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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소식

[과학향기] 거듭된 성형수술로 완성된 지금의 장미!

 

 

 

 

 

거듭된 성형수술로 완성된 지금의 장미!

 

 

 

제 2679 호/2016-06-22

 

 

 

 

붉은색 장미는 정열적인 사랑의 상징과도 같다. 그런데 피처럼 붉고 탐스러운 장미꽃 속에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다. 식물의 중매쟁이인 벌은 꽃의 색깔이 붉을수록 잘 보지 못한다. 벌의 눈은 파장이 짧은 가시광선(파랑이나 보라색 빛)과 자외선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장미의 풍성한 꽃잎은 아름다움을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다른 부분의 생육이 부실해지기도 하고 심지어는 꽃가루를 만드는 수술이 없어지기도 한다. 속씨식물의 생식기관인 꽃이 더 꽃을 피우기 위해 생식능력을 포기하는 이런 이율배반이 또 어디에 있을까.

 

 


■ 꽃잎 5개의 수수한 꽃에서 오늘날 ‘꽃의 여왕’ 장미가 되기까지

오늘날 꽃집에서 볼 수 있는 장미의 모습은 사실 사람들이 오랫동안 ‘성형수술’을 해 온 결과다. 꽃의 성형수술은 18세기 영국 왕실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람들은 정원을 예쁜 꽃으로 채우기 위해 ‘교배육종’ 방식을 통해 꽃의 빛깔과 모습을 입맛대로 개량하기 시작했다. 가령 붉은색이 짙은 장미끼리 계속 교배해 더욱 짙은 꽃잎의 장미를 만드는 방법이 바로 교배육종이다. 꽃잎수가 100장이 넘는 탐스런 장미도 꽃잎이 많은 품종끼리 교배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가시가 적은 품종끼리 교배해 장미의 상징과도 같던 가시를 거의 없앤 품종도 나왔다.

오늘날까지 개발된 장미 품종은 약 2만5000여 종. 그런데 이토록 다양한 품종을 만드는데 사용된 야생장미의 품종 수가 전 세계에 분포한 150여 종 중 20여 종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놀랍다.

사진. 야생장미, 흔히 알고 있는 장미와는 다른 모습이다.
(출처: fir0002/flagstaffotos.com.au)



교배육종법은 이제 장미의 외모를 가꾸는 것뿐 아니라 내실을 키우는 데도 쓰이고 있다. 불안정한 꽃 모양을 안정화시키거나 병충해에 강한 품종을 만들기도 한다. 오늘날 절화용 장미는 사계절 내내 꽃이 핀다. 시장에 내놓기 위해 꽃을 자르면 계절도 망각한 채 60일 후 새로운 꽃이 올라오는데, 이것도 교배육종법이 쓰인 경우다. 사계절 꽃이 피는 중국의 야생장미종(Rosa Chinensis)과 교배해 얻은 것이다.

하지만 ‘등가교환의 법칙’일까. 교배육종의 부작용도 있다. 김원희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관은 “향기 없는 장미가 늘어나고 있다”며 "원하고자 하는 형질을 획득하려다 뜻밖에 다른 형질을 잃어버릴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교배육종이라는 방법 자체가 유전자를 뒤섞는 과정을 자연에 완전히 맡기는 것인 만큼 불확실성도 크다.

 

 


■ 파란색 장미의 꽃말은 ‘불가능’

2만5000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장미를 만들어낸 교배육종이지만 만들지 못하는 장미가 있다. 바로 ‘파란 장미’다. 그래서인지 ‘파란 장미’의 꽃말은 ‘불가능’이다. 오늘날 꽃집에서 비교적 싼 가격에 만날 수 있는 푸른 장미는 보통 흰 장미를 푸른색으로 물들인 것이다. 교배 육종을 통해 파란 장미를 만들 수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파란 색소를 만들 수 있는 유전자가 전 세계 장미를 통틀어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4년 일본 산토리가 마침내 ‘파란 장미’를 개발했다. 산토리는 푸른색 색소인 ‘델피니딘’을 만드는 유전자를 팬지꽃에서 발견해 이 유전자를 장미의 유전자 틈새에 끼워 넣었다. 하지만 정말 ‘불가능’이란 꽃말 때문일까. 산토리가 만든 푸른 장미의 색깔은 사실 진정한 파란색이라기 보단 연보라색에 가깝다. 푸른색 색소인 델피니딘이 충분히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데도 말이다. 결국 꽃잎의 빛깔은 색소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진정한 파란색의 장미는 여전히 도전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 꽃의 변신은 어디까지인가

크기가 큰 꽃을 만들고 싶다면 계속해서 더 큰 꽃을 가진 품종끼리 교배를 하면 된다. 하지만 자연의 법칙을 넘어설 정도로 큰 꽃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이럴 때는 ‘콜히친’이라는 화학물질의 도움을 받는다.

콜히친을 솜에 묻혀 식물의 생장점에 흡수시키면 그곳에서 더 크고 두꺼운 잎이나 더 큰 꽃이 난다. 콜히친이 식물의 세포가 분열할 때 유전자가 분리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콜히친 처리된 식물은 유전자분리가 되지 않아 같은 유전자를 몇 배나 갖는 4배체, 8배체 식물이 된다. 설계도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중복해서 갖고 있다는 것은 같은 부품(세포)을 중복해서 만들게 된다는 뜻이므로 꽃이나 잎이 커지게 된다.

반대로 작고 아담한 꽃을 만들고 싶다면 왜화제를 쓰면 된다. 왜화제는 식물의 호르몬을 교란시켜 식물이 전체적으로 크게 자라지 못하도록 한다.

오늘날에는 꽃의 기능성이 각광 받고 있다. 특히 실내공기를 정화하거나 토양 속 중금속을 정화하는 기능성 식물이 주목 받는다. 이수영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농업연구사는 대기오염 물질 중 하나인 아황산가스를 흡수하는 페튜니아를 만들기 위한 시작점으로 아황산가스에 강한 페튜니아를 만들었다. 특정 화학물질을 잘 흡수하려면 우선 그 화학물질에 내성이 있어야 한다. 이 연구사는 특허를 낸 새 페튜니아가 "기능성 식물체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글 : 이우상 과학칼럼니스트

 

 

 

주          제 : 농림/수산(축산/임업)

키워드(국문) : 장미; 벌;; 가시광선; 교배육종; 야생장미; 파란장미; 콜히친

키워드(영문) : Rose; Bee; Visible light; Cross breeding; Wild rose; Blue rose; Colchicine

 

 

 

원문출처 : http://scent.ndsl.kr/sctColDetail.do?seq=6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