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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소식

[과학향기] 중년 남자의 눈물이 슬프지 않아도 흐르는 이유?

<KISTI의 과학향기> 제2922호

 

 

 

살랑이는 봄바람이 거세지자 하염없이 눈물이 난다? 황사라도 부는 날이면 하루 종일 눈물이 흐른다? 특히 중년층에서 많이 나타나는 이 증상은 ‘갱춘기 예능’이라 불리는 <뭉쳐야 뜬다>, <불타는 청춘> 등 TV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있다. 출연자들이 ‘예능’을 하면서 자꾸 눈물을 훔치는 것. 슬프지도 않은데 자꾸 흐르는 눈물, 이유가 뭘까.
 
■ 나이가 들면, 슬프지 않아도 눈물이 난다
중년, 그중에서도 중년 남자의 눈물은 그동안 호르몬 탓으로 많이 치부돼 왔다. 남성은 40~50대가 되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줄어드는 반면 여성호르몬은 증가하면서 공격성은 줄어들고 공감능력은 높아진다. 드라마를 보며 훌쩍이거나 수다스러워지는 이유다. 
 
하지만 많은 중년들이 슬프지 않아도 눈물이 나 애를 먹는다. 이를 의학적으로 눈물흘림증(유루증)이라 한다. 주로 50대에 많이 발생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한 해만 252만 명(2014년 기준)이 눈물흘림증으로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눈물흘림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건조한 안구 탓이 크다. 건조한 안구를 촉촉하게 만들기 위해 눈물샘에서 필요 이상으로 많은 눈물을 만들기 때문이다. 눈싸움을 한다고 눈을 부릅뜨고 한참을 있다 보면 갑작스레 눈물이 나는 현상도 같은 이유다.
 
눈물은 눈꼬리 위쪽에 있는 아몬드 모양의 눈물샘에서 생성된다. 눈물샘에서 만든 눈물은 눈으로 흘러 안구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안구 운동이 부드럽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안구를 늘 촉촉하게 유지시켜 공기나 먼지가 눈에 바로 닿지 않게 눈을 보호하고 미리 눈물을 만들어놨다가 눈가에 이물질이 붙었을 때 씻어내는 역할도 한다.
 

 

 

 

그림 1. 눈 위쪽 노란색 반달모양 부분이 눈물샘이고, 코처럼 세로로 이어진 붉은색 부분이 코눈물관이다.

(출처: 서울아산병원)
 

 

하지만 눈이 건조해지면 눈물이 보호막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초봄에 이는 찬바람이나 황사에 쉽게 자극을 받게 된다. 자극을 받은 눈은 눈을 보호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많은 눈물을 만들어내면서 눈물흘림증을 유발한다. 필요 이상으로 많이 생성된 눈물은 눈에 고여 시야를 뿌옇게 만들기도 하고 흘러내려 눈가를 짓무르게도 한다. 눈물이 자주 흘러내려 계속 닦아내야 하는 번거로움도 유발한다.

 
나이도 이유가 된다. 눈물샘이 위축되고 호르몬이 감소하면서 눈물 자체가 적게 생성되기 때문이다. 줄어든 눈물은 안구 건조를 일으키고 이는 눈물흘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노화 현상으로 눈물의 하수도 역할을 하는 코눈물관이 좁아지면서 눈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넘쳐흐르는 것도 원인이다. 또 눈꺼풀의 힘이 약해지면서 눈물이 코눈물관 입구까지 이동하지 못하면서 눈에 고여 흐르기도 한다. 
 
■ 눈화장‧결막염, 젊은층도 울게 한다
눈물흘림증은 젊은층에서도 발생한다. 바이러스성 결막염을 심하게 앓거나 아이섀도우(eye shadow)나 파우더 등 눈에 닿는 화장품을 자주 사용할 경우, 코눈물관에 염증이 생기면서 협착이 일어나 눈물흘림증이 생기기도 한다. 또 속눈썹이 안으로 밀려 안구를 찌르는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눈물흘림증은 다행히 치료가 가능하다. 안구건조증이 원인인 경우 인공눈물을 주기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늘어진 눈꺼풀 때문에 눈물이 코눈물관으로 이동하지 못할 때는 눈꺼풀을 팽팽하게 당겨주는 시술도 도움이 된다. 코눈물관이 원인인 경우, 초기에는 코눈물관에 실리콘관을 몇 달간 삽입해 길을 넓힌 다음 제거하는데, 제거 후 경우에 따라 다시 재발하기도 한다. 완전히 막힌 경우에는 코눈물관을 대신해 눈물이 흐를 우회길을 만들어 주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 유진성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