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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소식

[과학향기] 매운 음식 좋아하는 건 중독?!

 

 

 

 

 

매운 음식 좋아하는 건 중독?!   

 

 

 

제 2669 호/2016-06-08

 

매운 갈비, 매운 떡볶이, 매운 치킨, 매운 라면…. 요식업계의 트렌드가 매운 음식이 된지도 오래됐다. 하지만 매운 음식의 높은 인기는 떨어질 기미가 없다. 사람들은 오히려 더 맵게, 더 자극적인 맛을 찾는다. 그만큼 매운맛은 놀라운 매력을 가지고 있다. 혀가 얼얼해지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어도 다음에 또 찾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덮어놓고 ‘더더’ 매운 음식만 찾다가는 다음날 화장실에서 쓰러진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혀만 아픈 것이 아니라 나의 위장도 아팠던 것이다.

매운맛을 내는 성분은 크게 4가지다. 첫 번째가 마늘과 양파에 들어있는 알리신(Allicin)으로 강력한 살균과 항균 작용을 하고 혈액 순환과 소화를 돕는다. 두 번째는 후추에 들어있는 피페린(Piperine)이다. 위액 분비를 촉진시키고 위와 장 속 가스를 제거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피페린은 지방 세포의 형성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운맛을 내는 성분에는 시니그린(Sinigrin)이 있는데, 시니그린은 겨자나 고추냉이 등에 많이 들어있고 톡 쏘는 매운맛을 낸다. 마지막은 캡사이신(Capsaicin)이다. 주로 고추에 들어있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한다. 이를 통해 지방을 태우며 열을 발생시키는 갈색 지방세포를 활성화해 지방을 분해하는 효과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캡사이신은 교감신경을 활성화하면서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시킨다. 이것이 사람들이 매운맛을 찾는 이유다. 아드레날린과 엔도르핀 분비는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시키기 때문이다.

문제는 매운맛이 과할 때 생긴다. 매운맛을 내는 성분은 위장을 자극한다. 자극이 반복되면 위장에 염증이 생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식도, 위 및 십이지장의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이 천만 명을 넘어섰다. 그 중 ‘위염과 십이지장염과 같은 위장 염증으로 진료를 받은 사람은 전체 48%로 2011년에 비해 400만 명이 증가했다. 만성 위염의 대표적인 원인은 자극적인 음식으로 장기간 섭취한 짜고 달고 매운맛이다. 이런 맛들이 위에 자극을 주기 때문이다. 위식도 역류질환도 마찬가지다. 자극적인 음식은 위산의 역류를 촉진해 속 쓰림이나 이물감과 같은 증상을 악화시킨다.

더 큰 문제는 매운맛은 중독된다는 점이다. 매운맛을 느낄 때 나오는 엔도르핀은 쾌감을 느끼게 한다. 이 반응이 반복되면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매운맛을 찾게 되고 매운맛을 느끼지 못하면 오히려 무기력함을 느끼게 되는 상황이 온다. 당 중독과 상황이 비슷하다. 우리 몸은 당을 섭취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도파민이 과다 분비되는데, 이 짧은 행복감에 중독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당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매운맛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인 스트레스를 제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간이 혀로 느낄 수 있는 맛은 5가지로 단맛과 신맛, 짠맛, 쓴맛, 그리고 감칠맛이 있다. 매운맛은 사실 미각에 속하지 않고 인간의 점막을 자극할 때 느껴지는 아픈 감각과 타는듯한 열감과 같은 통각 신경이 감지하는 고통의 일종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고통을 찾는 이유는 롤러코스터나 번지점프, 공포영화를 보는 이유와 비슷하다. 자극을 통해 쾌락을 주는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하기 위한 것. 따라서 매운맛의 중독을 끊기 위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어렵다면 스트레스를 푸는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또 다른 방법은 감각의 민감성을 높이는 것이다. 인간은 시각과 미각, 촉각, 청각, 후각 등 오감을 가지고 있다. 오감은 인간이 건강하게 생존하는 데 꼭 필요한 감각이다. 그 중 미각은 필요한 영양분과 해로운 독성분을 구별하게 해 생존에 필요한 영양분을 섭취할 수 있게 돕는다. 인간이 오감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미각의 민감도가 떨어지면 맛에 대한 역치가 높아진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보면 알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간이 세진다는 말을 하는데 이유는 미각을 감지하는 능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미각 능력이 저하되면 음식에 소금과 간장을 아무리 많이 넣어도 짠 맛을 잘 느끼지 못한다. 이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고혈압이나 전해질 불균형과 같은 질환을 앓기도 하고 때로는 상한 음식을 모르고 섭취해 탈이 나기도 한다. 매운맛도 마찬가지다. 민감도가 떨어질수록 더 맵고 더 자극적인 음식을 찾게 되면서 위장 자극이 심한 음식을 반복적으로 섭취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민감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과로를 피해야 한다. 지칠 정도로 몸이 힘들면 보고도 무엇인지 모르고 듣고도 무슨 말인지 잘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이 있을 때가 있다. 미각 역시 둔해지기 때문에 맛이나 자극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진다. 스트레스 자체도 줄일 필요가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감정이 격해지면 교감 신경이 활성화 되고 침샘 기능이 저하되면서 미각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실 매운맛은 죄가 없다. 적당히 즐기면 혈액 순환과 소화에도 좋고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다만 몸에서 열감이 느껴지거나 속이 쓰리다면 다음을 기약하고 그만 먹자. 그래야 매운맛도 건강하게 오래 즐길 수 있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주           제 : 생명과학; 보건/의료

키워드(국문) : 매운맛; 아드레날린; 엔돌핀; 스트레스; 위염; 오감; 민감성

키워드(영문) : Pungency; Adrenaline; Endorphin; Stress; Gastritis; Five senses; Sensitivity

 

 

출처 : http://scent.ndsl.kr/sctColDetail.do?seq=6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