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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소식

[사이언스 타임즈] 선천성 실명, 시각회로 회복 성공 - 망막과 뇌로 통합되는 광수용체 생성 확인

 

 

선천성 실명인 동물의 망막에 있는 지지 세포를 광수용체로 바꿔 시각회로를 회복시키는데 성공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안연구소(National Eye Institute; NEI)의 연구 지원을 받은 마운트 사이나이의대 연구진은 날 때부터 실명인 쥐의 망막 안 ‘뮐러 신경교 세포(Müller glia)’를 유전자를 이용해 막대 광수용체(간상체)로 분화시켜 아무런 망막 손상 없이 시각 회로를 생성시켰다고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15일자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노화 관련 황반변성과 색소성 망막염 같은 실명 위험이 높은 질병에 대한 재생의학적 치료가 새로운 진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연구를 주도한 보 첸(Bo Chen) 마운트 사이나이의대 안과 부교수 겸 시각 줄기세포 프로그램 책임자는 “이번 연구는 약이나 침습적인 과정이 아닌 자기 교정(self-repair)을 필요로 하는 환자들에게 가능성 있는 치료법을 제시하기 위한 첫 단계”라고 말했다.

 

광수용체 처음 재프로그래밍에 성공

 

NEI의 망막 신경과학 프로그램 책임자인 토머스 그린웰(Thomas N. Greenwell) 박사는 이 연구에 대해 “포유동물에서 뮐러 신경교 세포를 기능성 막대 광수용체로 재프로그래밍한 최초의 연구보고”라고 밝혔다.

그는 “막대 모양의 망막 간상체(rods)는 낮은 조명 아래서도 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하지만, 원색을 선명하게 보는데 중요한 원뿔 광수용체의 보존에도 도움을 준다”며, “눈의 망막 중심부에 있는 원뿔체(추상체)는 질병 말기에 사멸하는 경향이 있어 만약 망막 간상체가 눈 안에서 재생될 수 있다면 광수용체에 문제를 일으키는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뮐러 신경교 세포 유래 막대 광수용체(간상체) 이미지를 눈 모양과 합성한 그림. 이 새로 형성된 광수용체는 실제의 광수용체와 같고, 망막과 뇌에 이르는 시각 경로 회로에 통합됐다.  CREDIT: Bo Chen, Ph.D.

뮐러 신경교 세포 유래 막대 광수용체(간상체) 이미지를 눈 모양과 합성한 그림. 이 새로 형성된 광수용체는 실제의 광수용체와 같고, 망막과 뇌에 이르는 시각 경로 회로에 통합됐다. CREDIT: Bo Chen, Ph.D.

 

광수용체(photoreceptors)는 안구 뒤쪽의 망막에 있는 감광 세포들로, 이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뇌로 신호를 보낸다. 쥐나 사람을 비롯한 포유동물에서 광수용체는 스스로 재생되지 못 한다. 대부분의 신경세포들처럼 일단 성숙하면 분화되지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분화 성공했어도 조직 손상이 걸림돌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뮐러 신경교세포의 재생 가능성에 대해 연구해 왔다. 왜냐 하면 제브라피쉬같은 다른 동물들에서는 망막에 있는 광수용체가 손상돼 보지 못하게 되면 여기에 반응해 뮐러 신경교세포가 광수용체나 다른 망막 신경세포로 분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브라피쉬는 심각한 망막 손상을 입은 뒤에도 시력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 과학자들도 그동안 실험실에서 포유류의 뮐러 신경교세포를 제브라피쉬에서처럼 분화되도록 유도할 수는 있었으나 조직에 손상을 입혀야 했다.

 

첸 교수는 “실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시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망막을 재생하려고 할 때 뮐러 신경교세포를 활성화시킨다고 망막을 손상시킨다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 꼴”이라며, “때문에 우리는 살아있는 실험 쥐에서 망막을 손상시키지 않고 뮐러 신경교세포를 막대 광수용체로 프로그램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분화 유전자와 유도인자 주입

 

첸 교수팀은 두 단계의 재프로그래밍 과정 가운데 첫 단계에서 정상적인 쥐의 눈에 베타-카테닌(beta-catenin) 단백질을 활성화시키는 유전자를 주입해 뮐러 신경교세포가 분화하도록 자극했다. 그리고 몇 주 뒤 다시 쥐의 눈에 새로 분화된 세포들이 막대 광수용체로 발달되도록 유도하는 인자들을 주입했다.

 

망막에 있는 세 가지 유형의 감광성 세포 중 두 가지인 간상체(rods)와 원뿔체(cones)의 기능적 부분들.  Credit: Wikimedia Commons / OpenStax College

망막에 있는 세 가지 유형의 감광성 세포 중 두 가지인 간상체(rods)와 원뿔체(cones)의 기능적 부분들. Credit: Wikimedia Commons / OpenStax College

 

현미경으로 새로 형성된 세포들을 추적 관찰한 결과 연구팀은 새로 형성된 광수용체들이 구조적으로 실제의 광수용체와 아무런 차이점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울러 이 망막 간상체가 망막 안 다른 유형의 뉴런들과 통신하도록 하는 시냅스 구조가 형성된 것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뮐러 신경교세포 유래 막대 광수용체가 기능성을 지니고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기능성 막대 광수용체 없이 태어난 선천성 실명인 쥐에게 이 치료법을 테스트했다.

 

명한 쥐, 시각회로 형성 확인돼

치료를 받은 선천성 실명 쥐들에게서 뮐러 신경교세포 유래 막대 광수용체들은 정상적인 쥐에서 실험했던 것과 똑같이 효과적으로 발달됐다. 연구팀은 새로 형성된 광수용체들이 기능적으로 시냅스를 통해 다른 유형의 망막 뉴런들과 통신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광수용체 신호를 뇌로 전달하는 뉴런인 망막 신경절 세포들로부터 기록된 빛 반응과 두뇌 활동 측정치를 살펴본 결과, 새로 형성된 막대 광수용체들은 망막에서 뇌의 1차 시각 피질까지 연결되는 시각 통로 회로에 실제로 통합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첸 교수 연구실에서는 현재 쥐가 수조 안에서 헤엄치며 도피대를 찾아야 하는 수중미로 과업 같은 시각적 과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되찾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행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기술이 배양된 인체 망막조직에서도 효과를 나타내는지를 확인해 볼 계획이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