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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소식

[사이언스 타임즈] 신약개발 혁신할 단백질 ‘유전 지도’ 최초 제작

 

국제협동 연구팀이 처음으로 생물학적 핵심 구성요소인 인체 단백질의 상세한 유전 지도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수많은 질병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신약 개발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다국적 제약사 엠에스디(MSD)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Nature)7일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체 혈장 ‘단백질체(proteome)’의 유전적 토대에 대한 특성을 밝히고, 약 1500개의 단백질에서 2000개 가까운 유전적 연관성을 식별해냈다.

 

이전에는 연구자들이 동시에 단지 몇 개의 혈액 단백질만 측정할 수 있어 이와 관련한 정보가 적었다. 연구팀은 소마로직(SomaLogic)사가 개발한 신기술(SOMAscan)을 사용해 3300명의 혈액에서 3600개의 단백질을 측정했다. 이어 이들 개인의 DNA를 분석해 유전체의 어느 영역이 단백질 수준과 관련이 있는지를 파악했다. 이를 통해 이전보다 네 배 이상의 관련 지식을 확보할 수 있었다.

 

피의 혈구 모습 일러스트.  핏 속 단백질의 유전 지도가 제작돼 질병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University of Cambridge

 

피의 혈구 모습 일러스트. 핏 속 단백질의 유전 지도가 제작돼 질병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University of Cambridge

 

단백질체, 유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 덜 돼”

 

논문 시니어 저자인 케임브리지대 공중보건 및 1차진료과 아담 버터워스(Adam Butterworth)교수는 “단백질은 인체 생물학의 ‘작동체(effectors)’로서 많은 질병에서 파괴되고, 의약품의 표적이 되지만 유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가 덜 되었다”며, “새로운 기술을 통해 이런 지식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유전 지도의 용도 중 하나는 질병을 일으키는 특정 생물학적 경로를 식별해 내는 것으로, 논문에서는 크론병과 습진을 일으키는 특정 경로를 정확하게 지적해 한 사례로 예시했다.

 

논문 주요저자 중 한 사람인 제임스 피터스(James Peters) 박사는 “지난 10년 간의 유전체학 혁명 덕분에 유전자와 질병 사이의 통계학적 연관성은 잘 파악됐으나, 구체적으로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와 경로를 확인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제, 우리 데이터베이스를 우리가 아는 유전적 변이와 질병 간의 관련성과 결합함으로써 질병의 생물학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단백질과 질병 간의 연관성 확인

 

연구팀은 몇몇 경우에서 단백질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유전적 변이를 확인했다.

이런 변이를 해당 단백질에 대한 ‘점수’(score)로 변환해 단백질과 질병 간의 새로운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예전에 폐질환과 관련된 단백질인 MMP12는 또한 심장질환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MMP12 수준이 높으면 폐질환의 위험성은 낮고 심장병과 뇌졸중에서는 낮은 MMP12 수준이 오히려 질병 위험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것은 폐질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이 단백질을 표적으로 개발된 약물이 생각지도 않게 심장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일이다.

 

소마스캔에서 측정된 시약 신호가 분석 대상의 단백질 수준을 표시해 준다.  Source: SomaLogic homepage

소마스캔에서 측정된 시약 신호가 분석 대상의 단백질 수준을 표시해 준다. Source: SomaLogic homepage

 

MSD 과학자들은 단백질체 유전 데이터가 약물 발견에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부각시키는데 도움을 주었다. 예를 들면 이들이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약물의 잠재적인 부작용을 드러내는 것 외에도 신약과 기존 약물의 단백질 표적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통해 약물 개발에 더욱 기여할 수 있다. 약물과 단백질, 유전적 변이와 질병을 연결함으로써 연구팀은 기존 약물이 다른 질병 치료에도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현재 개발 중인 약물이 임상시험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믿음을 증진시킬 수 있게 됐다.

 

연구결과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 예정

 

연구팀은 세계 여러 연구공동체가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이다.

논문 제1저자로 케임브리지대 공중보건 및 1차진료과 소속인 벤저민 선(Benjamin Sun)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사용방법에 대한 몇 가지 예를 들었지만 이제 이를 사용하고 새로운 응용방법을 찾는 일은 연구 커뮤니티로 넘겨졌다”고 말했다.

 

캐롤린 폭스(Caroline Fox) MSD 부회장 겸 유전학 및 약물유전체학부 대표는 “이번 협동연구에 참여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연구는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쉽이 폭넓은 과학 커뮤니티에서 연구를 위해 잘 활용될 수 있다는 훌륭한 사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지원한 기관 중 하나인 영국 심장재단의 부의학책임자인 메틴 아브키란(Metin Avkiran) 교수는 “비록 우리 DNA가 각 개개인에 대한 (생물학적) 청사진을 제공하지만, 질병에 대한 감수성과 약물 반응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 유전자에 의해 부호화되는 단백질의 기능과 양 그리고 구조상의 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우리 핏 속의 단백질이 유전적 구성에 의해 어떻게 조절되는지에 대한 놀랍고도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는 한편, 심장 및 순환기계 질병 치료법 개발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