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명공학소식

[사이언스 타임즈] 인류의 운명, 유전자 하나가 바꿨다? - “CMAH 유전자 돌연변이로 운동력과 면역력 향상”

 

Sciencetimes

 

인간이 직립해 생활하며 지혜를 갖추고 ‘만물의 영장’으로 진화하기까지에는 수많은 유전적 변이가 작용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이 진화과정에서 유전자 변이 하나가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00만~300만년 전, 한 단일유전자의 기능적 상실이 일련의 중대한 변화를 일으켜 궁극적으로 현대 인간을 탄생시켰으며, 출산율에서부터 붉은 살코기 섭취로 인한 암 위험 증가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UCSD)의대 연구팀은 12일 자 ‘왕립협회 회보 B’에 발표한 논문에서 해당 유전자인 CMAH를 결핍시킨 쥐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에서 해당 유전자 상실이 인간을 동물계에서 가장 뛰어난 장거리 선수 중 하나로 만드는데 기여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간은 단일유전자 하나의 변이로 동물계의 뛰어난 장거리 선수가 됐다는 연구가 나왔다. 옛 그리스의 장거리 경주 선수들. 원본은 Gardiner, E. Norman (1864-1930)  Credit : Wikimedia Commons / RickyBennison

 

인간은 단일유전자 하나의 변이로 동물계의 뛰어난 장거리 선수가 됐다는 연구가 나왔다. 옛 그리스의 장거리 경주 선수들. 원본은 Gardiner, E. Norman (1864-1930) Credit : Wikimedia Commons / RickyBennison

 

 

직립 후 골격에 주요한 변화 일어나

 

CMAH 변이가 일어난 것과 거의 동시에 인류 조상들은 숲 속에서 아프리카의 건조한 사막지대로 주거지를 옳겼다는 것이다. 이 환경에서는 잘 달릴 수 있어야 사냥이 가능하다.

 

초기의 인류 조상(hominids)들이 직립해서 걷는 동안 신체와 능력은 극적으로 진화했고, 특히 생체역학 및 생리학 측면에서 골격에 특별한 주요 변화가 일어났다.

 

이에 따라 길고 탄력있는 다리와 큰 발, 강력한 엉덩이 근육 및 다른 대형 포유류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열을 발산할 수 있는 팽창성 땀샘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들로 인해 인간은 비교적 지치지 않고 먼 거리를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런 능력 덕분에 인류 조상은 뜨거운 대낮의 열기 속에서 다른 포식자들이 쉬고 있는 동안 먹이감이 지칠 때까지 쫓아가 잡는 인내력 사냥(persistence hunting)을 할 수 있었다.

 

논문 시니어 저자인 아짓 바르키(Ajit Varki) 분자 및 세포 의학 석학교수는 “우리는 20여년 전에 인류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침팬지와 인간 사이의 명백한 유전적 차이를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말했다.

 

 

북부 칼라하리 사막에서 사냥감을 찾으러 다니는 마사르와 부쉬맨 사냥꾼들. 1892년도에 출판된 사진집에서.  Credit : Wikimedia Commons / H.A. Bryden photogr.

 

북부 칼라하리 사막에서 사냥감을 찾으러 다니는 마사르와 부쉬맨 사냥꾼들. 1892년도에 출판된 사진집에서. Credit : Wikimedia Commons / H.A. Bryden photogr.

 

CMAH 유전자가 결여되면서 운동력 향상돼

 

바르키 교수와 인류학 및 병리학 교수인 파스칼 가뉴(Pascal Gagneux) 교수는 돌연변이의 대략적인 시기와, 이 변이가 같은 돌연변이를 가진 쥐의 생식력에 미친 영향을 감안해, 유전적 차이가 인류속(Homo)의 기원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조사했다.

 

이 인류속에는 현대의 호모 사피엔스와 멸종된 호모 하빌리스 및 호모 에렉투스가 포함된다.

 

바르키 교수는 “쥐는 근육이 약해지는 근이영양증에 쉽게 걸리는 경향이 있어 장거리 달리기능력 증가와 인류속의 지구력 사이에 뭔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고 말했다.

 

논문 제1저자인 존 오커블롬(Jon Okerblom) 대학원생이 실험 과제를 맡아 쥐의 쳇바퀴를 만들고 트레드밀을 설치했다.

 

오커블롬 연구원은 “CMAH 유전자가 결여된 쥐의 운동능력을 평가하고, 트레드밀 테스트와  15일 간 자발적인 쳇바퀴 타기에서 운동력이 향상된 것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어 같은 대학 생리학부 엘런 브린(Ellen Breen) 박사와 협의했다. 브린 박사는 쥐가 혈류와 산소 공급을 증가시킬 수 있는 모세혈관이 더 많아지고, 피로에 더 큰 저항성을 보이며, 미토콘드리아 호흡과 상완 근육이 증가됐다는 관찰 결과를 추가했다.

 

바르키 교수는 이런 결과를 종합해, CMAH 손실은 산소 이용을 위한 골격근 근력을 증가시키는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연구 결과를 인간에 대입하면, 이런 변화가 초기 인류속이 나무에서 내려와 개활지에서 항구적인 수렵-채집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선택적 이점을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인간이 다른 유인원들처럼 나무에서 살다 개활지로 내려와 수렵 채집생활을 하게 된 것은 한 유전자 변이에 따른 골격근의 강화와 관련이 깊다고 말한다.  Credit : Wikimedia Commons / Pierre Barrère

 

연구팀은 인간이 다른 유인원들처럼 나무에서 살다 개활지로 내려와 수렵 채집생활을 하게 된 것은 한 유전자 변이에 따른 골격근의 강화와 관련이 깊다고 말한다. Credit : Wikimedia Commons / Pierre Barrère

 

시알릭산 사용 변화도 큰 영향

 

200만~300만년 전, 인류속의 CMAH는 고대 병원체가 야기한 것으로 추측되는 진화적 압력에 반응해 변이를 일으켰다. 이때 인류속 후손과 현대인들의 시알릭산(sialic acids) 사용에 변화가 나타났다.

 

모든 동물세포의 표면을 코팅하는 당 분자인 시알릭산은 세포 표면에서 다른 세포 및 주위 환경과 상호작용 하는 핵심 접점 역할을 한다.

 

인간의 돌연변이는 N-글리콜리뉴라민산(Neu5Gc)이라 불리는 시알릭산 손실을 일으키고, 대신 그 전구체인 N-아세틸뉴라민산(Neu5Ac)을 축적시킨다. 이 두가지는 단지 산소원자 하나에 의해 갈라진다.

 

이같이 겉보기에 사소한 차이가 인체의 거의 모든 세포 형태에 영향을 미쳤고, 이는 혼합된 축복으로 판명됐다.

바르키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은 CMAH 유전자와 시알릭산의 상실은 단지 장거리 달리기 능력을 향상시킨 것만이 아니라 초기 인류의 체내 고유 면역성을 증진시켰다고 보고 있다. 시알릭산은 또한 암 위험의 생체표지자이기도 하다.

 

연구팀은 반대로, 특정 시알릭산들이 2형 당뇨병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고, 붉은 살코기 소비와 관련된 암 위험을 증가시키며, 염증을 유발한다고 보고했다.

 

바르키 교수는 “이들은 양날의 칼”이라며, “한 유전자의 상실과 작은 분자의 변화 결과는 인류의 기원을 되돌아 볼 때 인간의 생물학적 요소와 능력을 심대하게 변화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