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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소식

[과학향기] 고양이도 걸린 조류독감, 사람은 괜찮을까?

<KISTI의 과학향기> 제2856호

 

 

 

처음 그 뉴스를 접했을 때만 해도, ‘오보(誤報)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도 포천시에서 고양이 2마리가 조류독감(AI)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나왔다는 바로 그 뉴스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것도 무리는 아니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조류독감의 이종(異種) 간 전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조류독감은 닭이나 오리 같은 가금류들이 걸리는 전염병이어서, 개나 고양이 같은 포유류에게 전염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었다.
 
그런데 그 희박할 것으로 예측됐던 가능성이 마침내 현실이 됐다. 새들이나 걸릴 줄 알았던 조류독감이 어떻게 포유류까지 전염시킬 수 있었을까? 사람도 포유류에 속하니까 조류독감에 걸릴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중국에서는 이미 조류독감에 감염된 사람까지 등장했다는데,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사례가 나오기 전에 어서 고양이를 비롯해 포유류가 감염되는 원인부터 찾아봐야겠다.
 
■ 입이나 코 같은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서만 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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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류독감에 걸린 고양이를 풍자한 이미지(출처: 미국 비영리동물병원(www.amcny.org))
 
무엇보다 궁금한 점은 고양이가 어떻게 조류독감에 걸렸냐 하는 점이다. 단순히 야생조류나 닭의 배설물을 고양이가 지나가다가 밟는 정도로는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감염되지 않는다는 점은 이미 보건당국이 확인해 준 사실이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의 관계자는 “고양이가 조류독감에 감염됐다면, 조류독감에 걸린 조류를 날것으로 먹었거나 신체적 접촉을 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조류독감의 경우 입이나 신체적 접촉에 의한 호흡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들어가야 감염된다는 것이다.
 
답변을 듣고 보니 고개가 끄떡여진다. 실제로 이번에 포천에서 폐사한 채 발견된 고양이도 평소 야생조류를 잡아먹는 습성을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고양이가 조류독감에 감염된 사례는 지난 2014년 발생한 H5N6형 조류독감과 작년인 2016년에 발생한 H7N2형 조류독감이 대표적인데, 이들 모두 고양이가 닭이나 야생 철새를 먹은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인공적인 실험을 통해서도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04년 네덜란드에서는 H5N1형의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고기를 고양이에게 제공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고양이는 바로 조류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결국 폐 손상을 일으켜 죽고 말았다. 이에 대해 보건당국의 관계자는 “조류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말고도 모든 독감과 관련된 바이러스들은 돌연변이가 아주 쉽게 일어나는 존재”라고 밝히며 “독감과 관련된 바이러스들이 어떤 동물에게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를 파악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알려진 조류독감의 감염 과정을 살펴보면, 조류의 호흡기 세포를 주로 감염시키는 바이러스가 포유류의 폐를 이루는 호흡기 세포까지 침투해 감염을 시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 동족이나 사람이 감염될 확률은 낮지만 가능성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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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조류독감의 인체 감염 과정(출처: 대한동물약국협회)
 
조류독감에 감염된 고양이는 독감에 걸린 사람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흔한 증상으로는 폐 손상으로 인한 폐렴과 발열, 그리고 호흡 곤란 등이 있는데, 이런 증상이 고양이에게 나타나기 시작하면 대부분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증상을 가진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나 사람에게도 조류독감을 옮길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조류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전염성 수준의 높고 낮음에 따라 각각 고병원성과 저병원성으로 구분되고, 고병원성 바이러스의 경우 동족에게나 인간을 감염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에 대한 사례로는 2년 전 중국을 휩쓸었던 H7N9형 조류독감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이 바이러스가 워낙 고병원성이어서 당시 800여명의 사람을 감염시켰으며, 그 중 400여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행 중인 H5N6형 조류독감은 고병원성이기는 하지만, 인간에게 전염될 가능성은 아주 낮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에 대한 근거로 중국에서 H7N9형 조류독감이 유행하던 시기에 H5N6형 조류독감도 함께 유행했으나, 사망자는 10명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피해 규모가 현저하게 작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현 단계에서는 조류독감에 걸린 포유류에 의해 같은 종족이나 사람이 조류독감에 전염될 것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사람이 고병원성 조류독감에 걸린 사례는 없다. 지금 유행하는 고병원성 조류독감인 H5N6형이 중국에서 사람에게 감염되는 일이 일어났지만, 이 경우도 모두 조류독감에 감염된 닭이나 오리를 직접 접촉한 사람들만이 감염된 것이다. 다시 말해 고양이가 조류독감에 감염됐다고 해도 그 고양이가 다시 다른 고양이에게나 사람한테 조류독감을 옮길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이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특히 고양이가 고병원성 조류독감을 사람에게 옮긴 사례는 전 세계에 단 한 건도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부분은 보건당국이나 전문가들의 권고 사항은 모두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돌연변이가 워낙 쉽게 발생하는 독감 바이러스의 특성상 앞으로 어떤 새로운 종이 등장해 사람에게 피해를 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이 같은 사실은 2년 전 세계보건기구(WHO)가 중국에서 발생한 H5N6형 조류독감을 소개한 보고서에도 잘 나타나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H5N6형 조류독감의 인간 전염은 간헐적으로 나타나지만, 인간 대 인간의 전염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언급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면서도 H5N6형 조류독감의 특성을 규명하는 작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세계적으로 유행할 수 있는 변종 출현의 가능성 여부 또한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예의주시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류독감에 대해 배우다 보니, 배우면 배울수록 바이러스에 대해 경외심마저 들 정도다. 생물도 무생물도 아닌 이 조그만 존재가 어떻게 이 첨단 시대를 살고 있는 인간의 지식과 정보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류독감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의 탄생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면, 우리는 언제쯤 ‘○○농장에서 조류독감 발생, 치료제 투여로 하루 만에 닭과 오리 치료 완료’라는 뉴스를 TV나 신문에서 볼 수 있을까.
 
글 : 김준래 과학칼럼니스트