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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소식

[과학향기] 매미 소리는 왜 시끄럽게 되었나

 

 

매미소리는 왜 시끄럽게 되었나

 

제 2684 호/2016-06-29

 

동양에서는 오래 전부터 매미를 아주 친근하게 여겨왔다. 애벌레인 굼벵이가 땅속에서 올라와 허물을 벗고 날개를 펼치며 매미가 되는 모습 때문에 불교에서는 ‘해탈’을 상징했고, 도교에서는 껍질을 벗고 새로운 몸을 얻기 때문에 ‘재생’을 상징하기도 했다. 

유교에서는 매미를 덕이 많은 곤충으로 여겨서 조선시대에 관리들이 쓰던 모자에 매미 날개 모양의 장식을 달아 왕과 신하가 사용하기도 했다. 영조 때의 문신이자 가객인 이정신(李廷藎)은 매미의 고어인 ‘매암’과 ‘쓰르람’의 울음소리를 듣고 초야에 묻혀 사는 즐거움을 다음의 시조로 나타내기도 할 정도였으니,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매미를 대단히 기분 좋은 생물로 여겨왔음이 확실하다. 

“매암이 맵다 울고 쓰르람이 쓰다 우니, 산채(山菜)를 맵다는가 박주(薄酒)를 쓰다는가. 우리는 초야(草野)에 뭇쳐시니 맵고 쓴 줄 몰라라.” 

하지만 최근에는 매미가 그간의 친근함을 넘어 여름밤 쇠를 깎는 듯한 큰 소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밤잠을 방해하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매미는 땅속에서 애벌레인 굼벵이로 인고의 세월을 보낸 후 땅 위로 나와 허물을 벗고 예쁜 어른벌레가 되어 한 달 정도 살면서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은 후 일생을 마무리 한다. 

매미의 7년이 넘는 인고의 시간을 지나 한 달 정도를 어른벌레로 살아가는데, 이 시기는 종족 번식에 아주 중요하다. 암수가 만나 짝짓기하고 알을 낳아야 하는데, 이 때 암수를 만나게 해주는 것이 바로 암컷을 부르는 수컷의 큰 울음소리인 것이다. 곤충에서는 소리가 다른 종을 구분하고 같은 종에서 암수 간에 소통하는 중요 수단이라서 소리발생 장치와 청각기관이 발달된 곤충들이 많다. 이 곤충들 중에서 매미는 대표 격으로 암수 간에 구애신호용으로 소리를 내고 듣는다. 

곤충들이 내는 소리의 주파수는 수백 Hz에서 100kHz 이상까지 광범위한데 매미의 울음소리는 3~16kHz의 범위에 있다. 매미의 울음소리는 대부분 진동음(vibration) 방식으로 만들어 진다. 매미의 배딱지 속 진동막, V자 모양의 근육인 발음근과 공명실 역할을 하는 배의 공기주머니 등이 소리를 만들고 크게 증폭시킨다. 매미의 진동음은 발음근이 진동막을 빠르게 진동시켜 발생되고, 이 때 진동음의 주파수는 진동막의 진동 속도와 2차적인 복부의 움직임에 의해 결정된다. 

수컷은 소리를 내면서 복부를 최대한 신장시켜 안쪽의 공기주머니에서 소리의 울림을 최대화해 음량을 크게 한다. 이렇게 커진 소리는 배딱지와 복부 사이가 벌어지면서 생긴 틈을 통해 밖으로 울려 퍼진다. 수컷매미의 소리를 듣는 암컷매미의 고막은 같은 종 수컷이 내는 울음소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암컷은 수컷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소리가 나는 가장 가까운 곳으로 날아가 앉고 마지막에는 시각적인 신호로 서로를 인지해 암수 간에 짝짓기를 하게 된다. 종에 따라서는 암수 간에 소리 외에도 페로몬이라는 화학물질을 추가로 사용해 소리와 함께 서로를 인식하는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한 여름 밤에 계속되는 매미의 시끄러운 울음소리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매미가 시도 때도 없이 운다고 알고 있지만, 매미는 아무 때나 울어서 소중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게 잘 진화해 왔다. 사실 매미가 울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맞아야 한다. 한 가지는 체온이 특정 범위에 맞춰져야 한다. 즉 주위 온도가 일정치 이상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임계온도 이상이 돼야 발음근이 작동하며 그 온도는 종마다 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하나는 주위의 밝기다. 밝기, 즉 조도가 일정수준 이상 또는 이하일 때만 우는 종들이 많다. 

어떤 매미는 햇빛이 강한 날에 잘 울며, 구름이 많이 끼고 흐린 날에는 잘 울지 않는다. 또 같은 종일지라도 태양의 조도가 높은 경우에는 매우 빠른 속도로 울고, 반대로 조도가 낮은 경우에는 매우 느린 속도로 울기도 한다. 주변 온도나 조도 차이 때문에 매미 종별로 우는 때가 다르며, 또 환경변화에 의해 본래는 울지 않던 시간대에 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2015년 12월을 기준으로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생물종목록에는 한반도에 13종의 매미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기록됐고, 이 중에서 도심에서 소음공해를 주로 일으키는 종은 말매미(Cryptotympana atrata)다. 

사진1. 한국의 매미1(사진: 서홍렬) 사진2. 한국의 매미2(사진: 서홍렬)


말매미는 우리나라 매미 중 가장 큰 종이다. 주로 평지에서 살고 날씨가 맑고 태양빛이 강한 날에는 매우 우렁차게 운다. 한 마리가 울면 주변의 말매미들이 동시 다발적으로 우는 성향이 있지만 흐린 날에는 울지 않는다. 7월 중순부터 나타나며 장마가 끝나고 8월 무더울 때에 가장 기승을 부린다. 말매미는 여름철 소음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유명한데 여기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다. 

말매미는 플라타너스라 불리는 양버즘나무와 벚나무를 좋아하는데, 이 나무들이 가로수와 정원수로 도로와 아파트 등에 많이 심어지면서 말매미가 번식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 졌다. 이에 따라 말매미가 많이 번식해 다른 매미들을 제치고 우점종(優占種)이 됐고, 한 여름에 엄청나게 많은 말매미들이 출현하면서 큰 소리로 동조화된 합창을 선사하는 것이다. 또한 최근에는 열대야가 심한 대도시의 밤 온도가 높은 상태로 유지되고, 야간에 밝은 가로등 불빛들이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밤에도 계속해서 시끄럽게 울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다. 말매미의 소리는 단조롭고 크기도 큰데다가 합창을 하는 경우가 많아 여름철 매미 소음의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말매미 소리의 길이는 약 20초로 음압의 크기가 빠르게 커지는 ‘상승부’, 커진 음압이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는 ‘유지부’, 음압의 크기가 작아지는 ‘감쇠부’로 구분된다. 상승부는 약 3초로 음의 세기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주파수영역 또한 증가한다. 진동막이 큰 소리를 내기 위해 더 큰 진폭으로 움직이면 진동수도 어느 정도 높아진다. 유지부는 약 15초로 음의 세기가 거의 일정하게 유지되고 주파수영역도 일정하게 유지된다. 감쇠부는 약 2초로 음의 세기가 줄어드는 부분이다. 이때는 주파수영역도 감소한다. 말매미가 꼬리를 들어 고막과 배딱지 사이의 틈새를 벌리는 과정이 상승부, 틈새를 최대로 벌린 상태에서 소리를 계속 발생하는 과정이 유지부, 꼬리를 내려 틈새가 좁아지는 과정이 감쇠부다. 상승부나 감쇠부보다 유지부에서 고음이 더 많이 발생한다. 

그림. 말매미 소리 특성(그림: 서홍렬) 



말매미 소리 전체의 주파수 분석에 따르면, 소리는 약 4~16kHz의 범위에 있으며, 중심주파수는 주로 5~7kHz 사이에서 분포한다. 중심주파수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피크가 매우 완만하다. 확대된 파형에서는 일정한 패턴으로 감쇠하는 특징을 보인다. 10마리 수컷 말매미를 대상으로 소리의 크기를 측정한 실험에서 1m거리로 환산한 값이 약 80.5dB로 나타나 실제 사람에게는 아주 고통스러운 수준임을 알 수 있었다. 

여름의 상징으로 우리 민족 정서에 청량제 역할을 했던 매미 소리가 지금은 천덕꾸러기가 되고 있다. 누가 이럴 줄 생각이나 했으랴! 최근 환경은 빨리 변하고, 여기에 반응해서 살아가는 생물들도 전과 다르게 흥망성쇠하는 종들이 부쩍 늘었다. 올 여름에도 계속해서 도심에서 매미 수가 늘어나고 밤중에 소리가 더 커질지 지켜볼 일이다. 자연은 특정 생물의 독주를 허용치 않기 때문에 기다리면 인간이 좋아하는 정도의 소리를 내는 매미로 돌아갈려나 기대해 볼 일이다. 

글 : 서홍렬 국립생물자원관 연구관

 

 

주            제 : 농림/수산(축산/임업); 사회

키워드(국문) : 매미; 애벌레; 여름; 주파수; 말매미; 고막

키워드(영문) : Cicada; Larva; Summer; Frequency; Cryptotympana atrata; Tympanic membrane

 

 

 

원문출처 : http://scent.ndsl.kr/sctColDetail.do?seq=6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