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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소식

[사이언스 타임즈] 분자수준 인체 간세포 지도 처음 작성 - 간 이식과 간 질환 진료에 획기적 도움 기대

Sciencetimes

 

 

분자 수준에서 개별 세포들의 차이를 나타내는 인체 간세포 지도가 처음으로 작성됐다.

 

간에 있는 각 세포들의 차이는 간 조직이나 종양 및 질환에서 중요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새로운 간세포 지도는 간 질환의 연구와 진료에 혁신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캐나다 토론토 종합병원 연구소 UHN 이식 프로그램 과학자인 소냐 맥펄랜드(Sonya MacParland) 박사와 이언 맥길브리(Ian McGilvray) 박사, 토론토대 세포 및 생체분자연구소 게리 베이더(Gary Bader) 박사는 사망한 기증자의 건강한 간조직에서 얻은 8444개의 개별 세포 분자 모습을 지도화해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Nature Communications) 22일자에 발표했다.

 

논문 제1저자인 맥펄랜드 조교수(면역ᆞ실험의학 및 병원성 생물학)는 “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간을 개별 구성요소가 아닌 세포의 혼합체로만 보고 연구를 해 왔다. 그렇기에 간질환을 일으키는 세포들을 표적화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었다”라고 밝혔다.

 

처음으로 만들어진 분자수준 간세포 지도. 연구팀은 염증성 및 비염증성 기능을 가진 별개의 간 대식세포를 포함한 20개의 다른 세포집단을 발견했다.  Graphic: Adapted from MacParland et al., Nature Comms., 2018

처음으로 만들어진 분자수준 간세포 지도. 연구팀은 염증성 및 비염증성 기능을 가진 별개의 간 대식세포를 포함한 20개의 다른 세포집단을 발견했다. Graphic: Adapted from MacParland et al., Nature Comms., 2018

 

세포 유전자 발현 프로파일 조사 

 

연구팀은 세포 당 1500개의 활성 유전자를 가진 각 세포의 유전자 발현 프로파일을 조사해 20개의 서로 다른 세포군을 분류해 냈다. 이 세포군에는 간세포, 내피세포, 담관세포를 비롯해 B세포와 T세포, NK세포와 같은 다양한 면역세포 등이 포함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간 면역생물학의 새로운 측면”이라고 밝히며 “이는 간세포의 새로운 특성 윤곽을 보여주는 단일 세포 해상도라 할 수 있다. 간의 포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특히 새로운 인체 간 면역 미세환경 지도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가 ‘인체 세포 아틀라스 프로젝트(Human Cell Atlas Project)’에서도 활용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모든 인체 세포를 지도화해 연구자들이 유전적 변이가 질병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도록 돕는 개방된 국제 협동작업이다. 전 세계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연구 자원으로서 새로운 치료법과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를 가속화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가로막 아래 우상복부에 위치한 간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대사 및 호르몬 대사를 비롯한각종 대사작용과 해독 및 살균작용을 한다.  Credit : Wikimedia Commons/ Tvanbr

가로막 아래 우상복부에 위치한 간은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대사 및 호르몬 대사를 비롯한 각종 대사작용과 해독 및 살균작용을 한다. Credit : Wikimedia Commons/ Tvanbr

 

 

현재 시행되는 간 치료법 개선 필요”

 

수백 건의 간 이식과 간암 수술을 시행한 이언 맥길브리 외과 부교수 겸 UHN 이식 프로그램 연구책임자는 현재의 간질환 치료법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단일세포 수준에서 간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했다.

 

맥길브리 박사는 “세포 간 차이는 매우 크다”고 설명하면서 “2018년 현재에도 간의 세포적 조망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는 건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많은 경우의 간 손상에서 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간 이식”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간이 어떻게 발달하고 조직과 생물학적 시스템 안에서 어떻게 함께 작동하는지를 알게 되면 대안적 치료법과 이식 거부율 감소 및 재생의학적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간 질환이 점증하면서 대안적 접근법 개발도 시급해지고 있다. 비만자의 23% 정도는 염증성 지방간 발병 위험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세계적으로 7000만명 정도가 만성적인 C형 간염에 걸려있는 상태다.

 

 

간을 현미경적으로 해부한 모습. Credit : Wikimedia Commons/ Anatomy & Physiology, Connexions Web site. http://cnx.org/content/col11496/1.6/

 

간을 현미경적으로 해부한 모습. Credit : Wikimedia Commons/ Anatomy & Physiology, Connexions Web site. http://cnx.org/content/col11496/1.6/

 

인체 고형 장기에 대한 최초의 지도

 

연구팀은 간 지도를 만들기 위해서 몇 가지 문제를 극복해야 했다.

 

먼저, 프로젝트 팀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참여가 필요했다. 이식외과의사, 면역학자, 간 전문의, 컴퓨터 과학자와 유전체 연구자들이 최초의 고형 장기 지도를 개발하기 위해 여러 기관에서 모였다.

 

또 다른 문제는 신선한 간 조직을 구하는 일이었다. 이식을 위한 간 적출에 동의한 사망자로부터 윤리적 승인 아래 샘플을 구했다. 이는 생검(生檢) 샘플을 얻어서 간을 연구하는 기존의  표준방법과 달리 세계에서 유일한 일이었다.

 

세 번째 과제는 간조직으로부터 단일세포를 분리해 내는 작업.

 

간세포와 간에 있는 다른 세포들은 섬세해서 표준적인 조직 추출방법으로는 종종 생존하지 못 하는 수가 있다. 이 방법은 조직을 작은 조각으로 잘라서 분리하고 필터링 과정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자주 세포가 죽는다.

연구팀은 수년 동안의 이식과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경험으로 효소 혼합물을 사용해 최선의 프로토콜을 얻을 수 있었다. 이 방법으로 연약한 세포 자체에는 해를 주지 않고 거미줄 같이 생긴 간의 연결조직에 부착된 세포들을 조심스레 떼어낼 수 있었다.

 

이렇게 해서 각 세포의 개별적인 분자 구성 연구가 가능하게 됐다. 이 단계는 한 세포에서의  작지만 중요한 변화가 어떻게 수많은 다른 세포들의 혼합체 안에서 질병 상태를 촉발하는지를 깊게 이해하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항이다.

 

연구팀은 최신 기술을 적용해 유전체학과 같은 분야의 예전 한계를 극복했다. 수많은 세포 종류를 ‘대량으로’ 동시에 분석했으나, 세포 간의 중요한 차이점을 간과하지 않고 다른 여러 데이터와 조화를 이루어 과업을 수행했다.

 

특히 복잡한 조직과 이질적인 세포 조합의 분석에 탁월한 10배속의 지노믹스 크로미엄(Genomics Chromium) 시스템을 갖춘 프린세스 마가렛 지노믹스 센터 연구진, 그리고 연구팀을 위해 최신 데이터 분석 파이프라인 및 커스텀 경로 분석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게리 베이더 박사의 도움이 컸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각 세포들의 분자적 및 유전적 기능과, 각 세포들이 전체 간 기능에 어떻게 기여하는가를 지도화할 수 있었다.

 

UHN(University Health Network)의 이식 프로그램(Transplant Program) 과학자인 소냐 맥펄랜드 박사와 이언 맥길브리 박사, 토론토대학의 게일 베이더 박사(왼쪽부터)는 분자 수준에서 인체 간세포 지도를 처음으로 완성했다.  Photo: UHN

 

UHN(University Health Network)의 이식 프로그램(Transplant Program) 과학자인 소냐 맥펄랜드 박사와 이언 맥길브리 박사, 토론토대학의 게일 베이더 박사(왼쪽부터)는 분자 수준에서 인체 간세포 지도를 처음으로 완성했다. Photo: UHN

 

간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방법은?”

 

맥길브리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 간에 대해 예기치 않았던 매우 새로운 것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연구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간의 대식세포-외인성 물질을 파괴하고 면역반응을 조정하는 면역계의 ‘탱크’가 실제로 무엇인가에 대해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며 “우리는 하나는 염증을 일으키고(pro-inflammatory) 다른 하나는 항염증작용(anti-inflammatory)을 하는 명백히 구별되는 두 가지 대식세포군이 간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새로운 발견은 의학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예를 들면 ‘두 대립형 대식세포를 활용, 새로 이식된 기관이 인체 거부반응에 대한 저항성(tolerance)을 얻도록 하는 것’ 등이다.

 

앞으로 의사들은 장기이식자들을 위해 염증을 일으키는 세포들을 하향 조절하고 항염증세포는 상향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새로 이식한 기관이 거부되지 않도록 하는 한편 많은 면역억제약물을 복용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것이 맥길브리 박사의 설명이다.

 

한편 맥펄랜드 박사는 “새로운 간 지도가 정상 간에서 발견되는 더욱 많은 세포군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도가 점점 더 상세해질수록 정상 세포와 병든 세포를 더욱 잘 비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제 간을 정상상태로 되돌리는 방법은 무엇인가에 대해 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병희 객원기자다른 기사 보기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10.23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