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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소식

[사이언스 타임즈]코끼리는 왜 암에 걸리지 않을까?

 

 

 

동물 특성에서 인체 질병치료 단서 찾아

동물의 특성에서 질병 치료의 단서를 찾아보려는 연구가 시도됐다.

 

미국 유타대 학제간 연구팀은 박쥐의 날개에서부터 코끼리의 암 저항력에 이르기까지

동물의 고유한 특성을 이용,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간 유전체 영역을 찾아내 ‘셀 레포츠’(Cell Reports) 6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포유류 유전체의 비암호화(noncoding) 영역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유전체의 98%를 차지하는 이 영역은 단백질을 암호화하지는 않으나 유전자가 언제 어디서 발현되는지를 통제하는 ‘스위치’가 들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비암호화 영역이 건강이나 질병과 관련해 수행하는

역할은 아직 불분명한 상태로 남아있다.

 

크리스토퍼 그레그(Christopher Gregg) 유타대 보건대 신경생물학 및 해부학 조교수는 “비암호화 영역을 정크 DNA라고 부르지만 나는 이를 탐험되지 않은 정글로 보고 있다”며, “우리는 다른 질병들을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유전체 부분을 발견하기 위해 비암호화 영역을 탐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전체에 안내선 설정

 

연구팀은 코끼리와 겨울잠 자는 박쥐, 범고래와 돌고래, 벌거숭이 두더지 쥐와 열 세줄 땅다람쥐 등 다섯 종류의 동물 유전체 ‘정크’ 부위를 샅샅이 뒤져 빠르게 진화한 영역을 확인했다.

각 동물의 유전체에서 진화가 가속화된 수 천개의 영역이 발견됐다. 진화가 가속화된 일부 영역들은 박쥐의 날개나 코끼리의 거대한 몸체, 열 세줄 땅다람쥐의 독특한 채색 같은 인식 가능한 특성을 부여한다.

 

동물의 고유한 특징은 질병을 이해하기 위해 인간 유전체의 비암호화 영역을

식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CREDIT: Temel Yasar

 

논문 제1저자로 그레그 교수 연구실의 생물정보학자이자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엘리오트 페리스(Elliott Ferris)는 “우리는 다른 동물 종의 극단적인 특성을 활용해 인체의 건강과 질병을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간 유전체의 비암호화 영역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확인한 요소들을 다음과 같다.

    - 코끼리 유전체는 암 저항성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DNA 복구와 관련이 있다
    - 박쥐의 유전체는 손발 기형 연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날개 발달과 관련이 있다.
    - 돌고래와 범고래의 유전체는 각막 발달 연구에 도움이 되는 눈의 발달과 관련이 있으며, 혈액 응고 질병 이해에 필요한 고압 환경 적응과 관련된 요소도 있다.
    - 열 세줄 땅다람쥐 유전체는 백색증이나 레오파드 증후군 연구에 도움되는 착색 및 색소 침착과 관련된다.
    - 벌거숭이 두더지 쥐의 유전체는 녹내장 연구에 도움이 되는 눈 발달과 관련이 있다.

 

같은 대학 소아암 전문가인 조슈아 쉬프먼(Joshua Schiffman) 교수는 “이 방법을 통해 우리는 동물계 전반에 걸쳐 질병에 대한 자연의 잠재적 해결책을 밝혀낼 수 있다”며, “그레그 박사팀은 암 같은 질병의 잠재적 치료 표적 확장을 위해 함께 탐구할 수 있는 장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끼리는 거의 암에 걸리지 않아

 

생물체는 살아가면서 끊임 없이 새로운 세포가 생겨나는 생명현상을 보이고 있는데, 세포가 복제될 때마다 암으로 이어지는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다. 그런데 인간보다 100배나 많은 세포를 가지고 있고 60~70년을 사는 거대한 몸집의 코끼리는 암에 걸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연구팀의 작업을 그림으로 묘사한 도표. 코끼리와 작은 갈색 박쥐, 큰 갈색 박쥐, 범고래와 돌고래, 벌거숭이 두더지 쥐,

열 세줄 땅다람쥐의 가속화된 진화를 분석해 신체의 돌연변이 비율과 암 위험, 손발의 발달, 면역력, 녹내장, 색소 침착 및

기타 임상 표현형을 형성하는 기능적 유전체 요소를 나타냈다. CREDIT: Ferris et al./Cell Reports

 

쉬프먼 교수는 유전학적으로 암에 대한 자연 저항력을 이해하기 위해 코끼리를 연구하고 있다. 앞선 연구에서 그의 팀은 다른 연구자들과 협력해 종양 억제 유전자(p53)의 여분 카피들의 잠재적 역할을 확인한 바 있다. P53은 DNA가 손상된 전암성 세포들을 제거하는 능력을 증대시킨다.

 

그레그 교수와 페리스 연구원은 코끼리 게놈의 진화가 가속화된 영역에서 돌연변이나 암 저항성을 형성하는 추가적 후보 요소들이 나타나는지를 시험했다. 테스트 결과 진화가 가속화된 수많은 영역과 관련된 세 개의 유전자(FANCL, VRK2 and BCL11A)를 식별해 냈다. 이 유전자들은 돌연변이를 막아주는 DNA 복구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연구 결과 토대로 암 저항성 유전체 요소지도 작성

 

쉬프먼 교수팀은 이 유전자들이 코끼리 세포의 DNA 손상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실험실에서 아프리카 성체 코끼리 혈액 표본에 대해 일련의 실험을 진행했다. 그레그 교수팀은 이 데이터를 활용해 DNA 손상에 반응하는 여러 유전자가 코끼리의 진화가 가속화된 영역에 풍부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 결과를 통해 암 저항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포유류 유전체 요소들의 지도가 만들어졌다.

 

그레그 교수는 “우리는 코끼리 게놈에서 암을 회피하는 p53 이외의 다른 기전을 확인했다”고 말하고, “이 코끼리 연구 결과는 유전자 활동을 통제하고 돌연변이와 암 형성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예측되는 인간 유전체에서의 비암호화 염기서열을 나타내준다”고 설명했다.

 

그레그와 쉬프먼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유전체 영역이 어떻게 인체 치료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연구팀을 꾸리고 있다. 이같이 진화가 가속화된 영역이 사람에게서도 질병 과정을 통제하는지를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기능적인 연구가 더 필요하다.

 

그레그 교수는 “우리는 미지의 영역을 주시하고 있다”며, “이 방법은 유전체를 탐구해 질병을 확인하고 진단, 치료하는 새로운 접근법 발견을 위한 길을 열어준다”고 말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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