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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소식

[동아 사이언스] 동물도 암에 걸릴까?...바다거북 Yes, 코끼리는 No

 

암(cancer)이 현대인의 동반자로 떠오른 지 오래다. 식습관이나 음주, 수면시간 등 다양한 생활습관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유전자 돌연변이를 일으켜 특정 조직에서 죽지않는 세포가 생기는게 암이다.

 

그런데 암은 인간만의 문제는 아니다. 보통 오래 사는 동물이나 체구가 큰 동물은 암 발병 위험이 높다고 본다. 수명이 길면 세포 내 돌연변이가 많이 축적되며, 체구가 커 세포가 많을수록 세포가 암으로 변할 확률도 커지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들의 암을 연구하면 인간 암 치료를 위한 힌트를 얻거나 멸종 위기종을 구할 수 있다. 몸집이 크고 세포가 많아 그만큼 세포가 암으로 변이할 가능성이 많음에도 암 발병률이 5% 안팎에 그치는 코끼리는 암 치료 길을 열 열쇠가 되지 않을까 주목받고 있다. 바다거북의 경우, 암 연구가 멸종을 늦추리라 기대된다. 평균 95~120년을 살아가는 장수 포유류 바다거북은 최근 감염성 바이러스에 의한 암 발병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이들 동물의 암 관련 특징을 유전자 수준에서 찾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Rachel Thomas 제공
Rachel Thomas 제공

 

인간과 닮은 유전자 많은 바다거북, 암에 잘 걸려

 

대표적 장수동물인 바다거북(Chelonia mydas)은 섬유유두종(fibropapilloma)을 앓아 몸에 혹같은 암덩어리를 달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인간과 바다거북의 접촉이 증가한 서식지를 중심으로 거북의 암 발병이 크게 높아진 것이 확인됐다. 암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육상 및 수상 동물에서 상당수 발견되고, 박테리아가 원인이 된 암에 걸리는 사람 숫자도 최근 급증하는 등 인간과 동물이 서로 암 발병에 영향을 준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미국 플로리다대 동물학과 데이비드 듀피 교수팀은 RNA 유전자 분석을 통해 그 관계를 추적했다. 바다거북에서 인간과 유사한 RNA 유전자 구역은 334개로, 그 중 321개는 인간 몸에서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로 판명난 것임을 확인해 6월 7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향후 바다거북에서 확인된 인간과 닮은 유전자가 암 유발 가능성을 얼마나 높이는지 연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인간과 거북의 세포에 자외선을 쪼인 다음, 분자 수준의 Wnt 단백질 신호체계의 변화를 추가로 조사한다. Wnt 신호체계는 선충부터 포유동물까지 종을 초월해 보존돼 있는 신호체계로, 세포의 증식과 죽음의 관계한다.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알려져 있다.

 

듀피 교수는 “자외선 노출이 실제로 유전자에 어떤 변이를 유발해 바다거북의 세포 내 신호체계를 망가뜨리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이를 통해 암으로의 진행을 억제하는 약물을 개발, 멸종위기종인 바다거북의 암 발생률을 낮추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GIB 제공
GIB 제공


코끼리에게만 암 저항 유전자가 있다?

 

지난 3월 학술지 ‘셀리포트’에는 미국 유타대 생명과학과 크리스토퍼 그레그 교수팀이 진행한 포유류 20여종의 암 발생 원인 비교 연구가 발표됐다. 여기에는 인간은 물론 코끼리와 벌거숭이두더지쥐, 돌고래, 범고래 등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종에 관계없이 보존된 유전자구역을 비교하기 위해 비교대상이 된 20종 표유류의 유전자구역 66만 여 개를 선정한 뒤 통계프로그램으로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약 7%인 3만 300개가 포유류에서 공통적으로 보존된 구역임을 찾아냈다.

 

이 공통 유전자구역 안의 염기서열을 비교한 결과, 다른 종과 차이가 나는 곳이 코끼리는 3458개, 벌거숭이 두더지 쥐는 4440개, 돌고래가 2408개, 범고래는 2608개, 박쥐는 종별로 약 1만 8000~9000 여 개임을 확인했다. 특히 코끼리에게서만 암을 일으키는 유전적 손상을 막는 고유 유전자 (VRK2-FANCL-BCL11A)가 곳곳에서 발견됐다.

 

그레그 박사는 논문에서 “몸집이 큰 코끼리에게 암세포의 발생은 당장의 생존에 치명적이었을 것이기에 암세포가 되는 것을 막는 유전자가 여기저기 많이 박혀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결국 조사된 약 20여종의 포유류 중에선 코끼리만 암에 걸릴 확률이 현저히 낮은 셈이다. 그레그 박사는 “5400여 종의 포유동물마다 특징이 다 다르다”며 “무한정 커지는 암에 대한 방어체계 역시 암이 보다 치명적인 동물에서 더 유리하게 발달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twok@donga.com

 

원문 기사 링크 :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229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