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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소식

[동아 사이언스] 'DNA를 털실 삼아' 스웨터 뜨듯 만든 DNA 나노 평면 구조 나왔다

'DNA를 털실 삼아' 스웨터 뜨듯 만든 DNA 나노 평면 구조 나왔다

 

마름모꼴 DNA 오리가미 평면을 풀어내는 모습. 다 풀고 나면 한 가닥 DNA가 된다. - DongranHan, et al./Science 제공

 

긴 털실로 목도리를 뜨듯, 한 가닥 DNA를 이용해 천처럼 생긴 정교한 평면 나노구조물을 만드는 신기술이 개발됐다.


한동란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원팀은 마치 진주를 연결해 진주 목걸이를 만들듯, DNA를 구성하는 단위 재료인 ‘염기’ 분자를 하나씩 인공적으로 연결시켜서 약 1만 개의 염기가 사슬처럼 이어진 긴 DNA 가닥을 만들었다. 그 뒤 마치 털실로 목도리를 뜰 때처럼 이 DNA를 가로, 세로, 또는 대각선 방향으로 규칙적인 패턴으로 구부리고 엮어서 대각선 길이가 약 100nm(나노미터, 10억 분의 1m)인 정교한 마름모꼴 모양의 평면 나노 구조물을 만드는 데 성공하고, 그 결과를 과학잡지 ‘사이언스’ 15일자에 발표했다.

 

 

DNA 오리가미로 만든 가장 큰 구조물인 마름모꼴. 기존의 가장 큰 구조물보다 37배 크다. - DongranHan, et al./Science

 

한 연구원팀은 ‘DNA 종이접기(오리가미)’라는 기술을 이용해 나노 평면을 만들었다. DNA의 염기에는 네 가지 종류가 있다. 이들은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이 결합하듯 염기 두 종류씩 서로 짝을 이뤄 결합하는 성질이 있다. 이 성질을 잘 이용하면, 마치 종이를 접어 풀로 붙이듯 DNA 가닥을 구부리거나 접고 염기로 고정시켜 원하는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연구팀은 인공 DNA 가닥의 염기 순서를 미리 정교하게 설계해, 긴 DNA 가닥이 직선으로 뻗어 나가다 정해진 지점에서 규칙적으로 꺾이게 만들었다. 이 과정을 반복시키면 DNA가 마치 계단 모양의 구조물을 이루게 된다. 연구팀은 이 DNA가 모서리에 이르면 다시 방향을 바꿔서 기존의 계단 모양 구조물과 평행하게 새로운 계단을 만들게 했다. 이 과정을 반복시켜 계단 모양의 DNA로 평면을 가득 메운 마름모꼴을 두 개 만든 뒤, 이들을 포개어 염기끼리 서로 단단히 고정시는 방식으로 하나의 안정된 마름모꼴 구조를 완성했다.

 

 

DNA 오리가미로 만든 하트 모양. 한 가닥으로 만든 게 특징이다. - DongranHan, et al./Science 제공

 

연구팀은 이 방식으로 사각형, 하트, 마름모꼴, ‘스마일’ 얼굴 등 다양한 형태를 제작해 전자현미경으로 확인했다. 그 결과 계획했던 모양이 제대로 만들어졌으며, 가장 크게 만든 마름모꼴은 이전까지 비슷한 방식으로 만든 구조물보다 30배 이상 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오직 DNA 한 가닥만 필요한 방식으로, 수십 개의 DNA 조각을 준비해 서로 이어 붙여야 했던 기존 방식보다 훨씬 제작하기 쉽고 안정적이다. 한 연구원은 논문에서 “서로 떨어져 있는 여러 개의 DNA를 이어 붙이려면 이들을 연결하는 일종의 ‘매듭’이 필요한데, 매듭은 평면 구조를 설계할 때 방해가 된다”며 “우리가 개발한 방식은 매듭 수를 최소화해 원하는 형태로 자유롭게 만들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나의 DNA를 써서 단순하기 때문에) 수학 알고리즘을 이용해 누구나 쉽게 나노 구조물을 설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DNA 오리가미로 만든 하트 모양의 구조. 한 가닥으로 만든 게 특징이다. - DongranHan, et al./Science 제공

 

연구팀은 비슷한 방식으로 RNA를 이용한 구조물을 만드는 데에도 성공했다. 또 미생물을 이용해 대량생산하는 방법도 개발해, 미래에 생체 안에서 움직이는 복잡한 나노 기계를 만드는 데 부품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