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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소식

[사이언스 타임즈] 줄기세포 이식으로 에이즈 치료 - 사상 두 번째 성공, 새로운 희망 안겨

Sciencetimes

 

 

에이즈(HIV)에 저항성을 지닌 사람의 골수를 이식받은 환자가 1년 반 이상 증상이 없는 관해(remissionᆞ寬解) 상태를 유지함으로써 사상 두 번째로 ‘에이즈가 치료된’ 환자가 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타임 등 언론매체는 5일 이 환자의 ‘관해 상태’를 주요 뉴스의 하나로 보도하고, 이 ‘놀라운 성공’이 향후 에이즈 치료로 이어질 수 있을지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 사례는 ‘베를린 환자(Berlin Patient)’로 알려진 첫 번째 치료환자 이후 10년 만에 나온 케이스로,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과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케임브리지 및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치료 연구에 참여했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5일자에 발표됐다.

 

배양된 백혈구에서 HIV-1 바이러스가 자라나고 있는 모습을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했다.  Credit: CDC/ C. Goldsmith, P. Feorino, E. L. Palmer, W. R. McManus

 

배양된 백혈구에서 HIV-1 바이러스가 자라나고 있는 모습을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했다.

ⓒ CDC/ C. Goldsmith, P. Feorino, E. L. Palmer, W. R. McManus

 

 

줄기세포 이식 통한 ‘에이즈 관해’ 두 번째 성공

화제의 두 환자 모두 HIV 수용체인 CCR5 발현을 막는 유전적 돌연변이를 가진 기증자로부터 줄기세포를 공여 받아 이식 치료를 했다.

 

이번의 두 번째 환자는 약물을 이용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ntiretroviral therapy, ARV)를 중단한 뒤부터 18개월 동안 관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 환자의 HIV가 완치됐다고 확실히 단언하기는 아직 이르며, 환자의 상태를 계속 관찰할 것이라고 밝혔다.

 

논문 제1저자인 라빈드라 굽타(Ravindra Gupta) 교수(UCLᆞUCLHᆞ케임브리지대)는 “현재 에이즈 치료에 쓰이는 유일한 방법은 평생 동안 바이러스 억제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개발도상국 환자들에게는 벅찬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바이러스를 완전히 제거하는 방법을 찾는 일이 세계적인 과제가 되고 있으나, 바이러스가 환자의 백혈구에 통합돼 있기 때문에 치료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에는 3700만명에 가까운 에이즈 환자가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중 59%만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ARV)를 받고 있으나 약물 내성 HIV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해마다 거의 100만명이 HIV 관련 질환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HIV 바이러스의 복제 사이클 일러스트.  ⓒ Wikimedia Commons

HIV 바이러스의 복제 사이클 일러스트. ⓒ Wikimedia Commons

 

 

HIV 저항성 줄기세포 이식 화학요법 치료

 

이번 연구 보고에 기술된 익명의 영국 에이즈 환자는 2003년 에이즈 감염 진단을 받았고, 2012년부터 ARV 치료를 받았다.

 

2012년 후반 말기 호지킨병이 발견되자 항암 화학요법과 함께 2016년 CCR5 Δ32 대립 유전자 두 개를 가진 기증자로부터 조혈 줄기세포를 이식받았다.

 

CCR5는 HIV-1에서 면역세포를 감염시키는 가장 보편적인 수용체다. HIV-1은 두 종류의 HIV(HIV-1, HIV-2) 가운데 전체의 95%를 차지하며, 감염성이나 진행속도, 치사율 등이 HIV-2보다 훨씬 높다.

 

두 개의 CCR5 대립 유전자 돌연변이체를 가진 사람은 이 수용체를 사용하는 HIV-1 바이러스에 저항성을 보이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숙주세포로 침입할 수 없다.

 

에이즈 치료법 중 약을 복용하는 화학요법은 분열하는 세포를 죽이기 때문에 HIV에 효과적일 수 있다. 이에 비해 줄기세포 이식 등으로 면역세포를 CCR5 수용체가 없는 세포로 대체하는 방법은 치료 후 HIV 재발을 막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식은 상대적으로 복잡하지는 않으나, 기증자의 면역세포가 이식받는 환자의 면역세포를 공격하는 이식 합병증인 경증의 ‘이식편 대(對) 숙주 질환’을 포함한 몇몇 부작용이 있다.

 

이번 연구 대상 환자는 이식 후 16개월 동안 ARV 치료를 받았고, 연구팀과 환자는 그 시점에서 ARV 치료를 중단하고 환자가 실제로 HIV-1 관해가 되었는지를 테스트해 보기로 결정했다.

 

그 뒤의 정기적인 검사에서 바이러스는 검출되지 않았다. 이 관해 상태는 ARV 치료 중단 18개월 동안 그리고 이식 후 35개월 동안 지속되고 있다. 환자의 면역세포는 여전히 CCR5 수용체를 발현시킬 수 없는 상태로 돼 있는 것.

 

2016년 현재 전세계 15~49세 사이 인구 중  에이즈 환자 비율.

2016년 현재 전세계 15~49세 사이 인구 중
에이즈 환자 비율. 색이 짙을수록 비율이 높다. ⓒ WHO

 

HIV / AIDS 치료에희망의

 

이 환자는 ARV 치료를 받지 않고 지속적인 관해를 기록한 사상 두 번째 환자다. 첫 번째의 이른바 ‘베를린 환자’ 역시 CCR5 Δ32 대립유전자가 있는 기증자로부터 줄기세포 이식을 받았고, 백혈병을 치료했다. 관련 동영상

 

두 환자 간의 두드러진 차이점은, 베를린 환자는 두 번의 이식술과 전신 방사선 치료를 받은  데 비해 이번 영국 환자는 단 한 번의 이식술과 강도가 덜한 화학요법을 받았다는 점이다.

 

두 환자 모두 경증의 ‘이식편 대 숙주 질환’을 앓았고, 연구팀은 이것이 HIV에 감염된 세포를 없애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굽타 교수는 “유사한 방법으로 두 번째 환자에서도 관해를 달성함으로써 우리는 베를린 환자가 이례적으로 나타난 사례가 아니며, 이 방법이 실제로 두 환자에게서 HIV를 제거한 치료법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접근법이 화학요법의 독성으로 인해 표준 HIV치료법으로는 적합하지 않으나 HIV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을 위한 희망을 안겨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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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치료로 수용체 제거 가능할

 

굽타 교수는 “연구를 계속하면서 우리는 에이즈환자에게 존재하는 이 수용체를 제거할 수 있는지 이해할 필요성을 느꼈으며, 이것은 유전자 치료로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논문 공저자인 임페리얼 칼리지 헬스케어의 이안 가브리엘(Ian Gabriel ) 박사는 “우리가 사용한 치료법은 방사선 치료를 포함하지 않았기 때문에 베를린 환자에게 사용한 방법과는 달랐다”고 말하고, “이 효과는 CCR5 발현 억제에 기초한 새로운 전략 개발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고 덧붙였다.

 

임페리얼 칼리지의 에두아르도 올라바리아(Eduardo Olavarria) 교수는 “이번 환자가 HIV로부터 완치되었다고 말하기는 아직 이르고 담당의사들이 계속 추적 관찰할 예정이지만, 조혈모세포 이식의 명백한 성공은 오랫동안 노력해 온 HIV/ AIDS 치료법 탐구에 큰 희망을 안겨준다”고 강조했다.

 

김병희 객원기자다른 기사 보기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9.03.06 ⓒ Scienc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