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의 과학향기> 제32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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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가 망막질환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와 더불어 비아그라는 고산병 치료제나 소아의 폐동맥 고혈압 치료에도 쓰인다. 사실 비아그라의 원료인 ‘실데나필’은 처음부터 발기부전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다. 실데나필의 원래 임무는 새로운 방식으로 고혈압을 치료하는 것이었다.
 
실데나필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를 보이는지, 그리고 부작용은 없는지 검사하는 과정에서 동물 실험에서는 일단 합격이었다. 이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거쳐야 하는데, 첫 단계에서는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약이 투여된다. 시험 결과 고혈압치료제로 부적격이었고 협심증 치료제로도 오래전에 개발된 니트로글리세린에 비해 훨씬 작용이 약하다는 점이 밝혀졌다.
 
이런 상황에서 1992년 내약성 실험(최대 용량을 투여해 부작용을 관찰하는 실험) 결과 흥미로운 부작용이 발견됐다. 8시간마다 50mg을 10일간 복용한 사람에게서 다른 부작용과 함께 발기가 된다는 점이 보고된 것이다. 이미 막대한 연구비가 투자된 상황이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그냥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회사는 연구 성과를 ‘살리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모색했다. 이때 자일즈 브린들리의 깜짝쇼에 관한 자료가 진지하게 검토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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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래 심장질환에 도움이 되는 혈관확장제로 개발됐다가 발기부전을 치료하는 효과를 인정받은 비아그라. (출처: shutterstock)
 
브린들리는 영국 의사로, 1980년대 초 미국의 한 비뇨기학회 강연에서 페녹시벤자민을 직접 주사해 그 효과를 시연했다. 고혈압 치료제 페녹시벤자민은 1950년대 인체 호르몬 아드레날린의 구조를 살짝 바꾸어 만들어졌다. 페녹시벤자민은 몸속에서 마치 아드레날린처럼 행세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아드레날린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그렇다면 페녹시벤자민과 마찬가지로 실데나필 역시 발기부전을 치료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이 예측은 맞아떨어졌다.
 
이에 화이자사는 연구 방향을 발기부전에 맞추기 시작했다. 1994년 5월 화이자사는 발기부전증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하루에 한차례 실데나필을 투여한 결과 10명에게서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 소식은 비뇨기학회에 전해졌고, 의사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이후 화이자사는 몇 차례에 걸친 철저한 임상시험을 거쳐 1998년 3월 27일 마침내 식품의약국으로부터 비아그라의 상표명을 달고 신약허가를 얻었다.
 
비아그라는 신약개발의 과정에서 상당히 운이 좋은 사례로 통한다. 이미 같은 성분을 가지고 ‘협심증 치료제’로서 동물실험과 임상 첫 단계 시험을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실험 속도가 빨랐다. 신약개발의 경제성 측면에서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고 평할 정도다.
 
한편 고혈압치료제의 일종인 미녹시딜도 탈모치료제로 더 인기를 끌었다. 대머리였던 한 고혈압환자가 고혈압치료제의 일종인 미녹시딜을 복용한 뒤 머리털이 돋아난 것이다. 이후부터 미녹시딜은 탈모방지, 발모촉진제로 널리 사용됐다. 해열·진통제로 널리 쓰이는 아스피린은 본래 내복용 살균제로 개발된 것이었다. 암치료제로 이용되던 인터페론의 경우는 관절염에도 특효가 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관절염 치료제로도 쓰이고 있다.
 
금연 치료제로 사용되는 부프로피온(상품명 웰부트린)은 원래 우울증 치료제로 개발됐다. 이 약은 니코틴 금단 증상을 완화시켜 흡연에 대한 욕구를 줄여준다. 식욕 충동도 조절해 금연으로 인한 체중 증가를 막는 효과도 있다.
 
이렇듯 과학기술은 종종 특정 분야에서 나온 결과물을 다시 활용해 새로운 성과물을 만들고 있다. 자칫 버려질 뻔했던 연구결과를 발상의 전환을 통해 유용하게 재활용한 사례들, 이런 사례를 교훈삼아 인류에 도움이 되는 신약이 많이 탄생하길 기대해 본다.
 
글 : 강건일 과학칼럼니스트
Posted by KNUFR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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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제3063호

 

탈모로 고민하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만8천520명이던 탈모 환자는 2016년 2만1천417명으로 증가했다. 특히 30대가 전체 26.9%로 가장 많았고 이어 20대가 25.4%를 차지했다. 40대도 23.0%로 젊은 층의 탈모 현상이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비는 남성이 11만 7924명으로 여성 환자(9만 4992명)보다 1.2배 높았다.
 
시중 탈모제, 억제 효과는 있지만…
 
탈모는 크게 남성호르몬과 관련된 안드로겐성 탈모와 스트레스로 인한 원형탈모로 나눠지는데 탈모로 고민하는 남성의 대부분이 안드로겐성 탈모다.

 

 

사진1. 탈모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30대의 경우 1/4이 넘는 사람들이 탈모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Shutterstock
 
이에 대한 치료 중 보편적인 치료법이 약물 치료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품은 미녹시딜과 프로페시아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미녹시딜은 본래 고혈압 치료제로 1970년 세상에 선을 보였다. 이후 부작용으로 털이 많이 나는 다모증이 보고되면서 발모치료제로 검토됐다. 처음에는 먹는 약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는데 저혈압이 부작용으로 나타나면서 1984년 바르는 형태로 임상에 들어갔다. 그 결과 남성탈모환자 60%에서 머리카락이 나는 효과가 나타났다.
 
프로페시아는 탈모억제제다. 탈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남성호르몬은 하드로테스토테론(DHT)로 테스토스테론이 변화된 것이다. 이 때 관여하는 것이 ‘5-α환원효소2’인데 프로페시아가 이 효소를 억제하는 역할을 해 탈모를 막는다. 프로페시아의 임상 데이터를 보면 약 복용 후 1년까지는 발모 효과와 상태 유지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두 약물 모두 이미 진행된 탈모에 대해서는 효과가 없고 미미하지만 먹는 약에 경우 약 1.2% 비율로 발기부전이나 성욕감퇴 등 부작용도 보고됐다. 사실상 탈모 치료에는 한계가 있는 셈이다.
 
부작용 없이 대머리 치료 기대
 
그런데 최근 모낭을 재생시켜 탈모를 치료하는 연구가 나와 화제다. 기존 탈모 치료제와 달리 이미 진행된 탈모에도 적용할 수 있어 대머리도 치료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강열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와 이성훈 연구원 팀은 머리카락 생성을 억제하는 단백질인 ‘CXXC5(CXXXC-tyle zinc finger protein 5)’를 찾아내고 이를 이용한 발모 효과에 대한 논문을 피부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저널 오브 인베스티게이티브 더마톨로지’에 10월 20일 게재했다.
 
연구팀은 CXXC5 단백질이 디셰벌드(Dishevelled)라는 단백질과 결합해 ‘윈트(Wnt)신호전달체계’의 활성을 저해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세포는 그 안에서 여러 단백질이 신호를 주고 받으며 다양한 생리 현상을 조절하는 데 그 과정을 신호전달체계라고 한다. 윈트는 그 중 하나로 머리카락 형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윈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머리카락의 생성과 성장에 문제가 생긴다.
 
이에 연구팀은 CXXC5처럼 디셰벌드 단백질에 결합하는 PTD-DBM라는 펩타이드를 디자인 해 발모치료제의 가능성을 열었다. PTD-DBM이 CXXC5 단백질 대신 디셰벌드 단백질에 붙어 CXXC5의 작용을 억제하는 원리다. 여기에 윈트 활성화제인 발프로산을 주입해 발모 효과를 높였다. 이를 사람의 모낭세포에 실험해 본 결과, 실제 신호전달에 중요한 ‘베타-카테닌과 모발형성 마커들의 증가가 극대화 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발모 뿐 아니라 모낭 재생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쥐의 가장 바깥 쪽 피부 층인 표피의 일부를 제거한 뒤 PTD-DBM과 발프로산을 처리했다. 그 결과 세포가 재생되면서 머리카락이 만들어 지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펩타이드는 기존 탈모치료제와 다르게 남성호르몬 억제에 따른 부작용 등이 없다”며 “머리카락이 나는 데 있어 재생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대머리 치료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진2. 최근 탈모를 막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탈모 정복의 꿈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출처: Shutterstock
 
모낭줄기세포 중심의 발모제 연구 활발
 
지난해 2월에는 모낭줄기세포의 노화를 억제해 탈모를 막는 연구가 발표됐다. 일본과 미국, 네덜란드 등 국제공동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한 결과, 쥐가 생후 17개월부터 털이 가늘어지고 탈모가 시작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때 머리카락을 만드는 모낭줄기세포의 수를 유지하는 유전자 ’COL17A1‘도 노화로 손상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에 연구팀은 유전자를 조작, COL17A1 단백질을 많이 생성하는 돌연변이 쥐를 만들었다. 그 결과 돌연변이 쥐는 일반 쥐와 달리 17개월이 지나도 탈모가 진행되지 않고 풍성한 털을 유지했다. 노화로 인한 탈모를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미국 콜롬비아대학교 안젤라 크리스티아노 교수팀도 지난 2015년 ‘JAK-STAT 신호전달체계’ 경로 억제를 통해 휴지기에 접어든 모낭줄기세포를 성장기로 전환시켜 발모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소개했다. 모발은 머리카락이 계속 자라는 성장기(3~8년)와 성장이 서서히 멈추는 퇴행기(3주 전 후), 더 이상 자라지 않고 빠질 때까지 피부에 붙어 있는 휴지기(3개월)를 평생 15~25회 거친다.
 
연구팀은 관절염치료제의 주성분인 ‘토파시티닙’과 골수섬유증 치료제인 ‘록솔리티닙’으로 만든 약물을 쥐의 피부에 5일 간 발랐다. 그 결과, 10일 만에 새로운 털이 나기 시작해 3주 안에 대부분의 쥐에서 털이 나는 것을 확인했다.
 
탈모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원리적으로 머리카락이 나고 자라는 모낭에 혈액 공급이 원활이 되지 않는 탓이 크다. 혈액순환이 중요한 셈이다. 혈액순환 장애의 대표적인 원인은 모두 알다시피 스트레스다. 그러니 걱정은 접어두고 탈모 치료제는 연구자들에게 맡겨두자. 삶에도 탈모에도 그 편이 더 유익하다.
 
글: 이화영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Posted by KNUFR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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