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

 

<KISTI의 과학향기> 제3768호

 

 

음식 프로그램과 먹방의 전성시대다. TV나 모니터에서 스테이크가 지글지글 익어가는 모습을 보면 절로 침이 고인다. 그때 진행자나 출연자가 꼭 하는 말이 있다. “센 불에 구워서 스테이크의 육즙을 가둬야 고기가 맛있어져요.” 육즙을 가두는 게 정말 가능한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스테이크를 맛있게 하는 것은 육즙 가두기가 아니다. 바로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이다.
 
스테이크를 불에 구우면 고기 표면에서 수분이 제거되며 마이야르 반응이라는 화학반응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고기의 색은 먹음직스러운 갈색으로 변하고 침샘을 자극하는 향기가 생겨난다.
 
고기를 씹을 때 나는 맛은 단백질의 맛이 아니다. 단백질은 인간이 맛을 느낄 수 있는 분자의 크기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백질에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나면 큰 분자들이 작고 다양한 분자로 변하면서 맛과 향이 풍부해진다.
 
마이야르 반응은 온도와 깊은 관련이 있다. 섭씨 130~200도(℃) 사이에서 격렬하게 반응이 일어나고 수많은 향기 물질이 만들어진다. 이 반응을 일어나게 하려면 고기를 섭씨 130~200도의 높은 온도에서 구워야 한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스테이크를 강한 불에 굽는 이유는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다.

 

 steak 10766651920

 

사진. 높은 온도에서 스테이크를 구워도 육즙은 빠질 수밖에 없다.

높은 온도에서 스테이크를 굽는 이유는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이다.  

 

 

그렇다고 너무 높은 온도에서 스테이크를 굽는 것은 좋지 않다. 온도가 섭씨 200도 이상 올라가면 마이야르 반응에서 새로운 분자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때 생기는 분자는 발암물질이 섞여 있고 맛 또한 좋지 않다.
 
마이야르 반응을 이용해 맛있는 소스를 만들기도 한다. 스테이크를 굽고 난 팬에 육수나 물, 술, 우유 등을 넣어 팬을 닦아내 이 국물로 소스를 만드는 것이다. 이 요리 기술은 ‘데글라이즈(Deglaze)’라고 불린다. 마이야르 반응을 통해 팬에 남은 향기 물질들을 모아서 사용하는 요리 기술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향기를 발생시키는 마이야르 반응은 무엇일까. 이 반응은 1912년 프랑스 생화학자 루이 카미유 마이야르(Louis Camile Maillard)가 발견해 처음으로 보고했다. 하지만 그가 한 연구는 음식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생물 세포의 생화학 분야에 몰두한 의사로, 인체 세포 속에서 발견되는 아미노산과 당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그가 죽은 이후에야 음식에서도 아미노산과 당의 반응이 일어난다는 것이 알려져 동일한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마이야르 반응은 환원당의 카복시기(-COOH, 이온화하기 쉽고 산성을 나타내는 작용기)와 아미노산, 펩티드, 단백질 등 아미노기(-NH₂, 한 개의 질소 원자와 두 개의 수소 원자로 이루어진 작용기)를 갖는 화합물 사이에서 일어난다. 식품의 대표적인 성분 간 반응으로 식품의 가열처리, 조리 혹은 저장 중에 일어나는 갈변현상이나 향기 생성에 관여한다.
 
반응에 관여하는 당과 아미노산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한 가지 당과 아미노산 쌍에서 만들어지는 실제 생성물은 반응 온도나 산성도, 옆에 있는 다른 화학 물질 등에 의해 달라진다. 심지어는 운에 의해서도 좌우된다니, 똑같은 재료로 요리를 해도 온도와 환경에 따라 다른 향기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고기를 구울 때 나는 향기 외에도 빵집에서 빵을 굽는 향기, 커피 향기, 소시지를 자를 때 나는 고소한 향기 등도 모두 마이야르 반응에 의해 생긴다.
 
마이야르 반응이 고온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간장이나 된장을 만들 때에도 마이야르 반응은 중요한 작용을 한다. 이 경우 실온상태에서 아주 천천히 반응이 진행된다. 장맛이 오래 묵힐수록 깊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마이야르 반응에서 만들어지는 분자는 2011년 현재까지 1,000가지 이상 발견됐다. 그만큼 마이야르 반응은 대단히 복잡한 화학 반응이다. 당과 아미노산의 타입에 따라 수 백 가지의 서로 다른 향미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이를 이용해 인공 향미를 만들어낸다. 마이야르 반응의 정확한 메커니즘을 밝히고 더욱 다양한 향미를 만들기 위해 과학자들의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향기의 과학이 우리의 식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주길 기대해본다.
 
글: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

 

 

Posted by KNUFRIC

댓글을 달아 주세요

 

 

 

pixabay 제공
pixabay 제공

 

장에 염증이 계속되면 어느 순간 암으로 변하기도 한다. 암을 막고 건강한 장 환경을 유지하려면 어떤 음식을 자주 먹어야 할까? 브로콜리 등 배추속 야채를 먹으면 염증과 암 유발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야채가 건강에 이롭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 생체기작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게 많다. 장 건강과 야채의 관계도 그렇다. 그 구체적 상관관계를 밝힌 첫 번째 연구가 나온 것이다.

 

영국 프란시스크릭연구소 면역학실험실 기타 스토킹거 교수팀은 브로콜리나 케일, 양배추가 장에서 소화될 때 나오는 ‘인돌카비놀3’(indole-3-carvinol, 이하 I3C)'이란 화학물질이 장염과 대장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음을 발견해 14일(현지시각) 학술지 ‘면역(Immunity’에 발표했다.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릴 하이드로카본 수용체(AhR)이 없는 쥐에게 배추속에 식단을 섭취시킨 뒤 찍은 장내 모습이다. -Francis Crick Institute 제공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릴 하이드로카본 수용체(AhR)이 없는 쥐에게 배추속에 식단을 섭취시킨 뒤 찍은 장내 모습이다. -Francis Crick Institute 제공

 

연구팀이 주목한 건 장 세포 표면에 위치한 단백질인 ‘아릴 하이드로카본 수용체(AhR)’이다. AhR은 외부 박테리아가 들어온 것을 감지한 뒤, 우리 몸의 면역세포나 장내 상피세포에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이 단백질에 문제가 생기면 제때 면역반응을 일으키지 못해 염증이 생기거나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로 연구팀이 체외에서 쥐의 장과 유사한 생체장기인 오가노이드를 배양할 때, AhR을 처리하지 않으면 장 세포가 영양분과 점액을 흡수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며, 분화가 잘못 진행돼 암 세포가 될 가능성도 커졌다. AhR이 장내 염증뿐아니라 세포의 분화에 깊이 관여해 암세포의 생성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논문 제 1저자인 아미나 메티지 박사는 “AhR이 없도록 쥐를 변형시켰고, 예상대로 장염에 쉽게 걸렸다”며 “그런데 이 쥐에게 배추 속의 야채를 먹이니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AhR이 없는 쥐에게 브로콜리 등을 먹인 결과, 장염이나 암에 걸리지 않고 수명을 다할 확률이 높아진 것이다. 그는 이어 “장암에 걸린 쥐에게 배추 식이요법을 실시하자 암의 증식 속도가 현저히 줄어드는 것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프란시스크릭연구소 기타 스토킹거(맨 왼쪽) 교수팀이 현미경으로 쥐의 장세포를 확인하고 있다.- Francis Crick Institute 제공
프란시스크릭연구소 기타 스토킹거(맨 왼쪽) 교수팀이 현미경으로 쥐의 장세포를 확인하고 있다.

 - Francis Crick Institute 제공

 

스토킹거 교수는 “배추속 식단에서 나온 I3C 물질이 쥐의 생체에서 AhR의 역할을 대신해 장건강을 유지시킬수 있다”며 “지방 함량이 높고 야채가 적은 서양식 식단이 장에 암을 일으킨다는 기존 통념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대해 영국 암연구소 팀 키 교수는 “비록 쥐를 통한 결과지만, 야채를 더 많이 먹어야하는 이유가 생긴 것”이라며 “I3C라는 물질이 사람에서도 똑같은 역할을 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호 기자 twok@donga.com

 

 

 

Posted by KNUFRIC

댓글을 달아 주세요

 

국제협동 연구팀이 처음으로 생물학적 핵심 구성요소인 인체 단백질의 상세한 유전 지도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수많은 질병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신약 개발에도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다국적 제약사 엠에스디(MSD)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Nature)7일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인체 혈장 ‘단백질체(proteome)’의 유전적 토대에 대한 특성을 밝히고, 약 1500개의 단백질에서 2000개 가까운 유전적 연관성을 식별해냈다.

 

이전에는 연구자들이 동시에 단지 몇 개의 혈액 단백질만 측정할 수 있어 이와 관련한 정보가 적었다. 연구팀은 소마로직(SomaLogic)사가 개발한 신기술(SOMAscan)을 사용해 3300명의 혈액에서 3600개의 단백질을 측정했다. 이어 이들 개인의 DNA를 분석해 유전체의 어느 영역이 단백질 수준과 관련이 있는지를 파악했다. 이를 통해 이전보다 네 배 이상의 관련 지식을 확보할 수 있었다.

 

피의 혈구 모습 일러스트.  핏 속 단백질의 유전 지도가 제작돼 질병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University of Cambridge

 

피의 혈구 모습 일러스트. 핏 속 단백질의 유전 지도가 제작돼 질병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University of Cambridge

 

단백질체, 유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 덜 돼”

 

논문 시니어 저자인 케임브리지대 공중보건 및 1차진료과 아담 버터워스(Adam Butterworth)교수는 “단백질은 인체 생물학의 ‘작동체(effectors)’로서 많은 질병에서 파괴되고, 의약품의 표적이 되지만 유전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구가 덜 되었다”며, “새로운 기술을 통해 이런 지식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유전 지도의 용도 중 하나는 질병을 일으키는 특정 생물학적 경로를 식별해 내는 것으로, 논문에서는 크론병과 습진을 일으키는 특정 경로를 정확하게 지적해 한 사례로 예시했다.

 

논문 주요저자 중 한 사람인 제임스 피터스(James Peters) 박사는 “지난 10년 간의 유전체학 혁명 덕분에 유전자와 질병 사이의 통계학적 연관성은 잘 파악됐으나, 구체적으로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와 경로를 확인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이제, 우리 데이터베이스를 우리가 아는 유전적 변이와 질병 간의 관련성과 결합함으로써 질병의 생물학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단백질과 질병 간의 연관성 확인

 

연구팀은 몇몇 경우에서 단백질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유전적 변이를 확인했다.

이런 변이를 해당 단백질에 대한 ‘점수’(score)로 변환해 단백질과 질병 간의 새로운 연관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예전에 폐질환과 관련된 단백질인 MMP12는 또한 심장질환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MMP12 수준이 높으면 폐질환의 위험성은 낮고 심장병과 뇌졸중에서는 낮은 MMP12 수준이 오히려 질병 위험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것은 폐질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이 단백질을 표적으로 개발된 약물이 생각지도 않게 심장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일이다.

 

소마스캔에서 측정된 시약 신호가 분석 대상의 단백질 수준을 표시해 준다.  Source: SomaLogic homepage

소마스캔에서 측정된 시약 신호가 분석 대상의 단백질 수준을 표시해 준다. Source: SomaLogic homepage

 

MSD 과학자들은 단백질체 유전 데이터가 약물 발견에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부각시키는데 도움을 주었다. 예를 들면 이들이 참여한 이번 연구 결과는 약물의 잠재적인 부작용을 드러내는 것 외에도 신약과 기존 약물의 단백질 표적에 대한 새로운 통찰력을 통해 약물 개발에 더욱 기여할 수 있다. 약물과 단백질, 유전적 변이와 질병을 연결함으로써 연구팀은 기존 약물이 다른 질병 치료에도 쓰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현재 개발 중인 약물이 임상시험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믿음을 증진시킬 수 있게 됐다.

 

연구결과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 예정

 

연구팀은 세계 여러 연구공동체가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할 예정이다.

논문 제1저자로 케임브리지대 공중보건 및 1차진료과 소속인 벤저민 선(Benjamin Sun)

연구원은 “이번 연구에서 사용방법에 대한 몇 가지 예를 들었지만 이제 이를 사용하고 새로운 응용방법을 찾는 일은 연구 커뮤니티로 넘겨졌다”고 말했다.

 

캐롤린 폭스(Caroline Fox) MSD 부회장 겸 유전학 및 약물유전체학부 대표는 “이번 협동연구에 참여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연구는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쉽이 폭넓은 과학 커뮤니티에서 연구를 위해 잘 활용될 수 있다는 훌륭한 사례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지원한 기관 중 하나인 영국 심장재단의 부의학책임자인 메틴 아브키란(Metin Avkiran) 교수는 “비록 우리 DNA가 각 개개인에 대한 (생물학적) 청사진을 제공하지만, 질병에 대한 감수성과 약물 반응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 유전자에 의해 부호화되는 단백질의 기능과 양 그리고 구조상의 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우리 핏 속의 단백질이 유전적 구성에 의해 어떻게 조절되는지에 대한 놀랍고도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하는 한편, 심장 및 순환기계 질병 치료법 개발을 위한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고 평가했다.

 

Posted by KNUFRIC

댓글을 달아 주세요

이전버튼 1 이전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