤 마치 털실로 목도리를 뜰 때처럼 이 DNA를 가로, 세로, 또는 대각선 방향으로 규칙적인 패턴으로 구부리고 엮어서 대각선 길이가 약 100nm(나노미터, 10억 분의 1m)인 정교한 마름모꼴 모양의 평면 나노 구조물을 만드는 데 성공하고, 그 결과를 과학잡지 ‘사이언스’ 15일자에 발표했다.

 

 

DNA 오리가미로 만든 가장 큰 구조물인 마름모꼴. 기존의 가장 큰 구조물보다 37배 크다. - DongranHan, et al./Science

 

한 연구원팀은 ‘DNA 종이접기(오리가미)’라는 기술을 이용해 나노 평면을 만들었다. DNA의 염기에는 네 가지 종류가 있다. 이들은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이 결합하듯 염기 두 종류씩 서로 짝을 이뤄 결합하는 성질이 있다. 이 성질을 잘 이용하면, 마치 종이를 접어 풀로 붙이듯 DNA 가닥을 구부리거나 접고 염기로 고정시켜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연구팀은 인공 DNA 가닥의 염기 순서를 미리 정교하게 설계해, 긴 DNA 가닥이 직선으로 뻗어 나가다 정해진 지점에서 규칙적으로 꺾이게 만들었다. 이 과정을 반복시키면 DNA가 마치 계단 모양의 구조물을 이루게 된다. 연구팀은 이 DNA가 모서리에 이르면 다시 방향을 바꿔서 기존의 계단 모양 구조물과 평행하게 새로운 계단을 만들게 했다. 이 과정을 반복시켜 계단 모양의 DNA로 평면을 가득 메운 마름모꼴을 두 개 만든 뒤, 이들을 포개어 염기끼리 서로 단단히 고정시는 방식으로 하나의 안정된 마름모꼴 구조를 완성했다.

 

 

DNA 오리가미로 만든 하트 모양. 한 가닥으로 만든 게 특징이다. - DongranHan, et al./Science 제공

 

연구팀은 이 방식으로 사각형, 하트, 마름모꼴, ‘스마일’ 얼굴 등 다양한 형태를 제작해 전자현미경으로 확인했다. 그 결과 계획했던 모양이 제대로 만들어졌으며, 가장 크게 만든 마름모꼴은 이전까지 비슷한 방식으로 만든 구조물보다 30배 이상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오직 DNA 한 가닥만 필요한 방식으로, 수십 개의 DNA 조각을 준비해 서로 이어 붙여야 했던 기존 방식보다 훨씬 제작하기 쉽고 안정적이다. 한 연구원은 논문에서 “서로 떨어져 있는 여러 개의 DNA를 이어 붙이려면 이들을 연결하는 일종의 ‘매듭’이 필요한데, 매듭은 평면 구조를 설계할 때 방해가 된다”며 “우리가 개발한 방식은 매듭 수를 최소화해 원하는 형태로 자유롭게 만들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나의 DNA를 써서 단순하기 때문에) 수학 알고리즘을 이용해 누구나 쉽게 나노 구조물을 설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NA 오리가미로 만든 하트 모양의 구조. 한 가닥으로 만든 게 특징이다. - DongranHan, et al./Science 제공

 

연구팀은 비슷한 방식으로 RNA를 이용한 구조물을 만드는 데에도 성공했다. 또 미생물을 이용해 대량생산하는 방법도 개발해, 미래에 생체 안에서 움직이는 복잡한 나노 기계를 만드는 데 부품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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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고양이보다 더 영리하다

 

육식·초식 동물 뇌세포 수와 지능 큰 차이 없어

영국의 경험철학자 데이비드 흄(David Hume)은 동물들이 추론을 할 수 있다고 여겼다. ‘인간지성의 탐구’라는 그의 저서를 통해 동물들이 과거의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향후 동일한 사건이 일어날 것을 추론한다고 적었다.

 

그는 이런 사실을 늙은 동물들이 어린 동물보다 훨씬 노련하다는 점, 사냥을 한다든가 먹이를 찾아낼 수 있다는 점 등에서 명백하게 알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과학적 증거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론에 의해 만들어진 내용들이다. 4일 인터넷 강연 사이트 ‘빅싱크닷컴(bigthink.com)’에 따르면 최근 한 국제연구팀이 뇌과학을 통해 동물들의 지적 능력을 연구하고 있는 중이다. 연구 대상은 다른 동물을 잡아먹는 잡식성 육식류 포유류 동물들이다.

 

뇌과학자들이 개와 고양이, 담비, 몽구스, 너구리, 하이에나, 사자, 불곰 등을 대상으로 뇌세포를 분석한 결과 개의 뇌세포가 5억3000만개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 뇌세포수는 지능 정도의 척도로 사용되고 있다.  ⓒWikipedia 

사진) 뇌과학자들이 개와 고양이, 담비, 몽구스, 너구리, 하이에나, 사자, 불곰 등을 대상으로 뇌세포를

분석한 결과 개의 뇌세포가 5억3000만개로 가장 많은 것 으로 나타났다. 동물 뇌세포수는 지능 정도의

척도로 사용되고 있다. ⓒWikipedia

 

동물 지능 뇌 크기에 비례하지 않아

 

그동안 과학자들은 이들 육식류 동물들이 먹이가 되고 있는 초식성 동물들보다 지능 면에서 한수 위에 있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로 육식성 동물의 지적 능력 우위론이 잘못된 판단이었음이 밝혀졌다.

잡식성 육식류 포유류 동물의 뇌피질 신경세포의 수가 초식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는 초식동물들 역시 포식자들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 뛰어난 지적 능력이 필요했고 공격자들에 맞서는 지적 능력을 발전시켜왔음을 의미한다.

 

또 다른 사실도 밝혀졌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동물 지능이 뇌 크기에 비례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동물들의 지적 능력을 측정하는데 체중과 뇌중량과의 관계지수인 ‘대뇌화지수(encephalization quotient)’를 적용해왔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개와 고양이, 담비, 몽구스, 너구리, 하이에나, 사자, 불곰 등을 대상으로 대뇌 표면을 구성하고 있는 회백질을 대상으로 뇌세포 수를 측정한 결과 개, 고양이와 같은 작은 동물들의 뇌세포 수가 사자, 불곰처럼 큰 뇌를 가진 동물들보다 더 많았다.

 

연구에 참여한 미국 밴더빌트 대학의 뇌과학자 허큘라노 호젤(Herculano-Houzel) 교수는 “부드럽고 화려한 황금색 털처럼 밝은 성격의 개, 골든 리트리버는 하이에나, 사자, 불곰보다 적은 뇌를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뇌세포 수와 지적 능력은 하이에나, 사지, 불곰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교수는 또 “불곰과 비교해 10분의 1 크기에 불과한 뇌를 갖고 있는 고양이 역시 불곰과 유사한 뇌세포를 갖고 있었고, 지능은 오히려 더 뛰어났다.”고 말했다.

이는 뇌의 크기가 뇌세포 수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개와 고양이의 뇌는 작았지만 뇌세포 수는 하이에나, 사자, 불곰 등 다른 육식성 동물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뇌세포 수가 맹수들에 비해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의 뇌세포 수 5억여 개로 가장 많아

 

많은 사람들이 애완동물로 키우는 개와 고양이 지능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지금까지 고양이의 뇌세포는 약 3억 개로 개의 1억6000만개보다 1억4000만개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연구 결과는 정반대였다. 개의 경우 5억3000만개의 뇌세포를 갖고 있었다. 이는 고양이의 뇌세포보다 더 많고, 하이에나, 사자, 불곰, 담비, 몽구스, 너구리 등 다른 동물들과 비교해서도 가장 많은 것이다.

 

알려져 있는 것처럼 인간은 약 160억 개의 뇌세포를 갖고 있다. 다른 동물들과 비교해 개의 뇌세포 수가 가장 많다는 것은 개의 지적 능력이 고양이는 물론 하이에나, 사자, 불곰 등 다른 육식류 동물들을 앞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젤 교수는 “특히 개의 경우 고양이와 비교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훨씬 뛰어난 지적 유연성을 보여 주었다.”고 말했다. “반면 뇌 크기가 큰 사자, 불곰 같은 맹수들은 큰 뇌로 인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는 “포식자들은 큰 뇌를 유지하기 위해 육식을 통해 그 에너지를 보충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한 사자, 불곰, 하이에나와 같은 맹수류가 잠이 많은 것은 큰 뇌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충족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호젤 교수에 따르면 뇌는 신체 기간 중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기관이다. 뇌세포가 많을수록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게 된다. 이런 점 때문에 맹수들은 스스로 뇌 성장을 억제해왔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육식류 동물들이 사람에 의해 길들여질 경우 뇌세포 수가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너구리다. 고양이 정도 크기의 매우 작은 뇌를 갖고 있지만 지적 능력은 매우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는 “길들여진 너구리의 경우 야생 너구리의 뇌세포보다 오히려 더 많은 뇌세포를 지니고 있었다.”며, 사람들과 살면서 뇌세포 크기는 줄어들지만 뇌세포 수가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로 그동안 과학자들이 동물 지능과 관련해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양한 동물들이 자신의 생육 환경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지적 능력을 조절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호젤 교수는 뇌세포 차원에서 향후 연구를 통해 “동물 뇌세포 간의 이런 차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고 있으며, 또한 전체 동물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상세한 내용들을 밝혀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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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제3041호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강하면서 고무보다 유연하다. 탄성이 좋아 평소 길이의 4배나 늘어나는 것은 물론 질기기까지 해 방탄복을 만드는 데도 쓰인다. 인간의 면역체계를 자극하지 않아 인공장기의 소재로도 활용될 수 있다. 꿈의 천연섬유인 거미줄 이야기다.
 
현재 지구상에는 약 4만 5천여 종의 거미가 살고 있다. 3억 8천만년 동안 수많은 진화를 거치며 발달해 온 거미줄은 우리 생각보다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기에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박테리아와 곰팡이를 억제하는 거미줄은 의학적으로 연구할 가치가 충분하다.
 
이론일 뿐이지만, 거미줄로 만든 로프는 비행 중인 제트여객기를 낚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렇게 거미줄만큼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소재는 많지 않다. 하지만 거미줄의 이 신비한 힘이 어디서 온 건지 밝혀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사진1. 거미줄은 강철보다 강하고 고무보다 유연해 과학자들에게 꿈의 천연섬유로 불린다. 출처: Shutterstock
 
거미줄 유전자 분석이 어려운 이유
 
모든 거미줄은 다양한 단백질들을 맞춤형으로 연결해 만들어 진다. 각각의 단백질은 신축성, 탄력성 등 거미줄의 용도에 알맞은 속성을 부여한다. 문제는 반복되는 연결 구간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다.
 
미국자연사박물관의 거미줄 유전학자 셰릴 하야시에 따르면 같은 거미가 만드는 거미줄이라도 드라마틱할 정도로 아주 다른 연결 구조를 수백 번 반복해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먹이 포획, 알 포장, 이동 등 등 다양한 거미줄의 용도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놀라운 것은 그 수많은 단백질 구조들이 단 하나의 유전자 군을 바탕으로 진화됐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 유전자를 분석하면 거미줄의 비밀을 파헤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마침내 거미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거미줄의 복잡한 분자구조를 밝혀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의 연구원들은 2014년부터 거미 70종의 유전자 3,400개를 비교 분석하는 고된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기존의 생각보다 더 많은 유전자가 거미줄 만들기에 관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에 따르면 거미의 유전체에서 거미줄 및 그 접착력(potential silk and glue components)과 연관된 유전자만 총 209개인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황금원형거미(Nephila clavipes)의 경우, 총 28개의 거미줄 유전자가 있으며 그중 8개는 과학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발견이었다.
 
한편 황금원형거미의 유전체를 분석한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은 약 400개 정도의 짧은 패턴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이들을 분석하면 유연성, 점착성 등 다양한 거미줄의 특성을 확인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2. 거미줄 관련 유전자가 분석되면서 관련 연구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누에에 거미 유전자를 넣어 거미줄의 특성을 갖는 실크를 뽑아내는 것도 가능할 지 모른다. 출처: Shutterstock
 
인공 거미줄 가능할까
 
이제 과학자들의 관심은 인공 거미줄 제작에 쏠린다. 거미는 양식이 불가능하기에 거미줄의 대량생산은 지금껏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다. 하지만 거미줄의 복잡한 분자구조가 밝혀졌으니 인위적으로 인공 거미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이미 암실크, 아디다스, 노스페이스 등 많은 기업들이 거미줄의 분자구조를 모방해 우수한 생체섬유를 만드려는 시도를 해 왔다. 안타깝게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거미줄을 이루고 있는 단백질의 크기가 인체 단백질의 약 2배인 600kDa(kilodalton)에 달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이만큼의 단백질을 복제하는 것이 어렵다. 이보다 크기가 작으면 실제 거미줄만큼의 강도와 탄성, 유연성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실망은 금물이다. 관점을 바꿔 거미줄의 특성을 갖는 섬유를 다른 생물로부터 뽑아내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거미줄의 유전자를 누에에 넣어 거미줄의 장점을 가진 실크를 만드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아직은 시기상조지만 구조가 밝혀진 이상 거미줄을 인공적으로 생산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언젠가 스파이더맨처럼 손에서 거미줄을 발사하며 빌딩숲을 날아다닐 날이 올 지도 모를 일이다.
 
글: 김청한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Posted by KNUFRIC

<KISTI의 과학향기> 제3031호

 

# 올해로 45살이 된 직장인 A씨. 최근 해외영업을 담당하게 되면서 부쩍 출장이 잦아졌다. 처음에는 외국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지만 그것도 잠시,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몸상태가 말이 아니게 되자 곧 생각이 바뀌었다. 말 그대로 몸 안의 무엇인가가 어긋나버리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A씨와 같이 잦은 해외 출장을 가는 사람들이 극심한 피로와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단지 피곤하거나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 몸 안의 생체리듬이 꼬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자전에 적응한 생물들
 
모든 생명체는 나름대로 환경에 적응하면서 산다. 천적을 속이기 위해 보호색을 띄거나 독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번식을 하기 위해 화려한 치장을 하기도 한다. 추운 곳에 사는 북극여우와 무더운 사막에 사는 사막여우는 겉모습부터가 확연하게 다르다.
 
특히 지구에 사는 생물체라면 반드시 적응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지구의 자전이다. 대부분의 생명체는 지구의 자전에 적응해 24시간의 주기성을 가지고 거의 모든 생리, 대사, 행동을 호르몬 단위에서 정교하게 조절한다. 이를 일주기 생체리듬(circadian rhythm)이라 한다. 우리에게는 ‘생체시계’라는 단어로도 잘 알려져 있다.
 
수면, 음식 섭취 같은 행동에서부터 호르몬 분비, 혈압 및 체온 조절에 이르기까지 일주기 생체리듬은 거의 모든 생물체의 행동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간단히 말해 밤이 되면 졸리고, 야식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며, 끼니 때 배가 고픈 이유 모두가 생체리듬과 연관이 있다. 때문에 생체리듬을 규명하는 것은 많은 과학자들에게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남았었다.

 

 

사진1. 2017년 노벨생리의학상의 영예는 생체리듬을 제어하는 유전자를 찾아낸 3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좌측부터 제프리 홀 브랜다이스대학교 교수,  마이클 영 록펠러대학 교수,  마이클 로스바시 브랜다이스대학교 교수. 출처: Nobel Media.
 
생체리듬을 제어하는 유전자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미국 록펠러대학의 마이클 영 교수와 브랜다이스대학교 제프리 홀, 마이클 로스바시 교수는 이 생체리듬을 제어하는 유전자를 찾아낸 과학자들이다.
 
이들은 70년대 초 초파리 연구를 통해 일주기 생체리듬을 관장하는 피리어드(Period)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 유전자는 밤 동안에는 세포내에 PER 단백질울 쌓이게 만들고, 낮 동안에는 이들을 분해시키는 과정을 통해 생체시계가 작동되게 만든다.
 
이들의 발견 이후 많은 과학자, 특히 생명공학자들과 의학자들이 생체리듬의 규명 및 조절 연구인 시간생물학(chronobiology)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즉 하나의 가능성으로만 논의됐던 '시간의 생리학'이 본격적인 분석과 적용의 영역으로 넘어온 것이다.
 
실제 같은 약이라도 언제 복용하느냐에 따라서 효과가 다르기에 24시간 생체주기를 잘 조절하면 항암제 같은 약물의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혹은 약물이 가장 효과적으로 반응하는 시점을 파악해 집중적으로 투약하는 것도 가능하다.
 
같은 약이라도 시간 따라 효과 다르다
 
한편 시간생물학은 신약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추세다. 신약 개발에 생체시계를 적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때문에 생체시계의 정확한 계산을 위해 제약사에서 수학자 출신의 연구 인력을 기용하고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가 한창이다. 2014년에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경진 교수 연구팀이 사람의 기분이나 정서 상태의 리듬을 조절하는 핵심적인 작용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2017년 4월에는 울산과학기술원 연구팀이 24시간 주기의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새로운 생체시계 유전자(Ataxin-2)를 발견하기도 했다.

 

 

사진2. 잦은 야근과 불규칙한 수면 등 현대인의 삶은 생체리듬을 깨뜨리는 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는 피로, 우울증, 암 등 수많은 문제를 가져온다. 출처: Shutterstock
 
제대로 된 생활습관의 소중함
 
이런 최신 연구결과는 우리의 삶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현대인의 삶은 생물학적인 리듬에서 크게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육체는 현대인의 삶과 맞지 않다. 사람들은 과도한 인공조명을 쐬며 밤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는 것은 물론, 해외여행과 야간 근무, 야식 등으로 생체리듬을 깨뜨리기 일쑤다.
 
예를 들어 수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호르몬인 멜라토민은 생체리듬을 조절하고 체온을 낮춰 우리 몸이 밤에 잠들게 해 준다. 빛의 밝기가 150LUX 이하의 경우 분비되면서 수면을 유도하는데, 저녁시간에도 밝은 불을 켜놓으면  분비가 억제되기 때문에 불면증이 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지금까지 막연하게만 생각해 오던 일/월주기와 인간생리의 관계에 대해 시간생물학은 확실한 메커니즘을 제시해 준다. 
 
이미 많은 학자들이 수면장애, 피로, 비만, 우울증 같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문제는 물론, 암, 당뇨, 심장마비 등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질환들마저 대부분 생체리듬과 관련됐다는 연구결과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의 연구에 따르면 간호사, 경찰 등 교대근무가 잦은 직업군이 그렇지 않은 직업군에 비해 암에 걸릴 위험도가 1.48배에 달한다고 한다.
 
그 어떤 명약과 획기적인 치료도 예방만 못하다. 제 때 자고 제 때 먹는 올바른 생활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2017년 노벨생리의학상이 증명하고 있다.
 
글: 김청한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Posted by KNUFRIC

 

 

<KISTI의 과학향기> 제3026호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계절 가을이다. 조용히 책을 읽기에 좋은 날씨지만 가을을 맞아 더욱 시끄럽고 치열해 지는 분야도 있다. 바로 스포츠다.
 
인기 스포츠인 야구는 한창 포스트시즌 중이고, 농구 역시 이제 막 긴 시즌이 시작됐다. 축구도 월드컵을 목전에 두고 각종 평가전 등으로 날마다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가을이 지나면 곧 평창 동계올림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시차피로를 잡아라
 
이렇게 숨가쁘게 진행되는 스포츠 잔치에 과학기술이 크게 한 몫 하고 있다. 각종 첨단장비로 기록을 측정하고 경기력 향상을 위해 수억 짜리 고가 훈련기구를 도입하는 등 스포츠와 과학은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최근에는 최고의 경기력을 위해 최상의 몸과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컨디셔닝(conditioning)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학적 컨디셔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과학적 컨디셔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시차 적응이다. 시차피로(jet lag)가 수면장애, 집중력 저하, 소화기능 장애, 두통, 피로감 등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며, 심지어 며칠 동안이나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육과학연구원의 ‘시차극복을 위한 과학적 프로그램’ 보고서에서는 6시간 정도의 시차가 날 경우 반응시간의 44%, 순발력의 13.7%, 근력의 10.3% 정도가 저하된다고 보고됐다. 이에 따르면 8시간의 시차가 발생했을 때 인체 리듬이 재조정되기 까지는 9일이 걸린다.

 

 

사진1. 컨디셔닝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시차회복이다. 운동으로 다져진 선수들의 몸이라도 시차피로로 인한 생체리듬 손상은 피할 수 없다. 출처: Shutterstock 
 
때문에 시차 적응은 가장 큰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체육과학원 송홍선 박사 연구팀이 작성한 ‘2012 런던올림픽을 위한 컨디셔닝 대처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시차피로로 인해 망가진 생체리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음식, 신체활동 등 다양한 외부요인을 동원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이중 특히 효과가 좋은 것이 멜라토닌 복용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하루에 멜라토닌 3~5mg 가량을 섭취하면 수면의 질이 높아지고 다음날 주의력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빛도 중요한 외부요인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은 2500럭스(lux) 정도 조도를 가진 방에 드나들었다. 밝은 빛을 통해 의도적으로 수면시간을 늦춰 생체리듬을 맞춘 것이다.
 
스트레스 파악에는 침이 최고?
 
컨디셔닝에는 심리적 요인도 중요하다. 극도로 집중해야 하는 선수에게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너무도 명확한 일. 이에 타액을 생물학적 표지자(Biomarker)로 이용해 선수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파악하는 방법이 각광받고 있다. 타액에 들어있는 아밀라아제가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에 반응해 증가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한편 스트레스를 파악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망가진 컨디션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일이다. 여기서는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바이오피드백은 말 그대로 기계나 도구를 통해 생체 기능들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호흡, 심박수, 근육의 수축 등 주로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신체반응을 자각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 조절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사진2. 뇌파를 조절해 컨디션을 회복하는 뉴로피드백이 각광을 받고 있다. 출처: Shutterstock
 
뇌파 조절해 컨디션 회복
 
최근 트렌드는 뇌의 전기적 활동(EEG)을 이용하는 뉴로피드백(Neurofeedback)이다. 기계 장치를 이용해 자신의 뇌파를 직접 눈으로 보고 조절하게 함으로써 원하는 방향으로 뇌파를 활성화시키는 훈련을 말한다.
 
선수들의 두뇌에서 발생한 전기적 신호가 디지털 신호로 변환돼 스크린에 나타나기 때문에 평소 조절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던 뇌파를 조절하는 것이 가능해 진다. 반복적으로 자신의 뇌파를 특정한 방향으로 조절하는 훈련을 통해 신체나 정신을 긍정적인 상태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특히 골프나 양궁, 사격 등 심리적 요인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끼치는 종목에서 효과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28년 만에 전종목을 석권한 대한민국 양궁선수들의 비결도 뉴로피드백 훈련이었다.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것은 시합의 당사자인 선수에게도, 보는 우리에게도 모두 즐겁고 뜻 깊은 일이다. 연이어 진행될 스포츠 축제에 과학적 컨디셔닝을 바탕으로 한 수준 높은 경기가 가득하기를 바라본다.
 
글: 김청한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Posted by KNUFRIC
<KISTI의 과학향기> 제3027호

 

 

몇 해 전, 미국의 유명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고 자신이 그런 선택을 한 배경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아직 암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유전적으로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선택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가렛 에반스 영국 맨체스터대 세인트메리병원 유방암발생예방센터 교수팀이 조사한 결과, 안젤리나 졸리의 신문 기고 이후 유전자 검사를 받고 가슴을 절제하는 여성의 숫자가 급증했다. 그리고 그 숫자는 꾸준히 유지됐다. 이는 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완전히 치료하기 어려운 현재의 의료기술 수준에서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노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전보다 암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1. 미국의 유명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유전적으로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유방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출처: Gage Skidmore
 
나노물질 이용해 정교하게 암 진단한다
 
유방암이나 구강암처럼 손이나 눈으로 이상을 느낄 수 있는 부위에 생기는 암은 상대적으로 발견하기 쉽다. 그래서 의심스러운 경우 조직검사를 통해 암세포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조직검사와 함께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 양전자단층촬영(PET) 그리고 혈액검사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종합적으로 암을 진단한다. 한 가지 방법으로는 암을 완벽하게 진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검사를 진행한다.
 
최근 과학자들이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는 나노기술의 역할은 각 기술의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예컨대 MRI의 경우 암세포가 있는지 없는지를 더 잘 알아보기 위해 조영제라는 화학물질을 환자에게 투여한 뒤 촬영한다. 암세포가 화학물질과 반응해서 더 밝게 나타나도록 하는 것으로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뚜렷하게 구분할수록 좋다. 이에 천진우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연구단장 연구팀은 2017년 나노입자 조영제를 개발해 이전보다 10배 이상 뚜렷하게 암세포를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
 
원리는 이렇다. 자성을 띤 두 나노입자 사이가 7nm(나노미터) 이상 떨어지면 자기장이 변하면서 이를 촬영한 MRI 신호가 강해진다. 연구팀은 암세포에서 나오는 단백질 효소를 인식하는 물질로 두 입자 사이를 연결해서 나노입자 조영제를 만들었다. 효소를 인식하는 물질이 효소와 반응하면서 두 입자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 MRI 신호가 증폭되는 원리다.
 
혈액으로 암을 진단하는 기술도 나노기술의 도움으로 더 정밀해지고 있다. 지금은 주삿바늘로 혈관을 찔러서 수십 mg의 피를 뽑아낸 뒤 그 안에 암세포와 관련된 물질이 있는지를 찾는 방법을 쓴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며칠간의 시간이 소요되며 알아낼 수 있는 암의 종류도 혈액암 등 소수에 불과하다.
 
과학자들은 혈액 진단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나노기술을 적용한 바이오센서를 연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용하고 있는데, 2016년 곽봉섭 한국기계연구원 대구융합기술연구센터 선임연구원팀은 혈액 속을 떠다니는 암세포(순환종양세포)를 나노자석으로 걸러내는 방법을 개발했다.
 
암이 진행되면 암세포가 혈관을 타고 다른 장기로 이동해 전이를 일으킨다. 혈액 속에서 이를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략 10억 개의 혈액세포 중에서 하나 꼴로 암세포가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연구팀은 암세포 표면 단백질에 달라붙은 자성 나노입자를 개발했다. 나노입자가 암세포에 달라붙으면 바이오센서에 설치된 자석에 달라붙어 이를 검출할 수 있다. 특히 자성 나노입자는 전이성 암세포에 더 잘 달라붙기 때문에 바이오센서는 환자에게 암 전이가 일어나고 있는지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다. 유방암 세포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비전이성 세포는 100개 중 95개를 찾아낼 수 있었고, 전이성 세포는 100개 중에서 80개를 잡아냈다.

 

 

인공 DNA 합성해서 암세포 ‘원샷 원킬’
 
진단뿐 아니라 암을 치료하는 방법도 나노기술을 적용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방법은 우리 몸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유전자 발현 억제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우리 몸의 세포는 DNA라는 유전물질에 담긴 단백질 설계도를 토대로 만들어진다. DNA에서 시작해 단백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몇 단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실제 일꾼 역할을 하는 것이 RNA다. DNA가 건물의 전체 설계도라면 RNA는 이 정보를 가지고 단백질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RNA는 역할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이중 길이가 수 nm에 불과해 작은RNA(siRNA)라 불리는 것들은 유전자가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에서 ‘조율사’ 역할을 한다. 아무리 유전자 설계도가 있다 해도 이들이 작용하면 단백질이 생산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끝없이 복제되고 전파되는 암세포를 막기 위해 siRNA를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암세포의 DNA가 단백질을 생산하는 과정을 막는 siRNA를 인위적으로 만든 뒤 몸에 넣어 암세포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siRNA를 이용하려는 이유는 ‘원샷 원킬’ 특성 때문이다. 현재의 항암제는 암세포 단백질의 특정 부위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는데, 정상 세포의 단백질에도 달라붙을 수 있어 부작용을 일으킨다. 하지만 siRNA는 목표로 하는 단 하나의 단백질만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 없는 맞춤형 신약을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다.
 
약을 목적지로 전달하는 전달체를 매번 새로 개발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중요한 장점이다. 현재는 약마다 다른 전달체를 개발해야 해서 신약 개발비가 많이 든다. 하지만 siRNA 치료제의 경우 전달체는 그대로 쓰고 표적 단백질에 따라 siRNA의 염기서열만 바꿔주면 된다. 이런 이유로 현재 전 세계에서 40건 이상의 siRNA 표적치료제가 임상시험 중이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아직까지 siRNA를 효과적으로 목적지까지 이동시키는 이상적인 전달체가 나오지 않았다. siRNA는 혈액을 타고 흐르면서 혈액 속 효소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에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반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현재까지 개발된 전달체들은 전달 효율이 떨어지거나 독성을 띠는 등의 문제가 있다. 이러한 약물 전달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치료법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나노의학 연구 또한 계속 되고 있다.
 
지원 : 국가나노기술정책센터
글: 최영준 기자 /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Posted by KNUFRIC

<KISTI의 과학향기> 제3019호

 

“인류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SF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에 등장하는 명대사다. 실제로 인류의 역사는 ‘문제의 역사’라 할 만큼 문제투성이였지만, 그런 난관이 닥쳤을 때마다 인류는 언제나 해답을 찾으면서 오늘날까지 생존해 왔다.
 
현재의 인류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로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환경오염이 아닐까? 특히 플라스틱 제품에 의한 오염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위험수위에 다다른 상태다. 플라스틱류는 썩지도 않고, 종이나 쇠붙이처럼 재활용하기 쉽지도 않기 때문에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지구는 플라스틱 폐기물들로 뒤덮인 행성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인류는 또다시 답을 찾아냈다. 그것도 거창한 기술이나 설비의 힘이 아니라, 하찮은 미물(微物)이라 여겼던 곤충의 애벌레에게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스티로폼 완전 분해 능력 가진 밀웜
 
미국과 중국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은 플라스틱류 폐기물 들 중에서도 가장 처리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스티로폼을 먹어치우는 애벌레를 연구하고 있다. 스티로폼을 먹는 애벌레의 명칭은 밀웜(mealworm)이다. 밀웜은 딱정벌레목 거저리과에 속하는 곤충인 갈색거저리의 애벌레다. 몸은 어두운 갈색이며 성충이 되면 길이가 약 15mm 정도로 자란다.

 

 

사진1. 스티로폼을 먹고 있는 밀웜. 출처: stanford.edu
 
밀웜이라는 이름대로 ‘식사’거리로 주로 활용되는 애벌래다. 도마뱀이나 고슴도치 같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친숙한 벌레일 것이다. 이 흔하디흔한 애벌레가 스티로폼을 먹어 치울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과학계는 이 애벌레가 가진 능력에 대해 적잖이 놀랐다.
 
곤충이나 새가 플라스틱을 갉아 먹거나 쪼아 먹는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던 사실이다. 그리고 일부 미생물들이 플라스틱을 분해한다는 연구도 종종 발표되곤 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들의 플라스틱 분해는 물리적인 분해나 불완전한 화학적 분해였다. 커다란 플라스틱 조각을 미세한 형태의 분말로 만든다거나, 완전 분해가 아닌 일부만을 분해하고 나머지는 플라스틱 성분을 그대로 남기는 형태였던 것이다.
 
반면에 밀웜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제대로 분해되지 않는다는 스티로폼을 짧은 시간에, 그것도 원래의 스티로폼과는 완전히 다른 무해한 성분으로 분해하는 능력을 선보였다. 이전에 알려진 스티로폼 분해와는 차원이 다른 메커니즘이다.
 
스티로폼 분해 능력은 장내 박테리아로부터 나와
 
밀웜의 스티로폼 분해 능력의 비밀은 장내에 있는 박테리아다. 앞서 언급한 미국-중국 공동 연구진의 책임자인 스탠포드대 크레이그 크리들(Craig Criddle) 박사와 웨이민 우(Wei Min Wu) 박사의 설명이다. 이러한 사실은 항생제와 분해 능력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연구진은 다양한 항생제를 밀웜에게 먹이면서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항생제를 먹이면 스티로폼 분해 능력이 사라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밀웜 내부에 있는 박테리아가 스티로폼 분해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결과다. 우 박사는 “항생제로 인해 박테리아가 사멸하면서 애벌레는 더 이상 스티로폼을 분해할 수 없게 됐다”라며 “이번 실험을 통해 박테리아가 스티로폼 분해의 주역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항생제 실험에 이어진 분해 능력 실험에서도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밀웜 100마리에게 한 달 동안 매일 34~39㎎의 스티로폼을 먹였고, 그 결과 밀웜은 스티로폼의 절반을 이산화탄소로 바꿔 배출했으며, 나머지는 대변으로 배설함을 관찰했다. 배설한 대변에 혹시라도 스티로폼의 환경오염 성분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정밀 분석을 실시했다. 그러나 유해물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달리 밀웜의 배설물이 작물 재배용 흙으로도 쓸 수 있을 만큼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크리들 박사는 “지금까지 생분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온 스티로폼을 밀웜이 완전히 분해한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라며 “특히 분해 과정이 예상보다 훨씬 빨랐는데, 스티로폼의 대부분이 24시간도 안돼서 이산화탄소와 배설물로 바뀌었다”라고 전했다.
 
밀웜의 가공할 스티로폼 분해 능력에 흥미를 느낀 연구진은 그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그 결과 밀웜의 위장에 존재하는 박테리아들이 분비하는 효소가 스티로폼의 안정적인 결합구조를 파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존에는 플라스틱을 이루는 탄화수소의 결합력이 워낙 강해서 사실상 분해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사진2. 밀웜은 주로 애완동물의 먹이로 사용된다. 출처: grist.org
플라스틱 공해 해결의 신기원
 
밀웜이 스티로폼을 분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번 발견은 가히 혁명적이라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다. 만약 밀웜에 의한 스티로폼 분해 메커니즘을 완전히 규명한다면, 플라스틱 공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새로운 접근 방법을 제시할 것으로 학계는 전망했다.
 
산업계의 관심도 크다. 특히 애벌레의 장내 박테리아가 가진 기전을 잘만 모방하면 스티로폼 분해용 인공 효소까지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크리들 교수는 “쓰레기 매립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스티로폼을 포함한 플라스틱 폐기물들이 해양에서까지도 오염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라며 “미국에서는 매년 3,300만 톤의 플라스틱이 폐기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글: 김준래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Posted by KNUFRIC
<KISTI의 과학향기> 제3015호

 

 

 

 

 

하토, 탈림, 하비, 어마……. 올해도 역시 수많은 태풍(허리케인)이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갔다. 특히 많은 피해를 입은 나라는 미국이다. 역대급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가 연이어 대륙을 강타하면서 피해 규모가 최대 2,62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295조 원에 해당한다. 미 기상당국은 텍사스를 강타한 하비의 누적 강수량을 1252.7㎜로 집계했는데 이는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그 어떤 문명도 태풍 같은 대자연의 위력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곤 했다. 최근 들어 자연의 변덕 앞에 인간은 점점 더 움츠러드는 모양새다. 왜 태풍은 갈수록 강해질까. 그 이유가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정말 지구온난화가 초강력 태풍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해수면 온도와 밀접히 관련돼
 
지구온난화와 태풍의 연결고리는 바로 해수면 온도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태풍은 적도 부근의 바다가 태양열을 받아 수증기로 증발하면서 발달하는 열대저기압이다. 이때 해수면의 온도는 27℃가 넘는다고 한다.
 
한껏 달아오른 수증기가 하늘로 솟구쳐 오르면서 저기압 지역이 생겨나고 이 저기압은 주변의 덥고 습한 공기를 계속 빨아들인다. 이렇게 공기가 몰려들고 상승하는 과정에서 강한 회오리바람과 수분을 품게 된 저기압은 점차 고위도로 이동하게 된다. 이 중에서 최대풍속이 초속 17m 이상으로 발달한 것이 태풍이다.

 

 

사진 1. 최근 급증한 초강력 태풍의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학자들이 지구 온난화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출처: shutterstock
 
여기서 해수면 온도의 상승은 더 많은 수증기의 발생을 가져오고 그에 따라 태풍의 세기는 강해진다고 볼 수 있다. 태풍은 이동경로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진 덕에 이전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실제 기록적 피해를 기록한 하비의 경우도 멕시코만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 높았던 것이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 세계기상기구는 클라우시스-클라페이론 방정식(Clausius-Clapeyron equation)에 따라 수온이 1℃ 올라갈 때마다 대기의 수증기량이 7%씩 늘어난다고 밝히고 있다.
 
지속적으로 강해지는 태풍의 풍속
 
이를 증명하듯 지속적으로 태풍의 풍속은 강해지고 있다. ‘한국항해항만학회지’에 게재된 ‘지구온난화와 태풍의 변화 경향’이란 논문에서는 태풍의 연평균 발생 수는 감소하지만 태풍 역내의 최대풍속은 서서히 강해지는 추세를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해양대학교 설동일 교수 연구팀이 장기간의 기상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이다. 이에 따르면 태풍의 최대순간풍속이 지속적으로 강해지고 있으며 특히 지구온난화가 급격하게 진행된 1980년대 이후 최대순간풍속이 약 초속 75m 이상으로 매우 강한 태풍이 1년에 평균 3.2개 정도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안재해재난연구센터 윤종주 박사 연구팀이 태풍 매미, 사라 등의 데이터를 활용해 경남 해안의 폭풍해일고(해안에서 해수면이 이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 수치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태풍의 위력이 지속적으로 강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를 감안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결론도 도출했다.
 
우리나라도 이제 안전하지 않다
 
이 같은 결론의 원인은 가파르게 올라가는 한반도의 해수면 온도다. 국립해양조사원이 한국 연안해류를 조사해 2000년 3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남해안 수온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제주해협 부근 해역을 따라 표층 수온 상승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의 상승폭은 1.0℃ 정도다. 이는 비슷한 기간 동안 세계의 평균 해수 온도 상승치 0.19℃의 5배에 달하는 수치다.

 

 

사진 2.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이 태풍의 세기를 강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안전지대가 아니다. 출처: shutterstock
 
태풍의 에너지 최강 지점(Lifetime-Maximum Intensity, LMI)이 점차 북쪽으로 올라오는 것도 안 좋은 소식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기상학자 제임스 코신(James Kossin)에 따르면 LMI는 지속적으로 적도에서 극지 방향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풍으로부터 가장 큰 피해를 받는 위험 지역의 위도가 점차 북상해 우리나라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LMI는 지난 30년 동안 10년마다 대략 위도 1°의 비율로 뚜렷하게 이동했다. 이와 같이 LMI의 이동이 지속되면 비교적 태풍안전지대로 분류되는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매년 태풍의 위험에 직격으로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온난화의 경고
 
태풍은 인간의 입장에서는 재앙일지 몰라도 지구 전체의 시스템으로 볼 때 분명한 역할이 있다. 적도 지역의 열에너지를 다른 지역으로 나눠줘 지구 전체의 열에너지 균형을 맞추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물이 부족한 곳에 비를 뿌려 해당 지역의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것도 태풍의 역할이다. 태풍이 단순한 재앙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뜻이다.
 
물론 이런 점을 감안해도 최근의 강력한 태풍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이는 어쩌면 온난화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해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일지도 모른다.
 
글: 김청한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Posted by KNUFR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