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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소식

[과학향기] 완벽해야 해서 힘들다. 강박장애!

<KISTI의 과학향기> 제2930호

 

 

 

 

늘 계획을 세우고 최선을 다해 준비해도 혹시나 일어날 수 있는 변수에 불안해하는 당신. 나름 철저히 준비했다고 생각한 계획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짜증이 나거나 속상한 당신이라면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완벽주의는 ’강박성 성격장애‘ 성향과 맞닿아 있다. 완벽해야하기 때문에 혹시 모를 변수를 계산해 대비책을 세우느라 늘 시간에 쫒기고 마음은 바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을까 불안해하고 실수를 두려워한다. 또 완벽한 결정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정작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에는 우유부단하다. 
 
■ 완벽해야 해서 조급하고, 완벽하지 못할까봐 두렵다
의학적으로 완벽주의는 ’강박성 성격장애‘와 맞닿아 있다. 이 성향의 사람들의 모토는 ’사람이라면 매사 더 잘해야 하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다. 완벽해야하기 때문이다. 강박성 성격장애의 가장 큰 특징이 바로 이 완벽주의다.

 

 그림 1. 강박성 성격장애는 매사를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달리는 정서장애다. (출처: Shutterstock)

 

 

이 성향의 사람들은 ’더 잘해야 해서‘, ’더 노력해야 해서‘ 늘 계획을 무리하게 세우기 때문에 항상 바쁘고 조급하다. 완벽함을 위해 세부 사항에 집중하다 오히려 큰 맥락을 놓치거나 일을 제 시간에 끝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완벽하기 위해 더 노력하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일의 마감시간이 임박할 때까지 손을 놓지 못하는 것이다.
 
시험 공부 방식에서도 성향이 드러난다. 강박성 성격장애 성향의 사람들은 시간이 부족해도 시험 범위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려고 애쓴다. 내용을 한 번다 보는 것에 매인 나머지 정작 시험에 나올 만한 내용을 암기하는 데는 시간을 충분히 쓰지 못해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지 못할 때가 많다.
 
또 계획대로 되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이 두려움은 스스로를 통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슬픔과 분노 등의 감정도 억누른다. 소위 ’꼰대짓‘도 많이 한다. 자신의 생각과 방법에 대한 기준이 완고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는 내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에게 조언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내가 경험해보니 ’내 방법이 옳아‘라고 말한다. 이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일을 넘기거나 팀 단위로 일하는 것을 어려워하기도 한다. 
 
미국 정신의학회가 출판하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의 진단 기준을 보면 이 외에도 지나치게 도덕적이거나 양심적이고, 언제 어떻게 쓸 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물건을 잘 못 버리며,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돈에 인색하거나 돈 걱정을 많이 한다는 특징도 있다.
 
■ ’하면 안 되는 게 많았던 어린 시절‘, 강박성 성격장애 원인일수도
강박성 성격장애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전문가들은 부모의 과잉통제를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다. 부모 기준에서 아이가 하지 말아야 할 것, 하면 안 되는 것들을 엄격하게 통제하면서 아이는 기준과 원칙에 집착해 스스로를 강박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과잉 통제되면서 정작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모르고 자라게 되고 자존감은 낮아지면서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커졌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원인은 무의식적인 학습이다. 전문가들은 ”강박성 성격장애 성향이 있는 사람의 가족을 보면 같은 성향의 구성원이 있다“ 며 ”많은 경우 부모나 부모 중 한사람이 강박성 성격장애 성향으로 함께 생활하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행동과 사고를 학습 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림 2. 스트레스는 강박성 성격장애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출처: Shutterstock)

 

 

스트레스도 이유로 꼽힌다.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에서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면 안전할 것이라는 심리에서 강박적으로 완벽주의를 추구한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사회 환경도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더 많은 스펙을, 더 많은 능력을 요구받으면서도 미래는 불안한 사회 환경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 완벽해야 살아남을 수 있고, 살아남아도 실수하면 실패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강박 장애를 키운다는 것이다.
 
방법은 없을까. 강박성 성격장애의 의학적 치료법은 인지 행동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완벽한 성공 아니면 모두 실패로 치부하는 흑백논리를 지양하고 실패에서도 긍정적인 측면을 생각하는 등 긍정적으로 사고하라는 가이드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0과 100으로만 평가하던 사고에서 벗어나 60점, 80점 등으로 평가를 세분화하고 이를 언어 습관에 적용할 것을 조언한다. 예를 들어 “이번 시험은 망쳤어”어 대신 이번 시험은 세 문제 틀렸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인지 치료의 목표는 사실 ’괜찮아‘할 수 있는 마음이다. 실수 좀 해도 괜찮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부모에게 혼나지 않기 위해 하지 않았던, 혹은 사랑받기 위해 지켰던 규칙들과 상관없이 당신은 가치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으면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강박을 하는지 아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강박하는 순간마다 스스로에게 말해 주면 된다. 괜찮다, 다 괜찮다. 완벽하지 않아도 정말 괜찮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