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학술지지원센터에서는 지난 11960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생명윤리 교육에 참석하여 

 

교수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우리 센터의 홍보와 이용자교육을 실시하였습니다.

 

 

생명윤리위원회에서 주최한 '하반기 연구자를 위한 생명윤리 교육'은 교수, 대학원생, 학부생,

 

연구원 등 학내 연구자들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박정현 생명윤리위원장과 박희원 교수의

 

강연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우리 센터에서는 이용자들에게 홍보 물품을 전달하면서 외국학술지지원센터의 사업을 소개하고

 

무료원문복사서비스를 홍보하였습니다.

 

  

강연이 시작되기에 앞서서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외국학술지지원센터 이용법에 대한 자세한

 

안내와 교육도 실시하였습니다.

 

 

, 같은 날 오후에 도서관 로비에서 개최된 '2017 도서관 희망콘서트'에서도 홍보 부스를

 

마련하여 외국학술지지원센터에 대한 소개 및 무료 원문 서비스 신청 방법을 안내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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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제3041호

 

같은 무게의 강철보다 강하면서 고무보다 유연하다. 탄성이 좋아 평소 길이의 4배나 늘어나는 것은 물론 질기기까지 해 방탄복을 만드는 데도 쓰인다. 인간의 면역체계를 자극하지 않아 인공장기의 소재로도 활용될 수 있다. 꿈의 천연섬유인 거미줄 이야기다.
 
현재 지구상에는 약 4만 5천여 종의 거미가 살고 있다. 3억 8천만년 동안 수많은 진화를 거치며 발달해 온 거미줄은 우리 생각보다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기에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예를 들어 박테리아와 곰팡이를 억제하는 거미줄은 의학적으로 연구할 가치가 충분하다.
 
이론일 뿐이지만, 거미줄로 만든 로프는 비행 중인 제트여객기를 낚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렇게 거미줄만큼 과학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소재는 많지 않다. 하지만 거미줄의 이 신비한 힘이 어디서 온 건지 밝혀내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사진1. 거미줄은 강철보다 강하고 고무보다 유연해 과학자들에게 꿈의 천연섬유로 불린다. 출처: Shutterstock
 
거미줄 유전자 분석이 어려운 이유
 
모든 거미줄은 다양한 단백질들을 맞춤형으로 연결해 만들어 진다. 각각의 단백질은 신축성, 탄력성 등 거미줄의 용도에 알맞은 속성을 부여한다. 문제는 반복되는 연결 구간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다.
 
미국자연사박물관의 거미줄 유전학자 셰릴 하야시에 따르면 같은 거미가 만드는 거미줄이라도 드라마틱할 정도로 아주 다른 연결 구조를 수백 번 반복해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먹이 포획, 알 포장, 이동 등 등 다양한 거미줄의 용도를 수행하기 위해서다.
 
놀라운 것은 그 수많은 단백질 구조들이 단 하나의 유전자 군을 바탕으로 진화됐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그 유전자를 분석하면 거미줄의 비밀을 파헤치는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과학자들은 마침내 거미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거미줄의 복잡한 분자구조를 밝혀냈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의 연구원들은 2014년부터 거미 70종의 유전자 3,400개를 비교 분석하는 고된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기존의 생각보다 더 많은 유전자가 거미줄 만들기에 관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에 따르면 거미의 유전체에서 거미줄 및 그 접착력(potential silk and glue components)과 연관된 유전자만 총 209개인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황금원형거미(Nephila clavipes)의 경우, 총 28개의 거미줄 유전자가 있으며 그중 8개는 과학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발견이었다.
 
한편 황금원형거미의 유전체를 분석한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은 약 400개 정도의 짧은 패턴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난 것을 확인했다. 이들을 분석하면 유연성, 점착성 등 다양한 거미줄의 특성을 확인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2. 거미줄 관련 유전자가 분석되면서 관련 연구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누에에 거미 유전자를 넣어 거미줄의 특성을 갖는 실크를 뽑아내는 것도 가능할 지 모른다. 출처: Shutterstock
 
인공 거미줄 가능할까
 
이제 과학자들의 관심은 인공 거미줄 제작에 쏠린다. 거미는 양식이 불가능하기에 거미줄의 대량생산은 지금껏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다. 하지만 거미줄의 복잡한 분자구조가 밝혀졌으니 인위적으로 인공 거미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이미 암실크, 아디다스, 노스페이스 등 많은 기업들이 거미줄의 분자구조를 모방해 우수한 생체섬유를 만드려는 시도를 해 왔다. 안타깝게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가장 큰 문제는 거미줄을 이루고 있는 단백질의 크기가 인체 단백질의 약 2배인 600kDa(kilodalton)에 달한다는 것이다. 현재의 기술로는 이만큼의 단백질을 복제하는 것이 어렵다. 이보다 크기가 작으면 실제 거미줄만큼의 강도와 탄성, 유연성을 얻을 수 없다.
 
하지만 실망은 금물이다. 관점을 바꿔 거미줄의 특성을 갖는 섬유를 다른 생물로부터 뽑아내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거미줄의 유전자를 누에에 넣어 거미줄의 장점을 가진 실크를 만드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아직은 시기상조지만 구조가 밝혀진 이상 거미줄을 인공적으로 생산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언젠가 스파이더맨처럼 손에서 거미줄을 발사하며 빌딩숲을 날아다닐 날이 올 지도 모를 일이다.
 
글: 김청한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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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와 춘천시가 주최하고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2017 강원바이오엑스포”행사가

 

지난 11월 3일부터 11월 5일까지 사흘 동안 춘천 봄내체육관에서 성황리에 개최되었습니다.  

 


올해로 열두번째를 맞이하는 강원바이오엑스포는 강원도의 전략산업이자 춘천의 주력산업인

 

바이오산업을 주제로 강원도내의 대표 바이오기업들의 우수한 기술력과 제품들을 홍보하면서

 

바이오산업 육성 성과와 가능성을 시민들에게 널리 확산시키기 위해 마련된 행사입니다

 

 

우리 외국술지지원센터에서도 행사 기간 동안 기업관에 전시부스를 마련하여 학생들과 시민들

 

에게 센터 홍보와 이용 방법을 안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일반 시민, 학생들을 비롯하여 바이오산업 분야의 외국인 종사자들까지 부스에 방문하면서 우리

 

외국학술지지원센터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학술지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정재연 산학협력단장님과 우리 대학도서관 직원들도 이번 바이오엑스포 행사를 참관하면서

 

외국학술지지원센터 부스에 방문하여 운영 관계자들을 격려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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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제3031호

 

# 올해로 45살이 된 직장인 A씨. 최근 해외영업을 담당하게 되면서 부쩍 출장이 잦아졌다. 처음에는 외국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했지만 그것도 잠시,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몸상태가 말이 아니게 되자 곧 생각이 바뀌었다. 말 그대로 몸 안의 무엇인가가 어긋나버리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A씨와 같이 잦은 해외 출장을 가는 사람들이 극심한 피로와 우울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단지 피곤하거나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 몸 안의 생체리듬이 꼬이기 때문이다.
 
지구의 자전에 적응한 생물들
 
모든 생명체는 나름대로 환경에 적응하면서 산다. 천적을 속이기 위해 보호색을 띄거나 독을 만들어 내기도 하고, 번식을 하기 위해 화려한 치장을 하기도 한다. 추운 곳에 사는 북극여우와 무더운 사막에 사는 사막여우는 겉모습부터가 확연하게 다르다.
 
특히 지구에 사는 생물체라면 반드시 적응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지구의 자전이다. 대부분의 생명체는 지구의 자전에 적응해 24시간의 주기성을 가지고 거의 모든 생리, 대사, 행동을 호르몬 단위에서 정교하게 조절한다. 이를 일주기 생체리듬(circadian rhythm)이라 한다. 우리에게는 ‘생체시계’라는 단어로도 잘 알려져 있다.
 
수면, 음식 섭취 같은 행동에서부터 호르몬 분비, 혈압 및 체온 조절에 이르기까지 일주기 생체리듬은 거의 모든 생물체의 행동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 간단히 말해 밤이 되면 졸리고, 야식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되며, 끼니 때 배가 고픈 이유 모두가 생체리듬과 연관이 있다. 때문에 생체리듬을 규명하는 것은 많은 과학자들에게 중요한 과제 중 하나로 남았었다.

 

 

사진1. 2017년 노벨생리의학상의 영예는 생체리듬을 제어하는 유전자를 찾아낸 3명의 과학자에게 돌아갔다. 좌측부터 제프리 홀 브랜다이스대학교 교수,  마이클 영 록펠러대학 교수,  마이클 로스바시 브랜다이스대학교 교수. 출처: Nobel Media.
 
생체리듬을 제어하는 유전자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미국 록펠러대학의 마이클 영 교수와 브랜다이스대학교 제프리 홀, 마이클 로스바시 교수는 이 생체리듬을 제어하는 유전자를 찾아낸 과학자들이다.
 
이들은 70년대 초 초파리 연구를 통해 일주기 생체리듬을 관장하는 피리어드(Period)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 유전자는 밤 동안에는 세포내에 PER 단백질울 쌓이게 만들고, 낮 동안에는 이들을 분해시키는 과정을 통해 생체시계가 작동되게 만든다.
 
이들의 발견 이후 많은 과학자, 특히 생명공학자들과 의학자들이 생체리듬의 규명 및 조절 연구인 시간생물학(chronobiology)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즉 하나의 가능성으로만 논의됐던 '시간의 생리학'이 본격적인 분석과 적용의 영역으로 넘어온 것이다.
 
실제 같은 약이라도 언제 복용하느냐에 따라서 효과가 다르기에 24시간 생체주기를 잘 조절하면 항암제 같은 약물의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혹은 약물이 가장 효과적으로 반응하는 시점을 파악해 집중적으로 투약하는 것도 가능하다.
 
같은 약이라도 시간 따라 효과 다르다
 
한편 시간생물학은 신약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추세다. 신약 개발에 생체시계를 적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때문에 생체시계의 정확한 계산을 위해 제약사에서 수학자 출신의 연구 인력을 기용하고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도 관련 연구가 한창이다. 2014년에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경진 교수 연구팀이 사람의 기분이나 정서 상태의 리듬을 조절하는 핵심적인 작용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2017년 4월에는 울산과학기술원 연구팀이 24시간 주기의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새로운 생체시계 유전자(Ataxin-2)를 발견하기도 했다.

 

 

사진2. 잦은 야근과 불규칙한 수면 등 현대인의 삶은 생체리듬을 깨뜨리는 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는 피로, 우울증, 암 등 수많은 문제를 가져온다. 출처: Shutterstock
 
제대로 된 생활습관의 소중함
 
이런 최신 연구결과는 우리의 삶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현대인의 삶은 생물학적인 리듬에서 크게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육체는 현대인의 삶과 맞지 않다. 사람들은 과도한 인공조명을 쐬며 밤늦게까지 잠을 자지 않는 것은 물론, 해외여행과 야간 근무, 야식 등으로 생체리듬을 깨뜨리기 일쑤다.
 
예를 들어 수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호르몬인 멜라토민은 생체리듬을 조절하고 체온을 낮춰 우리 몸이 밤에 잠들게 해 준다. 빛의 밝기가 150LUX 이하의 경우 분비되면서 수면을 유도하는데, 저녁시간에도 밝은 불을 켜놓으면  분비가 억제되기 때문에 불면증이 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지금까지 막연하게만 생각해 오던 일/월주기와 인간생리의 관계에 대해 시간생물학은 확실한 메커니즘을 제시해 준다. 
 
이미 많은 학자들이 수면장애, 피로, 비만, 우울증 같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문제는 물론, 암, 당뇨, 심장마비 등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질환들마저 대부분 생체리듬과 관련됐다는 연구결과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의 연구에 따르면 간호사, 경찰 등 교대근무가 잦은 직업군이 그렇지 않은 직업군에 비해 암에 걸릴 위험도가 1.48배에 달한다고 한다.
 
그 어떤 명약과 획기적인 치료도 예방만 못하다. 제 때 자고 제 때 먹는 올바른 생활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2017년 노벨생리의학상이 증명하고 있다.
 
글: 김청한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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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제3026호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계절 가을이다. 조용히 책을 읽기에 좋은 날씨지만 가을을 맞아 더욱 시끄럽고 치열해 지는 분야도 있다. 바로 스포츠다.
 
인기 스포츠인 야구는 한창 포스트시즌 중이고, 농구 역시 이제 막 긴 시즌이 시작됐다. 축구도 월드컵을 목전에 두고 각종 평가전 등으로 날마다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다. 가을이 지나면 곧 평창 동계올림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시차피로를 잡아라
 
이렇게 숨가쁘게 진행되는 스포츠 잔치에 과학기술이 크게 한 몫 하고 있다. 각종 첨단장비로 기록을 측정하고 경기력 향상을 위해 수억 짜리 고가 훈련기구를 도입하는 등 스포츠와 과학은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최근에는 최고의 경기력을 위해 최상의 몸과 마음 상태를 유지하는 컨디셔닝(conditioning)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학적 컨디셔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과학적 컨디셔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시차 적응이다. 시차피로(jet lag)가 수면장애, 집중력 저하, 소화기능 장애, 두통, 피로감 등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며, 심지어 며칠 동안이나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체육과학연구원의 ‘시차극복을 위한 과학적 프로그램’ 보고서에서는 6시간 정도의 시차가 날 경우 반응시간의 44%, 순발력의 13.7%, 근력의 10.3% 정도가 저하된다고 보고됐다. 이에 따르면 8시간의 시차가 발생했을 때 인체 리듬이 재조정되기 까지는 9일이 걸린다.

 

 

사진1. 컨디셔닝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시차회복이다. 운동으로 다져진 선수들의 몸이라도 시차피로로 인한 생체리듬 손상은 피할 수 없다. 출처: Shutterstock 
 
때문에 시차 적응은 가장 큰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체육과학원 송홍선 박사 연구팀이 작성한 ‘2012 런던올림픽을 위한 컨디셔닝 대처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시차피로로 인해 망가진 생체리듬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음식, 신체활동 등 다양한 외부요인을 동원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이중 특히 효과가 좋은 것이 멜라토닌 복용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하루에 멜라토닌 3~5mg 가량을 섭취하면 수면의 질이 높아지고 다음날 주의력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빛도 중요한 외부요인이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은 2500럭스(lux) 정도 조도를 가진 방에 드나들었다. 밝은 빛을 통해 의도적으로 수면시간을 늦춰 생체리듬을 맞춘 것이다.
 
스트레스 파악에는 침이 최고?
 
컨디셔닝에는 심리적 요인도 중요하다. 극도로 집중해야 하는 선수에게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는 너무도 명확한 일. 이에 타액을 생물학적 표지자(Biomarker)로 이용해 선수들의 스트레스 지수를 파악하는 방법이 각광받고 있다. 타액에 들어있는 아밀라아제가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에 반응해 증가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한편 스트레스를 파악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망가진 컨디션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일이다. 여기서는 바이오피드백(Biofeedback)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다. 바이오피드백은 말 그대로 기계나 도구를 통해 생체 기능들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되돌리는 기술이다. 호흡, 심박수, 근육의 수축 등 주로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신체반응을 자각하는 과정을 통해 자기 조절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사진2. 뇌파를 조절해 컨디션을 회복하는 뉴로피드백이 각광을 받고 있다. 출처: Shutterstock
 
뇌파 조절해 컨디션 회복
 
최근 트렌드는 뇌의 전기적 활동(EEG)을 이용하는 뉴로피드백(Neurofeedback)이다. 기계 장치를 이용해 자신의 뇌파를 직접 눈으로 보고 조절하게 함으로써 원하는 방향으로 뇌파를 활성화시키는 훈련을 말한다.
 
선수들의 두뇌에서 발생한 전기적 신호가 디지털 신호로 변환돼 스크린에 나타나기 때문에 평소 조절이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던 뇌파를 조절하는 것이 가능해 진다. 반복적으로 자신의 뇌파를 특정한 방향으로 조절하는 훈련을 통해 신체나 정신을 긍정적인 상태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특히 골프나 양궁, 사격 등 심리적 요인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끼치는 종목에서 효과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28년 만에 전종목을 석권한 대한민국 양궁선수들의 비결도 뉴로피드백 훈련이었다.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는 것은 시합의 당사자인 선수에게도, 보는 우리에게도 모두 즐겁고 뜻 깊은 일이다. 연이어 진행될 스포츠 축제에 과학적 컨디셔닝을 바탕으로 한 수준 높은 경기가 가득하기를 바라본다.
 
글: 김청한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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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제3027호

 

 

몇 해 전, 미국의 유명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유방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고 자신이 그런 선택을 한 배경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아직 암에 걸리지는 않았지만, 유전적으로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선택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가렛 에반스 영국 맨체스터대 세인트메리병원 유방암발생예방센터 교수팀이 조사한 결과, 안젤리나 졸리의 신문 기고 이후 유전자 검사를 받고 가슴을 절제하는 여성의 숫자가 급증했다. 그리고 그 숫자는 꾸준히 유지됐다. 이는 암을 조기에 진단하고 완전히 치료하기 어려운 현재의 의료기술 수준에서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노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전보다 암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하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1. 미국의 유명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유전적으로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알고 유방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출처: Gage Skidmore
 
나노물질 이용해 정교하게 암 진단한다
 
유방암이나 구강암처럼 손이나 눈으로 이상을 느낄 수 있는 부위에 생기는 암은 상대적으로 발견하기 쉽다. 그래서 의심스러운 경우 조직검사를 통해 암세포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조직검사와 함께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 양전자단층촬영(PET) 그리고 혈액검사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종합적으로 암을 진단한다. 한 가지 방법으로는 암을 완벽하게 진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검사를 진행한다.
 
최근 과학자들이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는 나노기술의 역할은 각 기술의 진단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다. 예컨대 MRI의 경우 암세포가 있는지 없는지를 더 잘 알아보기 위해 조영제라는 화학물질을 환자에게 투여한 뒤 촬영한다. 암세포가 화학물질과 반응해서 더 밝게 나타나도록 하는 것으로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뚜렷하게 구분할수록 좋다. 이에 천진우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연구단장 연구팀은 2017년 나노입자 조영제를 개발해 이전보다 10배 이상 뚜렷하게 암세포를 구분하는 데 성공했다.
 
원리는 이렇다. 자성을 띤 두 나노입자 사이가 7nm(나노미터) 이상 떨어지면 자기장이 변하면서 이를 촬영한 MRI 신호가 강해진다. 연구팀은 암세포에서 나오는 단백질 효소를 인식하는 물질로 두 입자 사이를 연결해서 나노입자 조영제를 만들었다. 효소를 인식하는 물질이 효소와 반응하면서 두 입자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면 MRI 신호가 증폭되는 원리다.
 
혈액으로 암을 진단하는 기술도 나노기술의 도움으로 더 정밀해지고 있다. 지금은 주삿바늘로 혈관을 찔러서 수십 mg의 피를 뽑아낸 뒤 그 안에 암세포와 관련된 물질이 있는지를 찾는 방법을 쓴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며칠간의 시간이 소요되며 알아낼 수 있는 암의 종류도 혈액암 등 소수에 불과하다.
 
과학자들은 혈액 진단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나노기술을 적용한 바이오센서를 연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저마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적용하고 있는데, 2016년 곽봉섭 한국기계연구원 대구융합기술연구센터 선임연구원팀은 혈액 속을 떠다니는 암세포(순환종양세포)를 나노자석으로 걸러내는 방법을 개발했다.
 
암이 진행되면 암세포가 혈관을 타고 다른 장기로 이동해 전이를 일으킨다. 혈액 속에서 이를 찾아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략 10억 개의 혈액세포 중에서 하나 꼴로 암세포가 들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연구팀은 암세포 표면 단백질에 달라붙은 자성 나노입자를 개발했다. 나노입자가 암세포에 달라붙으면 바이오센서에 설치된 자석에 달라붙어 이를 검출할 수 있다. 특히 자성 나노입자는 전이성 암세포에 더 잘 달라붙기 때문에 바이오센서는 환자에게 암 전이가 일어나고 있는지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다. 유방암 세포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비전이성 세포는 100개 중 95개를 찾아낼 수 있었고, 전이성 세포는 100개 중에서 80개를 잡아냈다.

 

 

인공 DNA 합성해서 암세포 ‘원샷 원킬’
 
진단뿐 아니라 암을 치료하는 방법도 나노기술을 적용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방법은 우리 몸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유전자 발현 억제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우리 몸의 세포는 DNA라는 유전물질에 담긴 단백질 설계도를 토대로 만들어진다. DNA에서 시작해 단백질이 만들어지기까지는 몇 단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때 실제 일꾼 역할을 하는 것이 RNA다. DNA가 건물의 전체 설계도라면 RNA는 이 정보를 가지고 단백질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RNA는 역할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뉜다. 이중 길이가 수 nm에 불과해 작은RNA(siRNA)라 불리는 것들은 유전자가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에서 ‘조율사’ 역할을 한다. 아무리 유전자 설계도가 있다 해도 이들이 작용하면 단백질이 생산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끝없이 복제되고 전파되는 암세포를 막기 위해 siRNA를 활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암세포의 DNA가 단백질을 생산하는 과정을 막는 siRNA를 인위적으로 만든 뒤 몸에 넣어 암세포를 무력화시키겠다는 전략이다.
 
siRNA를 이용하려는 이유는 ‘원샷 원킬’ 특성 때문이다. 현재의 항암제는 암세포 단백질의 특정 부위에 결합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는데, 정상 세포의 단백질에도 달라붙을 수 있어 부작용을 일으킨다. 하지만 siRNA는 목표로 하는 단 하나의 단백질만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 없는 맞춤형 신약을 만들기에 안성맞춤이다.
 
약을 목적지로 전달하는 전달체를 매번 새로 개발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중요한 장점이다. 현재는 약마다 다른 전달체를 개발해야 해서 신약 개발비가 많이 든다. 하지만 siRNA 치료제의 경우 전달체는 그대로 쓰고 표적 단백질에 따라 siRNA의 염기서열만 바꿔주면 된다. 이런 이유로 현재 전 세계에서 40건 이상의 siRNA 표적치료제가 임상시험 중이다.
 
물론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아직까지 siRNA를 효과적으로 목적지까지 이동시키는 이상적인 전달체가 나오지 않았다. siRNA는 혈액을 타고 흐르면서 혈액 속 효소에 의해 분해되기 때문에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반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현재까지 개발된 전달체들은 전달 효율이 떨어지거나 독성을 띠는 등의 문제가 있다. 이러한 약물 전달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치료법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나노의학 연구 또한 계속 되고 있다.
 
지원 : 국가나노기술정책센터
글: 최영준 기자 /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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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제3019호

 

“인류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던 것처럼…….”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SF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에 등장하는 명대사다. 실제로 인류의 역사는 ‘문제의 역사’라 할 만큼 문제투성이였지만, 그런 난관이 닥쳤을 때마다 인류는 언제나 해답을 찾으면서 오늘날까지 생존해 왔다.
 
현재의 인류가 당면한 심각한 문제로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환경오염이 아닐까? 특히 플라스틱 제품에 의한 오염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위험수위에 다다른 상태다. 플라스틱류는 썩지도 않고, 종이나 쇠붙이처럼 재활용하기 쉽지도 않기 때문에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머지않아 지구는 플라스틱 폐기물들로 뒤덮인 행성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인류는 또다시 답을 찾아냈다. 그것도 거창한 기술이나 설비의 힘이 아니라, 하찮은 미물(微物)이라 여겼던 곤충의 애벌레에게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스티로폼 완전 분해 능력 가진 밀웜
 
미국과 중국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공동 연구진은 플라스틱류 폐기물 들 중에서도 가장 처리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스티로폼을 먹어치우는 애벌레를 연구하고 있다. 스티로폼을 먹는 애벌레의 명칭은 밀웜(mealworm)이다. 밀웜은 딱정벌레목 거저리과에 속하는 곤충인 갈색거저리의 애벌레다. 몸은 어두운 갈색이며 성충이 되면 길이가 약 15mm 정도로 자란다.

 

 

사진1. 스티로폼을 먹고 있는 밀웜. 출처: stanford.edu
 
밀웜이라는 이름대로 ‘식사’거리로 주로 활용되는 애벌래다. 도마뱀이나 고슴도치 같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친숙한 벌레일 것이다. 이 흔하디흔한 애벌레가 스티로폼을 먹어 치울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이후 과학계는 이 애벌레가 가진 능력에 대해 적잖이 놀랐다.
 
곤충이나 새가 플라스틱을 갉아 먹거나 쪼아 먹는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던 사실이다. 그리고 일부 미생물들이 플라스틱을 분해한다는 연구도 종종 발표되곤 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이들의 플라스틱 분해는 물리적인 분해나 불완전한 화학적 분해였다. 커다란 플라스틱 조각을 미세한 형태의 분말로 만든다거나, 완전 분해가 아닌 일부만을 분해하고 나머지는 플라스틱 성분을 그대로 남기는 형태였던 것이다.
 
반면에 밀웜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제대로 분해되지 않는다는 스티로폼을 짧은 시간에, 그것도 원래의 스티로폼과는 완전히 다른 무해한 성분으로 분해하는 능력을 선보였다. 이전에 알려진 스티로폼 분해와는 차원이 다른 메커니즘이다.
 
스티로폼 분해 능력은 장내 박테리아로부터 나와
 
밀웜의 스티로폼 분해 능력의 비밀은 장내에 있는 박테리아다. 앞서 언급한 미국-중국 공동 연구진의 책임자인 스탠포드대 크레이그 크리들(Craig Criddle) 박사와 웨이민 우(Wei Min Wu) 박사의 설명이다. 이러한 사실은 항생제와 분해 능력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연구진은 다양한 항생제를 밀웜에게 먹이면서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항생제를 먹이면 스티로폼 분해 능력이 사라진다는 것을 확인했다. 밀웜 내부에 있는 박테리아가 스티로폼 분해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결과다. 우 박사는 “항생제로 인해 박테리아가 사멸하면서 애벌레는 더 이상 스티로폼을 분해할 수 없게 됐다”라며 “이번 실험을 통해 박테리아가 스티로폼 분해의 주역이라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항생제 실험에 이어진 분해 능력 실험에서도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밀웜 100마리에게 한 달 동안 매일 34~39㎎의 스티로폼을 먹였고, 그 결과 밀웜은 스티로폼의 절반을 이산화탄소로 바꿔 배출했으며, 나머지는 대변으로 배설함을 관찰했다. 배설한 대변에 혹시라도 스티로폼의 환경오염 성분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정밀 분석을 실시했다. 그러나 유해물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달리 밀웜의 배설물이 작물 재배용 흙으로도 쓸 수 있을 만큼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크리들 박사는 “지금까지 생분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온 스티로폼을 밀웜이 완전히 분해한다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라며 “특히 분해 과정이 예상보다 훨씬 빨랐는데, 스티로폼의 대부분이 24시간도 안돼서 이산화탄소와 배설물로 바뀌었다”라고 전했다.
 
밀웜의 가공할 스티로폼 분해 능력에 흥미를 느낀 연구진은 그 메커니즘을 규명하기 위해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다. 그 결과 밀웜의 위장에 존재하는 박테리아들이 분비하는 효소가 스티로폼의 안정적인 결합구조를 파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존에는 플라스틱을 이루는 탄화수소의 결합력이 워낙 강해서 사실상 분해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사진2. 밀웜은 주로 애완동물의 먹이로 사용된다. 출처: grist.org
플라스틱 공해 해결의 신기원
 
밀웜이 스티로폼을 분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번 발견은 가히 혁명적이라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다. 만약 밀웜에 의한 스티로폼 분해 메커니즘을 완전히 규명한다면, 플라스틱 공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새로운 접근 방법을 제시할 것으로 학계는 전망했다.
 
산업계의 관심도 크다. 특히 애벌레의 장내 박테리아가 가진 기전을 잘만 모방하면 스티로폼 분해용 인공 효소까지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크리들 교수는 “쓰레기 매립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스티로폼을 포함한 플라스틱 폐기물들이 해양에서까지도 오염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라며 “미국에서는 매년 3,300만 톤의 플라스틱이 폐기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글: 김준래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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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제3015호

 

 

 

 

 

하토, 탈림, 하비, 어마……. 올해도 역시 수많은 태풍(허리케인)이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갔다. 특히 많은 피해를 입은 나라는 미국이다. 역대급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가 연이어 대륙을 강타하면서 피해 규모가 최대 2,62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우리나라 돈으로 약 295조 원에 해당한다. 미 기상당국은 텍사스를 강타한 하비의 누적 강수량을 1252.7㎜로 집계했는데 이는 관측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그 어떤 문명도 태풍 같은 대자연의 위력 앞에서 한없이 약해지곤 했다. 최근 들어 자연의 변덕 앞에 인간은 점점 더 움츠러드는 모양새다. 왜 태풍은 갈수록 강해질까. 그 이유가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정말 지구온난화가 초강력 태풍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해수면 온도와 밀접히 관련돼
 
지구온난화와 태풍의 연결고리는 바로 해수면 온도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태풍은 적도 부근의 바다가 태양열을 받아 수증기로 증발하면서 발달하는 열대저기압이다. 이때 해수면의 온도는 27℃가 넘는다고 한다.
 
한껏 달아오른 수증기가 하늘로 솟구쳐 오르면서 저기압 지역이 생겨나고 이 저기압은 주변의 덥고 습한 공기를 계속 빨아들인다. 이렇게 공기가 몰려들고 상승하는 과정에서 강한 회오리바람과 수분을 품게 된 저기압은 점차 고위도로 이동하게 된다. 이 중에서 최대풍속이 초속 17m 이상으로 발달한 것이 태풍이다.

 

 

사진 1. 최근 급증한 초강력 태풍의 원인은 무엇일까. 많은 학자들이 지구 온난화에서 그 이유를 찾고 있다.
출처: shutterstock
 
여기서 해수면 온도의 상승은 더 많은 수증기의 발생을 가져오고 그에 따라 태풍의 세기는 강해진다고 볼 수 있다. 태풍은 이동경로의 해수면 온도가 높아진 덕에 이전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실제 기록적 피해를 기록한 하비의 경우도 멕시코만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 높았던 것이 그 원인으로 분석된다. 세계기상기구는 클라우시스-클라페이론 방정식(Clausius-Clapeyron equation)에 따라 수온이 1℃ 올라갈 때마다 대기의 수증기량이 7%씩 늘어난다고 밝히고 있다.
 
지속적으로 강해지는 태풍의 풍속
 
이를 증명하듯 지속적으로 태풍의 풍속은 강해지고 있다. ‘한국항해항만학회지’에 게재된 ‘지구온난화와 태풍의 변화 경향’이란 논문에서는 태풍의 연평균 발생 수는 감소하지만 태풍 역내의 최대풍속은 서서히 강해지는 추세를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해양대학교 설동일 교수 연구팀이 장기간의 기상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이다. 이에 따르면 태풍의 최대순간풍속이 지속적으로 강해지고 있으며 특히 지구온난화가 급격하게 진행된 1980년대 이후 최대순간풍속이 약 초속 75m 이상으로 매우 강한 태풍이 1년에 평균 3.2개 정도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연안재해재난연구센터 윤종주 박사 연구팀이 태풍 매미, 사라 등의 데이터를 활용해 경남 해안의 폭풍해일고(해안에서 해수면이 이상적으로 높아지는 현상) 수치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태풍의 위력이 지속적으로 강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이를 감안해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는 결론도 도출했다.
 
우리나라도 이제 안전하지 않다
 
이 같은 결론의 원인은 가파르게 올라가는 한반도의 해수면 온도다. 국립해양조사원이 한국 연안해류를 조사해 2000년 3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남해안 수온 관측자료를 분석한 결과 제주해협 부근 해역을 따라 표층 수온 상승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 기간 동안의 상승폭은 1.0℃ 정도다. 이는 비슷한 기간 동안 세계의 평균 해수 온도 상승치 0.19℃의 5배에 달하는 수치다.

 

 

사진 2.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이 태풍의 세기를 강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안전지대가 아니다. 출처: shutterstock
 
태풍의 에너지 최강 지점(Lifetime-Maximum Intensity, LMI)이 점차 북쪽으로 올라오는 것도 안 좋은 소식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의 기상학자 제임스 코신(James Kossin)에 따르면 LMI는 지속적으로 적도에서 극지 방향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풍으로부터 가장 큰 피해를 받는 위험 지역의 위도가 점차 북상해 우리나라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LMI는 지난 30년 동안 10년마다 대략 위도 1°의 비율로 뚜렷하게 이동했다. 이와 같이 LMI의 이동이 지속되면 비교적 태풍안전지대로 분류되는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매년 태풍의 위험에 직격으로 노출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온난화의 경고
 
태풍은 인간의 입장에서는 재앙일지 몰라도 지구 전체의 시스템으로 볼 때 분명한 역할이 있다. 적도 지역의 열에너지를 다른 지역으로 나눠줘 지구 전체의 열에너지 균형을 맞추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물이 부족한 곳에 비를 뿌려 해당 지역의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것도 태풍의 역할이다. 태풍이 단순한 재앙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에 꼭 필요한 존재라는 뜻이다.
 
물론 이런 점을 감안해도 최근의 강력한 태풍은 분명 비정상적이다. 이는 어쩌면 온난화라는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해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일종의 경고일지도 모른다.
 
글: 김청한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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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제3007호

 

 

 

범죄현장은 범인의 지문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현장의 지문이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되는 경우는 10~20% 정도에 불과하다. 증거로서 가치를 가질 만큼 선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현장에서 발견된 지문의 정확도를 높이려는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문은 피부에 있는 세 가지 내분비선, 즉 에크린(eccrine)선, 피지선, 아포크린(apocrine)선에서 나오는 분비물과 땀이 섞여 흔적을 남긴다. 분비물의 대부분은 물이지만 염화물과 암모니아 같은 무기물과 당, 요소, 아미노산 등 유기물도 포함돼 있다. 수사기관은 현장에 남겨진 지문을 육안으로 확인하기 위해 잔여물을 잘 흡착할 수 있는 물질이나 이 잔여물과 반응하는 시약을 활용한다. 남겨진 지문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는 지문과 반응하는 물질의 선정이 매우 중요하다.
 
나노 입자, 지문의 분비물과 화학적 결합 생성해
 
눈을 크게 뜨고 지문을 살펴보자. 볼록 튀어나온 마루가 있고 안으로 쏙 들어가 있는 골이 있다.
 
마루와 마루 사이의 거리는 1mm도 채 되지 않는다. 정교하게 지문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작은 입자가 필요하다. 지문에 흡착하는 입자의 지름이 1mm 수준만 돼도 마루 2~3개를 덮을 정도이기 때문에 지문의 고유한 패턴을 읽어낼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지문을 채취하는 데 나노 입자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어떤 나노 입자가 지문에 잘 흡착하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연구가 세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그림 1. 스위스 로잔대 세바스티앙 모렛 교수팀은 화학반응을 이용해 나노입자를 지문에 흡착시켜, 잘 보이지 않는 지문을 채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pH를 조절해 지문 분비물의 전기적 상태를 조절했고, 음으로 대전된 나노 입자와의 인력에 따라 지문이 채취되는 정도가 달라졌다. 출처: University of Lausanne
 
스위스 로잔대 세바스티앙 모렛 교수 연구팀은 지문에 나노 입자를 흡착시키기 위해 전기적인 인력을 이용하기보다는 화학 반응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나노테크놀로지’ 2014년 10월 1일 자에 발표했다.
 
기존에는 나노 입자가 정전기의 성질을 띠고 지문에 흡착한다는 가설이 우세했다. 그러나 모렛 교수는 이를 뒤집고 화학작용을 이용하면 더 정교하게 지문을 추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 연구팀은 용액의 pH를 조절해 지문 분비물의 전기적 상태를 조절한 뒤 음으로 대전된 나노 입자와의 인력에 따라 지문이 채취되는 정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산성도가 높은 pH 3 이하에서는 지문이 육안으로 확인됐지만 산성도가 낮거나 중성인 pH 5~7 사이에서는 확인이 불가능했다.
 
반면 화학 반응을 이용한 실험에서는 강한 화학적 결합을 통해 정교하게 지문을 채취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지문이 묻어 있는 알루미늄 포일을 이산화규소(SiO2) 나노 입자 수용액에 담갔다. 이산화규소 나노 입자에는 카르복실기(carboxyl)를 가진 화합물이 코팅돼 있었다. 즉 나노 입자와 지문 분비물 간의 반응이 일어나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지문 분비물에 포함된 아민(amine) 화합물과 나노 표면의 카르복실기 사이에 화학적 결합이 생겼다.
 
모렛 교수는 ‘사이언스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나노 입자와 지문 간에 화학적인 상관관계를 이용하면, 지문 이외에 다른 흔적들은 지우고 지문의 흔적만을 보여줄 수 있어 정확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1. 김종만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특수 필름은 물이 닿은 부분만 빨간색으로 변한다. 이를 이용해 손가락에 있는 땀구멍 패턴을 추출할 수 있다. 출처: 한양대
 
국내에서는 한양대 연구팀이 나노 크기의 땀구멍을 이용해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잠재지문’을 검출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손가락에는 머리카락 굵기의 50분의 1 크기의 작은 땀구멍들이 분포해 있다. 사람마다 고유한 땀구멍 분포 패턴이 있어 지문을 추출하기 어려울 때 땀구멍을 이용하면 개인을 식별할 수 있다. 하지만 땀구멍의 크기가 워낙 작아 이 패턴을 추출해내는 것이 큰 과제였다. 한양대 화학공학과 김종만 교수 연구팀은 물과 반응해 색이 변하는 폴리다이아세틸렌(PolyDiAcetylene, PDA)을 이용한 특수 필름을 개발했다. 손에서 나오는 땀이 필름에 닿으면 파란색 필름이 빨간색으로 변하며 땀구멍 패턴이 필름 위에 드러난다. 김 교수는 “입자를 이용한 방식보다 지문이 망가질 위험이 적다”고 말했다.
 
이미 지워져 버린 지문도 살려내는 만능 나노 기술
 
나날이 지문 채취의 정확도가 높아지고는 있지만 현장에서 발견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지문의 흔적은 시간이 지나면 점점 사라지기 때문에 현장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나노 기술을 이용해 일부 지문을 영구적으로 남길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사진2. 지문의 마루와 마루 사이에는 수 많은 땀구멍들이 있다. 사람마다 고유한 땀구멍 패턴을 가지고 있어, 이를 추출할 수 있다면 또 다른 개인 식별 인자로 사용할 수 있다. 출처: 한양대
 
영국 레스터대 알렉스 고다르드 전문 연구원은 영국 노샘프턴셔 경찰청과 함께 화학적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금속 표면에서 지문을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총이나 칼, 총탄처럼 여러 사건, 사고에서 결정적 증거가 되는 물건은 대부분 금속 재질이기 때문에 새로운 방법은 범죄 수사의 정확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나노 크기의 물질까지 확인할 수 있는 ‘원자간력 현미경(AFM)’을 이용했다. 지문이 남아 있는 황동 시료를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금속의 표면에 묻어 있던 지문의 흔적을 닦아내도 땀과 분비물이 나노 수준에서는 여전히 남아 있어서 지문의 형태를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연구진은 지
문이 오랫동안 남을 수 있는 환경 조건도 확인해, 온도 및 습도에 따라 금속 표면에 영구적인 지문 흔적이 남을 수도 있음을 알아냈다.
 
나노 과학수사 기술로 지문 채취의 정확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범죄현장에 남겨진 아주 작은 증거로도 범인을 특정할 수 있게 됐다. 나노 기술로 범죄의 억울한 피해자들이 줄어들기를 기대한다.
 
글: 최지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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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제3003호

 

 

 

 

의학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에도 인간은 끊임없이 질병에 시달리고 또 죽어간다. 특히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서 있는 바이러스는 인간의 최대 숙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바이러스는 신종플루, 메르스, 조류독감처럼 최근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질병의 주범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학자들이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해 연구에 매진하고 있지만 그 위협으로부터 자유롭기란 쉽지 않다.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강적인 이유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지속적으로 위협적인 이유는 퇴치가 어렵기 때문이다. 바이러스는 세균 여과기를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작고 숙주 세포 밖에서는 무생물과 유사한 상태로 존재하기에 그 제어가 더욱 까다롭다.

 

그림 1.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서 있는 바이러스는 인간의 최대 숙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출처: Pixabay

 
더 큰 문제는 수많은 변이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물질대사를 할 수 없기에 숙주 세포의 물질대사 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번식을 위해 바이러스는 자신의 유전자를 숙주 세포의 염색체에 감쪽같이 끼워 넣었다가 다시 챙긴다. 이 과정에서 오류가 종종 일어난다. 엉뚱한 부위까지 갖고 간다거나 일부를 누락시키는 일이 많다.
 
때로는 숙주 세포의 면역체계가 바이러스가 끼워 넣은 부분을 공격해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망가뜨리기도 한다. 많은 수의 병원성 바이러스는 유전물질로 안정한 DNA 대신 불안정한 RNA를 사용하기 때문에 유전정보가 외부 환경에 의해 쉽게 변조된다. 숙주 세포를 감염시킬 때마다 유전자 변화가 일어나니 특정한 항원을 인지해 공격하는 항원-항체 면역시스템으로는 대처하기가 어렵다. 유전자가 툭하면 바뀌니 ‘이건 바이러스가 끼워 넣은 것이 틀림없다!’라고 확실하게 말하기가 곤란한 것이다. 결국 바이러스에 맞서는 약물의 개발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숙주 세포에 침입했을 때 숙주 세포에 원래 없던 부분이 갑자기 보이면 바이러스의 것으로 의심하고 제거할 수 있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어렵다. 유전자를 자칫 잘못 없앴다가는 숙주 세포가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런 식으로 제거된 유전정보는 복원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유전자에서 없애야 할 부분만 정확하게 없애는 방법도 최근에야 ‘크리스퍼’라는 이름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는데, 이마저도 100% 확실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현재로서는 숙주에 침투한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방법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림 2. RNA 간섭이란 RNA 중 일부가 짧은간섭RNA(siRNA)나 마이크로RNA(miRNA)가 전령RNA(mRNA)의 활성을 조절해서 유전자 발현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출처: Wikimedia
 
바이러스 물리칠 원시 생명체의 신비
 
그런데 나름 면역계가 충분히 발달하고 적응한 고등동물도 대처하기 어려운 바이러스에 대처하는 방법이 원시적인 형태의 생명체에서 발견돼 화제다.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6월 28일 자 온라인 판에는 원시적인 ‘항바이러스 방어체계(antiviral system)’를 이용한 새로운 치료제 전달 시스템이 소개됐다.
 
미국 마운트 사이나이 아이칸의대 연구팀은 인체 속 세포 안에 남아 있는 아주 오래된 방어체계에 주목했다. 이론상 다세포생물을 비롯해 단일 세포로 이뤄진 원핵생물, 고세균, 진핵생물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명체는 바이러스의 숙주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바이러스에 대항하기 위한 방어기제를 준비해 왔다. 근 10억 년 동안 진행됐던 바이러스와 숙주의 전쟁은 인간의 세포 속에도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일종의 유전자 화석(genetic fossil)인 셈이다.
 
연구팀은 생물이 3세대에 걸쳐 이룩한 항바이러스 방어 시스템의 진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원시적인 방어체계를 활용해 새로운 치료제 전달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오래된 항바이러스 싸움꾼들
 
이 방어체계의 중심은 ‘드로셔(Drosha)‘라는 단백질과 이를 포함한 ’RNAse III 효소군(family of enzymes)’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드로셔와 RNAse III은 원래 동물과 식물이 단세포 생물일 때부터 바이러스에 저항하던 싸움꾼이었다고 한다. 이들은 바이러스의 핵심인 유전물질(RNA, DNA)을 공략하는 방법으로 오랫동안 전투를 이끌어 왔다.
 
본래 박테리아의 RNA를 관리하는 단백질이었던 RNAse III은 바이러스의 유전물질도 제어할 수 있어 식물과 무척추동물에서 항바이러스 임무도 수행한다. 사람으로 치면 행정병이 전투 능력을 인정받아 최전방 격전지에 배치된 셈이다.
 
RNAse III이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방법은 RNA간섭(RNAi)이다. RNA 간섭이란 RNA 중 일부가 짧은간섭RNA(siRNA)나 마이크로RNA(miRNA)가 전령RNA(mRNA)의 활성을 조절해서 유전자 발현을 방해하는 것을 말한다. 말 그대로 단백질 합성 정보를 담은 mRNA가 이제 막 단백질을 생산하려고 하는데 이를 ‘간섭’해서 막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mRNA의 발현을 막으면 바이러스가 기대하는 단백질의 합성을 막는 셈이다.

 

 

그림 3. 본래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박테리아의 전략 중 하나인 크리스퍼 시스템은  이전에 침입했던 바이러스의 DNA 일부를 자신의 유전체에 저장했다가 동일한 바이러스가 침입할 때 해당 DNA만을 찾아 자르는 것이다.
출처: Wikimedia
 
유전자 가위로 바이러스 유전물질 난도질
 
연구팀에 의하면 RNAse III이 이렇게 면역에 관여하는 현상은 모든 생명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현상이라고 한다. 이번 연구의 선임저자인 벤자민 텐외버 박사는 이에 대해 모든 생물계의 방어시스템에서 RNAse III의 흔적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테리아의 면역체계에서 찾아낸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 시스템도 RNAse III이 관여하는 영역에 속한다.
 
크리스퍼 시스템은 본래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박테리아의 전략 중 하나다. 이전에 침입했던 바이러스의 DNA 일부를 자신의 유전체에 저장했다가 동일한 바이러스가 침입할 때 해당 DNA만을 찾아 자르는 것이다. 특정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찾아가는 염기서열 조각을 절단 효소와 짝을 이뤄 완성한 것이 크리스퍼 시스템이다. 이 크리스퍼 시스템은 표적이 되는 DNA가 몸에 침투할 경우 염기서열에 달라붙어 정확하게 잘라낸다.
 
투쟁심 잃지 않은 드로셔
 
한편 척추동물은 조금 다른 방법을 택했다.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주 역할을 점차 인터페론(interferon)이라는 단백질에게 맡긴 것이다. 항바이러스 방어체계의 진화로 인해 단순한 RNAse III 기반 시스템의 효용성이 갈수록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신 척추동물은 RNAse III의 일부인 드로셔와 관련 단백질들에게는 본연의 임무인 유전자 조절(gene regulation)이라는 업무를 부여했다.
 
그런데 드로셔는 바이러스와 싸우던 투쟁심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연구팀은 우연히 인간의 세포에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드로셔가 핵(nucleus)에서 빠져나오는 모습을 보고 한 가지 가설을 세워봤다. 척추동물의 세포에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드로셔는 이와 싸우기 위해 핵을 벗어난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드로셔가 결핍된 세포를 바이러스에 감염시킨 결과 실제 바이러스의 증식이 더 빨랐다. 이후 세균에서 추출한 드로셔를 물고기, 인간에게 삽입했더니 유의미하게 바이러스의 증식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에 대해 텐외버 박사는 드로셔는 모든 항바이러스 시스템의 베타버전과 같다고 표현했다.

 

 

그림 4. 단세포 동물일 때부터 적용되던 항바이러스 시스템이 현대에도 큰 의미를 갖는다는 점이 과학의 묘미다. 출처: Giuseppe Vago
 
온고지신의 지혜, 최첨단 과학에서도?
 
연구팀은 이 연구를 바탕으로 흥미로운 발상을 해냈다. 만약 세포 내에서 드로셔가 원시 RNAse III 기반 방어체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면 세포 안으로 특정 유전자를 전달하는 ‘전령 바이러스’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즉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은 면역체계에 의해 세포에 닿기 한참 전에 격퇴되지만 면역체계를 우회할 수 있어 막기가 어려운 바이러스를 드로셔 방어체계에는 민감하게 만들면 세포 안까지 무사히 약물이나 유전자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이에 연구팀은 ‘좋은’ 바이러스를 이용한 벡터(특정 유전자를 표적 유전자까지 운반하는 매체)를 만드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목표는 RNAse III 기반 방어체계에 극히 민감한 ‘유전자 조작 바이러스(engineered viruses)’를 만들고 이를 이용해 원하는 형질을 담은 ‘자가복제 RNA(self-replicating RNAs)’를 조합해서 유전자 운반체를 만드는 것이다. 유전자 조작 바이러스의 민감성을 잘 조절하면 유전자를 편집하거나 치료물질을 전달하는 시간을 확보해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옛말에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 했다. 옛 것을 익히고 새 것을 안다는 뜻으로 과거 전통과 역사를 바탕으로 새로운 지식이 쌓아 진정한 앎을 얻는다는 뜻이다. 단세포 생물이었을 때의 본능적인 생존 시스템이 21세기에도 풀지 못한 난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과학의 진리는 오묘하기만 하다.
 
글: 김청한 칼럼니스트 /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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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NUFR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