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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소식

[사이언스 타임즈] 눈먼 생쥐 유전자 치료로 눈 떠 - 3년 안에 사람 대상 임상실험 계획

 

사람의 망막이 손상되면 지금은 한가지 치료법이 있다. 전자눈을 이식하는 것이다. 전자눈은 비용이 많이 들 뿐 더러 큰 수술이 필요하고 또렷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뇌과학자들이 새로운 대체수단의 놀라운 효과를 연구했다. 유전자 치료로 앞 못 보는 생쥐의 시력을 되찾아 준 것이다. 앞 못 보는 생쥐에게 바이러스를 통해서 초록색 옵신을 주입했더니, 이 눈 먼 쥐는 정상적인 활동을 할 만큼 시력을 회복했다.

 

과학자들이 발견한 유전자 치료법은 놀랄만큼 간단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캠퍼스(UC 버클리)의 연구팀은 눈 먼 생쥐의 눈에 초록색 수용체 유전자를 주입했다.그랬더니 1개월 뒤에 이 눈 먼 생쥐들은 시력 문제가 없는 생쥐들처럼 아주 쉽게 장애물을 피해 다녔다. 움직임을 볼 수 있었고, 아이패드에 적힌 글자를 구분할 정도로 시력이 회복됐다.

 

신경절 세포에 유전자를 주입하는 새 치료법 개념도. 오른쪽 그림은 정상적인 망막을 구성하는 층을 나타낸다. ⓒ John Flannery

 

연구원들은 빠르면 3년 안으로 이 유전자 치료법이 망막 손상으로 시력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대상으로 임상실험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이번 연구결과는 15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에 발표됐다.

 

초록색 수용체 유전자 1개로 충분했다.

 

UC버클리 분자및세포생물학의 에후드 이사코프(Ehud Isacoff) 교수는 “사람의 눈에 유전자 치료법을 적용하면 수개월 뒤에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망막의 신경퇴화로 발생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퇴화의 진전을 늦추거나 중지시키는 것 뿐이었다. 세계적으로 약 1억 7000만명이 노화와 관련된 망막손상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는 55세 이상 되는 사람의 10%가 넘는다. 약 170만 명은 선천적으로 색소성 망막염으로 태어나는데 이들은 40세가 되면 보통 맹인이 된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전자눈을 이식하는 것으로 제한되어 있다. 이 전자눈은 비디오 카메라가 달린 안경을 써야 할 뿐 아니라 매우 비싸다. 전자눈은 신호처리 장치를 지니고 다니면서 망막에 신호처리 장치를 이식하는 복잡한 구조이다. 해상도가 불과 수 백 픽셀 정도여서 매우 흐릿하다. 선명하게 보려면 수백만 픽셀이 필요하다.

망막의 손상을 불러오는 유전적 결함을 고치는 것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왜냐하면 색소성 망막염 하나만 해도 여기에 관여하는 유전적 변이가 무려 250가지나 되기 때문이다. 이 유전적 변이의 90%는 망막의 광수용체 세포를 죽인다. 눈에 있는 막대세포는 희미한 빛에 민감하고 원추세포는 대낮에 색깔을 인식한다.

 

그러나 다행한 것은 망막이 손상되어도 망막신경절(retinal ganglion) 세포 같이 시력에 관계하는 다른 세포들은 살아있다. 망막신경절 세포는 사람들이 완전히 앞을 보지 못하게 된 후에도 수십 년 동안 건강한 상태로 남아있다.

UC버클리 연구팀은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90%에 달하는 망막신경절세포가 빛을 감지하는 기능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생쥐의 시력을 회복하기 위해 연구원들은 망막신경절 세포에 도착하는 바이러스를 설계하고, 이 바이러스에 빛을 감지하는 수용체인 초록색 원추형 옵신(cone opsin)을 가진 유전자를 탑재했다. 보통 이 옵신은 원추형 광수용체 세포에 의해서만 표현이 되면서 초록-노랑색을 감지한다.

 

낯 선 우리에 들어갔을때, 눈 먼 쥐의 궤적(위)과 유전자 치료받은 쥐(가운데) 및 정상쥐의 궤적

ⓒ Photo by Ehud Isacoff and John Flannery

 

눈에 주입된 바이러스는 이 유전자를 신경절 세포로 들어가게 한다. 빛을 감지하지 못하던 신경절 세포가 빛을 감지하면서, 두뇌에 신호를 보내 두뇌가 사물을 해석하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망막은 상황이 다르다. 사람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바이러스를 주입해야 하는데 왜냐하면 사람의 눈은 생쥐의 눈에 비해서 천 배나 많은 신경절 세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바이러스 전달을 증진하는 방법을 고안했으므로 유전자 치료법으로 해상도가 높은 카메라에 버금가는 시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이 분야를 연구한 이사코프와 플라너리 교수는 그동안 복잡한  치료법을 연구해왔다. 신경전달 물질 수용체와 빛을 감지하는 화학적 스위치 등을 결합하는 치료법이다. 이 방법이 효과는 있었지만, 정상적인 시력을 회복할 만큼 민감할 정도로 높아지지는 않았다. 옵신 역시 민감도나 낮았기 때문에 빛을 증폭하는 안경이 사용이 필요했다.

 

AAV 이용한 치료법으로 큰 성과 거둬

 

자연적인 수준에 도달하는 민감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사코프와 플라너리 교수는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 (AAV·adeno-associated virus)를 이용하는 치료법에 눈을 돌렸다. AAV를 이용해서 두 사람은 신경절 세포에 있는 유전자 안으로 망막 옵신 유전자를 성공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다.

 

이사코프 교수는 “이 시스템은 정말 대단히 만족스럽게 작용하고 있으며, 게다가 아주 간단하다”고 말했다. AAV 전달 시스템을 이용한 치료법은 퇴행성 망막 안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치료법으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옵신이 특정한 막대세포와 원추세포의 광수용체에 작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고 있다. 광수용체의 표면은 옵신으로 덮혀 있다. 막대세포에는 로돕신이 있고, 원추세포에는 빨강 초록 파랑 등의 옵신이 있다. 이들은 아주 복잡한 분자기계 안에 숨어있다.

 

눈이 멀었다가 유전자 치료를 받은 쥐가 정상적으로 장애물을 피하고 있다. ⓒ Photo by Ehud Isacoff and John Flannery

 

신경시스템의 G단백질 수용체 전문가인 이사코프 교수는 옵신이 망막 신경절세포의 신호시스템에 자동적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원추형 옵신 보다 더 빛에 민감한 로돕신을 가지고 시도했다. 로돕신을 막대세포와 원추세포가 완전히 퇴화돼 앞을 볼 수 없는 생쥐의 신경절 세포에 도입했을 때 생쥐는 어두움과 빛을 분간하는 능력을 되찾았다. 그러나 로돕신은 너무 반응이 느렸으며 이미지와 물체를 분간하지 못해,  연구진은 로돕신보다 10배 빨리 반응하는 초록색 원추형 옵신으로 다시 시도했다. 그랬더니 생쥐는 보통 사람들의 시력을 측정할 때 사용하는 것과 같이 가로선과 세로선을 구분할 수 있었으며 움직이는 선과 정지된 선을 구분했다. 생쥐는 실제 생활에 필요한 인지기능 및 3차원 공간을 탐험하는 능력도 회복했다.

 

심재율 객원기자 kosinova@hanmail.net
저작권자 2019.03.19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